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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판 레몬법'… 이번엔 진짜일까



자동차

    새로운 '한국판 레몬법'… 이번엔 진짜일까

    그동안 미국 흉내만 냈던 '한국 레몬법'… 개정안 내년 시행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된 점 많아… 시행착오는 우려
    전문가 "기업 스스로 나서는 리콜 환경 만들어야… 결국 정부 몫"

    지난달 24일 BMW M5 차량이 전북 임실군의 한 도로를 달리다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자료사진)

     

    BMW 연쇄 화재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 속에 개정된 자동차안전관리법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을 두고 소비자와 업계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롤모델로 삼은 미국 '레몬법'처럼 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에도 억울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새로운 '자동차안전관리법'은 기업을 움직일까

    새해부터 시행되는 '자동차안전관리법' 개정안은 레몬법으로 불리는 미국의 소비자보호법을 모델로 삼아 이른바 '한국판 레몬법'으로도 불린다.

    물론 이전에도 미국의 레몬법을 바탕 삼아 추진된 한국판 레몬법은 많았다. 다만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쳐 기업들의 움직임을 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BMW 사태를 계기로 리콜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자 이번 개정안은 많은 부분을 신설했다.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입법한 개정안의 큰 골자는 '인도된 지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를 넘지 않은 새 차'에서 고장이 반복되면 자동차 제작사가 이를 교환 또는 환불하도록 하는 점이다.

    도입 논란이 일었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역시 적용된다.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한 뒤에도 조치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개정했다.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단체와 업계의 불만도 존재한다.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자동차관리법 제31조 8항으로 '자동차회사가 해당 모델의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동차 결함을 이젠 소비자가 아닌 업체가 밝혀야 한다는 부분이지만 소비자 측은 "업체에 유리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정부의 역할을 요구했고 업체는 "원인 조사를 정부가 아닌 업체에 일임하는 것은 무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업체가 더욱 문제 삼는 부분은 제31조 9항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지 제작사가 입증을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결함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모두 범죄자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선 개정안이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전까지 우리나라 구조에선 차량 반복 결함 시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없었고 소비자를 소홀히 대접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선진적으로 바로잡자는 것이 이번 법의 취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업체도 부담을 갖기보다는 좀 더 소비자를 배려하고 보호해 충성고객을 만들어 더 많은 차를 판매하고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행을 앞둔 법인만큼 허술한 부분도 지적했다. 업계의 우려처럼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를 막아 '인민재판' 형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리콜은 불명확한 부분이 많고 애매모호한 부분도 많아 원인규명이 결코 쉽지 않다"며 "잘못하면 인민재판 식으로 억울한 결과가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게 나올 수 있고 블랙컨슈머가 활동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공포의 '美 도로교통안전국'… 결국은 정부가 앞장서야

    결국 소비자와 업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소비자 권익 보호 등 애초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역시 제조사에게 전적으로 결함 여부를 입증하도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자동차 결함은 민관이 함께 풀어야 할 공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도로교통안전국(NHTS)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막강한 전문성과 권한으로 자동차 결함 여부를 적극적으로 파헤친다. 앞서 도요타 대량리콜 사태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역시 연방검찰과의 협업으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당시 미국은 도요타에 과징금 1조 3천억 원, 폭스바겐에는 4조 7천억 원을 부과했다. 업체들이 미 도로교통안전국에 벌벌 떠는 이유다.

    다만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소속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인력은 현재 16명에 불과하다. 내년에 9명이 충원되지만 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 역시 지난 8월 "제작 결함을 조사할 연구원이 13명밖에 되지 않고 예산과 인력, 제도 면에서 굉장히 후진적"이라고 고백했다.

    결국 미국은 막강한 권한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업체 스스로 '막대한 과징금보다 리콜이 회사 이미지 면에서 낫다'는 환경을 만들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NHTS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니 업체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차량 결함 문제로 SNS에 난리가 나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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