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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미세먼지엔 '속수무책'…해법은 없나



경제 일반

    중국發 미세먼지엔 '속수무책'…해법은 없나

    '국내용' 대책에 "중국엔 말도 못하고 국민 발만 묶는다" 불만
    막대한 환경 처리 비용 놓고 중국 압박 쉽지 않아
    국내 미세먼지 요인도 무시 못해…현실적인 대안 찾아야

     

    정부가 강도 높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에도 중국발(發) 미세먼지에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에는 중국 영향이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대기 개선 노력이 더 시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8일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대응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특히 그동안 끊임없이 제시돼온 미세먼지 대책들은 시민들에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 수준인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각종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대폭 확대·시행된다.

    우선 그동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져도 공공·행정기관 임직원만 차량 2부제를 적용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전국의 일반 시민 차량이 차량 2부제 대상이 된다.

    또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면서 저공해 경유차 혜택을 모두 폐지하고, 경유차 조기 감축을 유도한다.

    이처럼 시민의 불편을 감수하고 제시된 강도 높은 대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발(發) 황사에 대해선 사실상 별다른 방책이 없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에 다각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미 일부 개소된 한·중 환경협력센터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사업을 발굴·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 뿐이다.

    또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해 대기오염방지시설에 한국의 환경 기술을 전수하겠다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핵심 원인인 중국 황사 문제에는 손도 못 대면서 시민들의 불편만 키운다는 불만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11월 미세먼지 및 성분 농도 현황(단위: ㎍/m3)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에 중국 영향이 물론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대기 개선 노력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의 원인에는 비단 중국산 미세먼지 뿐 아니라 엄연히 한국 안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있기 때문이다.

    측정 방법이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경우 한국산(産) 미세먼지 비중은 40~60% 수준으로 중국발(發) 미세먼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장 이번 주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 역시 국내 요인의 비중이 높은 질산염이 2.3~3.4배 증가한 반면, 국외 유입 비중이 높은 황산염은 1.3~2.4배 증가에 그쳐 국내요인이 더 컸다.

    한국기상산업협회의 김승배 기상본부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연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0㎍/㎥ 내외 수준인 반면, 한국은 중국 영향이 없는 여름, 가을에도 평균 50㎍/㎥ 수준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 옆에 중국이 통째로 사라지고 한국만 남더라도 이러한 공기 수준에서는 대기 정체가 지속되면 지금과 같은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 국내 유입기류 역궤적 분석. 한국에 위치한 고기압권 영향으로 시계방향의 이동과 내륙에서의 느린 북풍기류의 이동이 두렷하게 보였지만, 정작 미세먼지 비중은 국내요인이 더 높았다.

     

    위성사진 등을 보면 중국 황사가 한반도를 뒤덮는 것 같아도 실제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중국으로부터 계절풍이 불어오는 봄, 겨울에 유독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물론 중국 먼지 탓도 있지만, 애초 추운 계절에 대기 질이 나빠지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 수요가 늘면서 화력발전 수요가 급증하는데, 충남의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가 계절풍을 타고 한반도에 널리 퍼진다.

    또 지표면이 차가워지면서 대기의 상승작용이 둔해지면서 자연스레 대기 정체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는 "위성사진에 잡히는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는 굉장히 높은 대기층의 움직임으로, 우리가 숨쉬는 지표면의 공기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일부는 지표면으로 떨어지지만, 대부분은 바람을 타고 계속 흘러간다"고 설명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의 근본 원인은 대기 정체에 있다. 국내산이든 중국산이든 공기 흐름이 활발하면 미세먼지가 곧바로 흩어지지만, 기압골의 영향으로 국내 대기가 정체되면 미세먼지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 유제철 생활환경정책실장도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정체"라며 "공기흐름이 원활할 때는 절대 고농도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설령 발생하더라도 바로 흩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온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중국에서 온 것들도 그냥 지나가 버리면 고농도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한반도 상에 정체할 경우에 국내 미세먼지와 합쳐져서 고농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 역시 "이번 미세먼지 상황처럼 대기가 정체된 상태로 지속되면 공기가 흐르지 않으니까 외부 중국 미세먼지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다"며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가 발생한 초기에는 중국발 미세먼지 비중이 높지만, 공기 흐름이 멈추고 시간이 지나면 한국산 미세먼지가 계속 쌓이면서 비중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중국보다 국내에 눈을 돌리는 더 큰 이유는 대기 개선에 필요한 막대한 환경 처리 비용이다. 경제 발전이 급한 중국을 억지로 끌어들이기 쉽지 않은 마당에 일단 국내 요인부터 해결하는 것이 차라리 효과적인 셈이다.

    김 본부장은 "1960~70년대 한국도 경제 개발에 밀려 환경은 뒷전이었는데, 그 때 일본이 우리나라에 먼지 줄이라고 하면 말을 들었겠나"라며 "미세먼지 줄이겠다고 한국이 모든 차량을 없앨 수 없는 것처럼 중국도 중국의 입장에서 국가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상황이다보니 해법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조류독감이나 메르스, 사스처럼 전염병이 중국에서 퍼져 나온다면 외교적 마찰을 각오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먼지는 한국에서도 배출되는 문제"라며 "중국이 일부러 먼지를 흘려보내는 것도 아닌 만큼 협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중국이 자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하도록 양국이 공인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 결과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 교수는 "한국이 미세먼지 문제를 깨달은 지 10년도 채 안돼 연구인력도, 성과도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중국 측에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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