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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폭스바겐 中공장 가보니...개혁·개방 40년의 명암



아시아/호주

    [르포]폭스바겐 中공장 가보니...개혁·개방 40년의 명암

    • 2018-12-05 05:00

    [中개혁·개방 40주년 특집-선봉 광둥성을 가다 ②]
    중국 경제발전에 핵심적 역할 맡은 외자기업들
    중국 국력 신장하자 여러 차별과 제재로 난관 봉착

    중국이 본격적인 개혁·개방 노선을 내세우며 '죽의장막'을 벗어나 세계무대에 등장한지 올해로 40주년을 맞는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잦아들자 등장한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3중 전회를 열고 개혁·개방 정책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 도약'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CBS노컷뉴스는 중국에서 첫 자유무역구가 설치된 뒤, 개혁·개방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광둥(廣東)성 경제현장을 찾아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총 4차례에 걸쳐 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이스케키 팔다 연매출 3조 기업 회장으로…개혁·개방의 홍색자본가들
    ② 中 개혁·개방의 조력자, 외자기업의 명과 암
    ③ "광저우·선전 부럽지 않다", 무섭게 성장하는 中 2선 도시
    ④ 강주아오 대교가 품은 중국몽과 냉엄한 현실


    광둥성 포산(佛山)시에 위치한 이치(一汽)-따종(大衆·Volkswagen)자동차 유한공사의 생산공장에서 조립된 폭스바겐 '골프' 차량이 검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광둥성 포산) CBS 김중호 베이징 특파원)

     

    45만㎡에 달하는 광활한 공장에 빼곡히 들어선 생산 라인은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라인에 실린 차체뼈대가 다가오면 각 단계마다 부품을 조립해 넣는 로봇들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조화로운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을 연상시켰다. 안내하던 공장 관계자는 "공장 자동화율이 70~80%로 폭스바겐의 중국내 공장 가운데 가장 높다"고 자랑했다.

    광둥성 포산(佛山)시에 위치한 이치(一汽)-따종(大衆·Volkswagen)자동차 유한공사의 화남생산공장에서는 7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투입돼 1분에 1대 꼴로 폭스바겐 '골프'와 아우디 A3 모델을 끊임없이 생산해 냈다. 2011년 건립된 이치-따종의 포산공장은 매해 60여만 대의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종을 생산해 내며 중국 화남지방(광둥성,푸젠성,하이난성)의 주문량을 거뜬히 소화해 내고 있다.

    광둥성 포산(佛山)시에 위치한 이치(一汽)-따종(大衆·Volkswagen)자동차 유한공사의 생산공장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들이 조립되고 있다. (사진=(광둥성 포산) CBS 김중호 베이징 특파원)

     

    ◇ 중국기업-외국기업 짝짓기, 중국기업 경쟁력 상승

    이치-따종은 자동차 국유기업인 창춘(長春) 중국제일기차집단공사(中國第一汽車集團公司)와 독일의 폭스바겐사의 합작으로 개혁·개방 태동기인 1991년 정식 설립됐다. 회사 설립 12년 만인 2003년, 누적 생산량 1백만 대를 달성한데 이어 2011년에는 한해 생산량 1백만 대를 돌파했다. 불과 3년 뒤인 2014년에는 누적 생산량이 1천만 대를 넘어섰다. 누적 생산량 1백만 대까지 12년이 걸렸지만 1천만 대는 불과 11년 만에 달성했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였다. 이치-따종은 현재 창춘·톈진·칭다오·청두·포산 공장에서 한해 175만 대의 승용차를 생산해 내며 중국 자동차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자동차 제조회사 사명(社名)은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외국기업과 자본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자동차 외자기업들의 사명은 대부분 [중국 자동차 회사명]+[외국 자동차 회사명] 형식을 띠고 있다. '이치'란 중국 최초의 국유자동차 기업인 중국제일기차집단공사(中國第一汽車集團公司)의 약자고 '따종(大衆)'은 독일어 '폭스바겐(Volkswagen)'의 중국명이다. 현대차그룹도 중국의 국유자동차 회사인 베이징기차(北京汽車)와 합작해 현지 법인명은 베이징-현대로 통하고 있다.

    이치(一汽)-따종(大衆·Volkswagen)자동차 유한공사의 광둥성 포산(佛山)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 건설이 한창이다. 폭스바겐 포산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사진=(광둥성 불산) CBS 김중호 베이징 특파원)

     

    이런 현상은 해외 자동차 회사가 독자적으로 중국내 법인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중국 특유의 제도와도 연관이 있다. 외국 자동차 회사는 독자적으로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국 회사와 합자 법인을 세워도 일정 지분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받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 외국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보호정책은 중국기업 경쟁력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합작한 외국기업으로부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국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으로 역진출 하는데 성공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중국은 이제 기존 가솔린 차량의 하청 생산기지 역할에서 벗어나 전기차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만큼의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 개혁·개방 40년, 외자기업의 위기

    중국은 개혁·개방 초기부터 경제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던 외자기업과 외국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중국은 외자유치 규모가 1260억 달러(2016년·중국 상무부 집계)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세계 자본의 집결지로 변신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과 위상변화로 중국의 외자기업 유치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외자기업들에 대한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임금과 지대(地代)가 동반상승하면서 외자기업들의 생산비용이 급증했다. 여기에 중국 토종기업들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과도한 경쟁과 중국 내수시장의 외자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 관행 등은 외자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협력 관계의 중국 기업이 과도한 기술 이전을 요구하거나 지적 재산권 보호 제도가 미비한 현실 등은 중국 기업들이 외국기업의 기술들을 강탈하고 있다는 불만으로까지 번졌다. 외국 기업이 싸고 질이 좋은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을 얻는 대신 중국 기업은 선진 기술을 흡수한다는 윈-윈 모델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뒤 강력해진 기업통제 움직임도 문제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외자기업 내부에도 공산당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인터넷 감시와 차단 수위도 높여 외자기업들로 하여금 핵심 정보 유출 등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비주얼그래픽=임금진PD)

     

    이런 변수들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으로부터 외자기업들의 이탈 움직임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2016년 중국 전체기업 수가 730만여 개에서 1460만여 개로 2배 이상 급증한 반면 23만여 개에 달하던 외자기업 수는 20만여 개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자 기업에 대한 차별이나 기술 보호 문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새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정상간 업무만찬 이후 낸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등에 관한 구조적인 변화를 위한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주얼그래픽=임금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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