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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 선욱현, "도립극단, 더 높이 날아오를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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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 선욱현, "도립극단, 더 높이 날아오를 시기"

    '메밀꽃 필 무렵' 성공적 평가…2013년 창단한 신생 강원도립극단 자리잡는 계기

    뮤지컬로 재탄생한 '메밀꽃 필 무렵', 관객 호응 속 마무리

    첫 유료공연 시도에도 객석점유율이 98%, 티켓 구매율 94%

    2020년 한국전쟁 70년을 맞아,화천 파로호를 배경으로 한 작품 구상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강원도립극단 선욱현 예술감독

    한국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밤길을 표현한 이효석 선생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평창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이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당시 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려져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이제는 강원도립극단을 대표하는 작품이자,강원도를 알리는 문화 콘텐츠로 그 여운을 이어간다고 합니다.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 강원도립극단 선욱현 예술감독 만나보겠습니다.

    ◇박윤경>안녕하세요?

    ◆선욱현>안녕하십니까.

    ◇박윤경>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근까지 '메밀꽃 필 무렵' 공연이 진행된 걸로 아는데요. 공연이 성공리에 마무리 된 것 같아요.특히 춘천 공연의 경우 객석 점유율도 높았고, 호응 속에 치러져서지역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네요?

    ◆선욱현>사실 춘천뿐만 아니라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지역 연극들은 무료티켓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티켓을 팔자니 아직 개념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도립극단이 처음으로 유료공연을 시도하는 것이고, 10일간 12회 공연이어서 우려가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었는데 감사하게도 객석점유율이 98%이고, 그 중 티켓을 사서 보신 분들이 94%였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윤경>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주목을 많이 받았던 공연이에요. 물론 기본적으로 원작이 훌륭하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선욱현>원작 전 국민이 아는 국민소설이잖아요. 다시 한 번 명작이구나 느낀 게 '원작 소설이 이렇게 좋은 줄을 몰랐다. 역시 명작이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굉장히 짧은 소설임에도 깊은 여운을 주는 좋은 작품이 베이스가 됐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공연에 임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메밀꽃 필 무렵'공연 무대(사진=강원도립극단 홈페이지 캡쳐)

     


    ◇박윤경>이 작품이 사실은 2016년에 처음 선을 보였던 작품이라고요?

    ◆선욱현>네. 처음엔 무대 마당극처럼 기획을 했어요. 관객들이 뭘 좋아할까 고민을 한 끝에 단순 정극보다는 음악과 춤, 관객과의 소통도 있는 퓨전코믹극이라는 장르를 만들었죠. 2016년에 공연하고 다음해 업그레이드를 하고 올해 2월과 3월에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공연한 게 바로 그 이전버전, 퓨전코믹극 버전이었습니다.

    ◇박윤경>그럼 이번 공연에서는 뮤지컬로 재탄생이 된 것. 어떤 점이 다를까요?

    ◆선욱현>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전 버전이 호응을 얻었는데, 왜 또 다른 버전을 만드느냐는 건데요. 첫째는 퓨전 코믹극이 대형작품입니다. 출연진이 24명이고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도민들한테 더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 작품을 소형화하자고 해서 이번에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걸로 기획이 된 겁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도민들에 설문 받아보니 가장 보고 싶은 장르로 뮤지컬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어요. 퓨전코믹극은 노래는 많지 않은데요. 이번엔 노래만 19곡, 100분간 계속 들려졌습니다. 그렇게 기동성 좋은 소극장 버전의 정통 뮤지컬이 탄생한 거죠.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메밀꽃 필 무렵'(사진=강원도립극단 홈페이지 캡쳐)

     


    ◇박윤경>강원도립극단은 2013년 창단해 2014년부터 활동한 신생극단이죠. 이번 공연을 통해서 도립극단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다져나가는 계기가 됐을 것 같아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선욱현>개인적으로도 많이 감개무량합니다. 2014년 1월2일, 제가 도립극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했는데요. 그 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텅빈 사무실에 컴퓨터만 있었고, 공연제작 경험도 전무했고요. 그렇게 시작해 1년에 한 작품씩 제작해 '메밀꽃 필 무렵'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번 10일간의 공연에서 티켓을 사주시는 분들을 보고 도민들이 이제는 도립극단을 알아주시고 믿어주시고, 재밌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도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더 높이 날아오를 시기이고 그럴 준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박윤경>감독께서도 극단의 초대 감독으로서 극단을 위해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셨을텐데요. 강원도에서의 활동, 막상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선욱현>저는 대학로에서 한 20년간 제 연극만 했던 사람인데, 강원도에 와서 조금 놀랐던 건 의외로 연극 마니와 관객층이 얕다는 거였습니다. 연극을 처음 접하거나 익숙지 않은 분들이 많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정말 쉽게 공연을 접하게 하고,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실 정극보다는 노래, 우리 악을 좋아하셔서 그런 뮤지컬적 요소를 많이 넣어서 만들어보자 했는데요.

    춘천에서도 또 서울에 가서 비싼 공연을 보는 분들도 의외로 있어요. 그 분들이 이번에 '메밀꽃 필 무렵'을 보시고 참 좋다고 하세요. 그리고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기대를 안 하고 왔는데, 서울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고 합니다.

    그 분들이 박수쳐주시고 칭찬해주시니 그냥 믿고 오셔서 보시면 충분히 감동 받으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기대를 좀 하고 와주십시오.(웃음)

    ◇박윤경>도립극단 감독이 된 이후에도 연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직접 포스터를 붙이고, 시민들은 만났다는 얘기. 또 속초, 강릉, 원주 등을 불문하고 도내 곳곳을 다니며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노력해 오셨단 얘기도 들었어요?

    ◆선욱현>제가 처음 와서 작품 홍보를 할 때, 사전예약을 받아보는데 예약률이 오르지 않을 때 사무실만 앉아있으면 너무 마음이 답답해서 아파트를 다니면서 리플릿을 칸칸이 꽂았습니다.

    만약 도립극단을 언젠가 그만두면 뭐가 가장 기억에 남을까 생각해보면 지금 5년차인데. 인제·원통·평창·동해·삼척 이런 곳에 가서 포스터를 붙이고 리플릿을 집어넣었던 기억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작은 씨앗이지 않았을까. 제가 뿌린 리플릿 한 장에 관객이 온 게 아니라 그게 제 기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일일이 다니며 정성을 보인 것이요.

    그리고 말씀드렸듯 대학로에만 있다 춘천에 오다보니 강원 예술인들을 잘 몰랐죠. 그래서 6시에 퇴근하면, 원주·강릉·속초에 가서 공연을 보고 극단 대표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공연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우정이 생기다보니 그 분들이 나중에는 제 작업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도 했고요. 야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맡은바 임무를 하는데 그게 필요했고, 강원연극인들이 저를 알아주지 않으면 제 자리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었습니다.

    ◇박윤경>그 덕분에 이렇게 잘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욱현>제가 달라진 게 있는데요. 2014년에 왔을 때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과 최근에 찍은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합니다. 확 늙은 것 같습니다. 올 때만 해도 굉장히 뽀송뽀송했었는데요. 이거 어떻게 강원도가 저를 해결해주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합니다.(웃음)

    ◇박윤경>스스로를 '예술박쥐'라 칭하신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예술에 관해서라면 관심의 영역이 넓다는 얘길텐데요.일단 학창시절 영화광이었고 대학생부터 연극배우로
    연극을 하다 희곡으로 등단해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하셨고요.올해 제1회 대한민국 극작가상을 수상하셨죠. 예술 감독은 물론이고요.최근에도 영화를 통해 연기의 꿈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시다고요?

    ◆선욱현>네. 첫 출발은 연기자로 출발을 했고요. 고등학교부터 문예반을 할 정도로 원래 글쓰기를 좋아해서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극작가의 생활을 하게 됐죠. 그럼에도 연기가 좋아요. 매력적이거든요. 근데 도립극단에서는 극작과 연출은 할 수 있지만 무대 위는 못 올라가잖아요. 그 갈증을 가끔 영화로 풀었습니다.

    ◇박윤경>어떤 영화에 출연하셨죠?

    ◆선욱현>일단 '탐정1, 2'에 출연했습니다. '탐정 1'에서는 부검의로 나왔어요. 시계를 들어 보이며 설명하는 역이고요. 강대 의과대학 실습실에서 찍었습니다. 또 '방황하는 칼날'. '아가씨'에서 김민희와 김태리가 마지막 탈출 장면에서 배를 타는데요. 그 항만 매표원 일본사람이 접니다.

    또 12월에 개봉을 하나 합니다. 어마어마한 영홥니다. 천만관객을 몰고 다니는 하정우 씨, 이선균 씨가 나오는 'PMC: 더 벙커'라고 '더 테러라이브' 김병우 감독의 5년만의 신작입니다.

    제가 작년에 이걸 찍었는데, 제 연차를 다 썼습니다. 영화 내내 나와요. 그런데 대사가 한마디도 없습니다. 왜 대사가 없는지는 가까운 상영관에서 보시면 됩니다.

    ◇박윤경>정말 다양한 끼를 갖고 계신데요. 전에 작가로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폐쇄공포증을 이겨내면서막장에 들어가보기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그야말로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선욱현>그 사연이 기가막힌데요.도립극단 폐광지역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첫 작품을 쓰게 됐어요. '아버지 이가 하얗다' 광부 아버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광산지역과 탄광촌을 취재 다녔습니다.
    광부 아버지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 ‘아버지 이가 하얗다’ 공연 무대(사진=강원도립극단 홈페이지 캡쳐)

     


    그러다 정선 동원 탄좌 자리가 지금 박물관인데 거길 취재를 하고 있는데 거기 관리자 한분이 이렇게 죽은 탄광을 다녀서 뭐하냐고, 살아있는 장성 막장이라도 들어갔다 오셔야 알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없어져버린 자리만 답사를 다니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가게 됐는데요.

    중요한 건 제가 약간 폐쇄공포증이 있어요. 천미터 이상 들어가야 되거든요. 그 막장에 도달하기까지 1시간 반 정도가 걸려요. 엘리베이터 타고 수직갱으로 내려가 또 탄차를 타고 이동해서 막장까지 도달하는데요. 막장은 허리를 굽히고 들어갈 정도로 마지막 탄을 캐는 자리거든요. 정말 쉽지 않았죠.

    ◇박윤경>확실히 들어가보시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셨죠?

    ◆선욱현>그럼요. 나오면서 드는 생각이 책 열권 읽는 것보다 여기 한번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회사에 신청해서 주연배우 3명을 체험을 시켰어요. 배우들 데리고 가서 그분들을 들어가게 하고 저는 못들어갔습니다.(웃음)

    ◇박윤경>그렇게 해서 생생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으세요?

    ◆선욱현>어쩌면 저의 심정을 그대로 담았는데, 병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광부가 된 형을 찾아 서울에서 날건달처럼 살던 동생이 찾아오는 신인데요. 그 동생이 결국 돈을 벌어야 하니까 형이 일했던 막장에 들어가는 날이 있어요.

    일하다가 어느 날 건달같은 친구가 형을 향해서 "이 바보야 너 이런데서 일했냐. 이러고 살았냐"라면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사실 그게 제 마음이었거든요. 우리 아버지들도 최하 30~33년 이렇게 일한 60이 넘은 아버지들을 보는데 이런 곳에서 지금까지 일하셨나. 취재 마치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무거웠어요.

    ◇박윤경>지금 쓰고 싶은 소재, 마음에 담아두신 게 있으세요?

    ◆선욱현>2015년에 'DMZ 동화'라는 작품을 연출하면서 접경지 취재를 다녔거든요. 그 때 작품의 소재를 하나 담은 게 있습니다. 화천의 파로호인데요. 작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2020년 발표를 생각하는 게 그 때가 전쟁발발 70주년이에요.

    전쟁 때 중공군 2만명가량이 전사해 파로호에 수장된 역사가 있습니다. 전쟁의 비극이죠. 그러나 이제 평화무드가 불고 있고 우리세대에 통일을 볼 것 같은 희망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그 비극의 역사를 묻어만 둘 게 아니라 불러내 그 넋을 위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 전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않게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 제 마음에 씨앗을 뿌려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강원도립극단 선욱현 예술감독(사진=강원CBS)

     


    ◇박윤경>이제 두 달 후면 새로운 해를 맞게 되는데 내년에는 메밀꽃 필 무렵이 더 많은 지역에서 선을 보이게 된다고요?

    ◆선욱현>일부러 이번에는 순회를 많이 안하고 검증을 거쳤거든요. 고성과 화천을 순회했는데요. 내년에는 가능하면 강원도 전 지역을 순회하려고 하고요. 전국적으로도 도민들이 많이 사시는 지역에도 찾아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윤경>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지금까지 강원도립극단 선욱현 예술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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