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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력으로 얼룩진 우울한 계절, 당신은 안녕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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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폭력으로 얼룩진 우울한 계절, 당신은 안녕하신지?

    [조중의 칼럼]

    회사직원 폭행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연일 폭력으로 얼룩진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폭력의 가해자는 남성들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모두 참혹하게 사망했다. 쉬지 않고 전해지는 남성들의 폭력에 의한 여성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늦가을과 초겨울의 변곡점과 맞물려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문득 내가 알고 지내는 여성들은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가정이 있는 사람만이 아니다. 싱글인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남녀 간에 일어나는 폭력은 혼인을 해 가정을 이룬 부부만이 아니다. 연애 중인 커플이나 동거하는 사람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다. 재수가 없으면 생판 모르는 남성에게 영문도 모른 채 폭력을 당해 목숨을 잃는 세상이다.

    폭력을 일으키는 남성들의 공통점은 광기와 더불어 엽기적일 만큼 잔인하다. 강서구 PC방에서의 폭력 살인은 아무 관계도 없는 손님을 칼로 찌른 경우다. 20대 청년이 같은 또래 청년을 상대로 얼굴과 목 부위를 무려 서른 번이나 넘게 찔러 죽게 만들었다. 경남 거제시에 벌어진 폭력도 비슷하다. 20대 청년이 쓰레기를 줍던 50대 여성에게 다가가 30여분 가까이 무차별로 때려 숨지게 만들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일어난 사건 역시 20대 청년이 결혼을 앞둔 자신의 예비신부를 폭력으로 죽게 만들었다.

    강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는 40대 남성이 이혼과정에서 쌓인 감정 때문에 흉기를 휘둘러 전처를 살해했다. 이 남성은 전처 뿐 아니라 어린 자녀들에게도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폭력을 일삼았던 사실이 국회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평범한 여성이 연애와 동거 또는 혼인 상태에서 상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페미사이드(Femicicd)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히면서 공분을 샀다.

    다시금 내 주위에 있는 여성들은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들의 가정은 평화로운지. 매달 한차례 독서 모임에서 만나는 여성 멤버들의 일상은 행복한 것인지. 매주 교회에서 마주치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여성들은 평안한지. ……아니, 그보다도 결혼한 지 20여년이 훌쩍 지났을 나의 누나와 여동생은, 아직 싱글인 나의 딸은, 지금 지상에 없는 작고한 어머니의 생전에는?

    <팡세>의 저자 파스칼에 따르면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가 없는 힘은 폭력이다. 그러고 보면 남성들의 폭력은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사회 공동체로부터 소외당했다는 자기 진단이 스스로를 비열하게 만들고 자기연민에 갇히게 하면서 분노와 공격 본능을 키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지닌 숙명적인 폭력 DNA를 억제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윤리지만 이것을 성실하게 이성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또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렸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폭력 본능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1월은 해가 짧아지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불쑥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변화를 겪기도 한다. 긴 겨울을 견뎌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과 월동을 준비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 몸과 마음이 위축된다. 가뜩이나 우울한 계절에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남성들의 잔혹한 폭력 살인 뉴스까지 더해 불안하다. 사람에게는 타인의 행동을 볼 때마다 거울처럼 반응하는 신경이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가족과 이웃이 겪는 것과 똑같이 슬픔에 빠져든다.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 만들어내는 슬픔의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폭력 사회의 비극적인 현상으로 인해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일 들려오는 폭력과 그로인한 죽음이 세상이 타락했기 때문이며 불행한 날이 닥쳐온 것이라고 여겨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안녕하신지?’ 라고 마음 쓰는 일이 쓸데없는 기우일 뿐인 폭력 없는 세상이 영영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용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폭력이라는 악령과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 악령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하고, 뛰어 넘어야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당당하게 대결할 수 있어야 한다. 폭력의 장구한 역사에 맞서 윤리와 정의라는 힘을 키워온 우리 모두의 양심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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