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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투 열풍 속에서도 체육계는 왜 잠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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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지난해 미투 열풍 속에서도 체육계는 왜 잠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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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인권보다 경기력 향상과 국위선양 최우선 가치로
    국민체육진흥법과 대한체육회 정관 모두 '국위선양이 목적'이라고 명시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 체육 패러다임 바꿔야

    자료사진
    지난해 각계각층에서 미투(metoo)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해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로 촉발된 미투는 정치·사회·문화계로 확산했다. 성폭력을 저지른 각계 거물급 인사를 단죄한 것은 물론 남성 중심의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균열을 가져왔다.

    미투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지만, 체육계의 미투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 씨는 초등생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코치를 고소해 징역 10년과 120시간 성폭력 치료프그램 이수 처벌을 이끌어냈다.

    반면 이경희 리듬체조 국가대표 후보선수 코치는 2011년부터 3년여간 대한체조협회 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지만, 해당 간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미투 열풍 속에서도 체육계는 왜 잠잠했을까.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체육계의 고민과 철학 부재를 비판한다. 선수들의 인권보다 경기력 향상과 국위선양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풍토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15일 CBS노컷뉴스에 "체육계에서 논의해 온 학생선수 학습권 침해와 지도자의 열악한 처우, 합숙생활 문제 등은 모두 경기력이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대한체육회 정관의 목적 및 지위 란에는 '우수한 경기자 양성으로 국위선양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함 집행위원은 "우리나라 체육정책의 기반이 되는 국민체육진흥법은 '국위선양 기여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시도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정관의 목적 및 지위 란도 똑같다"며 "체육계가 스포츠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공선이 국위선양 외에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하고 성찰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주종미 호서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성폭력 문제가 불거져도 선수·지도자·학부모·체육단체 사이에 '메달을 따려면 참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이를 묵인해왔다"고 메달 지상주의를 비판했다.

    이외에도 2007년 미성년자 선수 성폭행 미수 파문을 일으킨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박 모 감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여전히 중국 프로농구팀 지도자로 활동하는 모습에서 보듯, 가해 지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선수들에게 '학습된 무기력'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지도자에게 밉보이면 불이익을 당할 거라는 불안감과 학생선수 시절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탓에 선수생활을 중단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자괴감도 선수들이 미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장기간 합숙생활로 인간관계의 폭이 체육인들로 한정된 까닭에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할 사람이 마땅찮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씨 미투에서 보듯, 성폭력의 온상지가 된 합숙소가 폐지되려면 지도자의 열약한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체육계에서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체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종미 교수는 "여성 지도자 할당제나 합숙소 폐지 등 대안 마련은 나중 문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한국 체육 조직 문화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진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집행위원은 "공공의 논의와 합의 아래 한국 체육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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