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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죄가 없다면 왜 ‘미안하다, 잊어라’ 반복했나?”



정치 일반

    “안희정, 죄가 없다면 왜 ‘미안하다, 잊어라’ 반복했나?”

    - 입법 정책적으로 다루자? 재판부 시각 전환 먼저
    - 고용, 진로, 평판 등 묶여있어..‘유형력’ 포함
    - 검찰 항소 예정.. 법조계 내부 비판적 시각도 있어
    - 다시 태어나겠다? 도의적 사과일 뿐 신뢰 안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8월 14일 (화)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정관용>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늘 1심 선고 무죄가 선고됐죠. 워낙 사회가 의미가 큰 사건인 만큼 이번 선고 결과에 대한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벌써부터 여성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네요.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연결해서 의견 듣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혜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오늘 선고하는 법정에 직접 가셨다고요?

    ◆ 김혜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오늘 무죄판결.

    ◆ 김혜정>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에 대해서 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공감대가 계속 형성되어 왔었기 때문에 무죄가 나와서 좀 많이 놀랐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아무튼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 이렇게 선고 이유를 밝혔거든요. 그 대목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 김혜정> 그런데 오늘 재판부에서는 선고문을 읽었는데요. 전체 판결문이 아니고 선고문 축약된 형태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검찰이 냈던 증거들 그리고 피해자가 했던 증언들, 검찰 측 증인 증언들에 대해서는 판단을 한 내용이 거의 기재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피해자 심리상태에 대해서 검찰 측 의견서가 3개가 이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간단하게 그냥 해당되지 않는다 이렇게 써있었고요. 그리고 피해자가 어떻게 거절의사를 표현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일관되게 말했는데 그냥 위력행사 없었다, 이렇게만 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쓰여 있어서 사실 판결문에서 찬찬히 봐서 사실 오인은 없는지 평가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또 재판부는 이 성폭행 이후에도 피해자가 지인들한테 피고인에 대한 우호적인 말들을 메신저로 계속 보냈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성폭력 피해자와는 좀 다른 행동이다 이렇게 봤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1심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김혜정> 피해자 같은 경우에는 8개월 만에 신고를, 사회적인 고발을 했는데요. 그 사이에서는 굉장히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그 시간을 버텼던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이 연락들은 대부분 어떤 특별한 친밀한 속사정이 있었다 이런 내용들이 아니고 업무에 대한 내용들이거든요. 그리고 주변에 있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도 최측근들이랑 내용을 주고받았을 때는 열심히 해야죠, 지사님 잘 모셔야죠. 이런 내용을 당연히 평소처럼 주고받았던 것이고요. 그런데 또 다른 동료들한테는 힘들다고 호소한 메시지들도 제출되었었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선고문에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정관용> 선고 후에 피해자 김지은 씨와 이야기를 좀 나눠보셨죠?

    ◆ 김혜정>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뭐라고 하시든가요?

    ◆ 김혜정> 네. 일부는 그동안 이제 비공개 재판에서도 계속 신문이 16시간 동안 있었는데요. 그때 판사들이 질문하는 방향이라든지 쓰는 용어들 이런 것들을 생각을 했을 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겠다라고 좀 예감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판사들이 어떤 질문을 할 때 그런 예감이 들었다고 합니까?

    ◆ 김혜정> 일단 비공개 증언을 했던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요. 성폭력 강간과 추행을 판단할 때 어떤 기준으로 확인을 해야 되는지 그리고 위력에 의한 사건일 때는 어떤 판단기준으로 해야 되는지 그리고 아예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그런 외국에서의 법들도 있거든요. 이거 사이에서 좀 헷갈린 채로 계속 질문들이 좀 집요하게 있었던 것이 있었고요. 그래서 재판부가 지금 기소된 이 죄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인가 어떤 판단 기준을 적용을 할 생각인가 그런 것들이 형성된 채 증인신문들을 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 정관용> 방금 언급하신 외국의 사례. 오늘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선고 이전에 그런 내용을 쭉 밝혔단 말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형법 체계상에서는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의사표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를 처벌하는 그런 외국의 입법들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법이 없다. 현재 우리 법체계에서는 명백히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처벌할 도리가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이건 입법 정책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런 의견까지 밝혔거든요.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혜정> 그런데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강간과 강제추행은 좁게 해석을 해 왔습니다, 이제까지. 폭행, 협박이 굉장히 심할 때 인정을 해 왔고요. 이것도 2016년 이후에 대법원에서는 판례경향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좁은 폭행과 협박이 강력하게 있지 않더라도 성적사유결정권 행사에 방해가 되는 정황들을 인정하는 판례로 가고 있는데 그것도 반영을 안 한 상태고요. 또 우리나라에서는 위력에 의한 간음,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는 조항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래서 재판부가 별도 입법을 해야 된다고 말했으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러면 입법된 형태가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이라는 게 입법이 된 게 우리나라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면 이것을 입법된 것이기 때문에 이걸 적용할 수 있어야 되는데 이거 적용도 안 한 거죠. 그렇다면 다른 “No means No"법이라든지 지금 이야기한 비동의 간음죄라든지 이런 것들을 도입한다 해도 그것은 적용될 수 있는가. 재판부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겁니다.

    안 전 지사의 공판이 열렸던 지난 7월 2일,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여성민우회 제공)

     

    ◇ 정관용> 2016년 이후에 법원의 판례가 변화하는 데도 유독 이번 1심 맡은 재판부는 시각이 안 변한 것 같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김혜정> 맞습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 같은 경우에는 많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또 직장 안에서의 업무 고용 관계라든지 감독자, 피감독자의 관계라든지 이런 것들을 반영해서 피해자는 분명 원치는 않았는데 가해자가 어떤 힘을 행사한 정황이 인정된 판례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다른 강간과 강제추행이 좀 더 심한 유형력이 있는 사건들도 보호법인.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더 살피는 그런 판례들이 되게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도 더 못한 판결을 물리력에 의한 사건으로 기소된 건에서 한 셈입니다.

    ◇ 정관용> 물론 그런 판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방금 언급하셨습니다마는 또 실제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부분. 그 위력에 의한 그건 형량도 지극히 낮았다는 얘기도 많아요. 어떻게 보세요, 그동안은?

    ◆ 김혜정>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성폭력 여러 죄명들 사이에서의 법정형 격차들이 되게 나고 있고요. 이것은 위력이라는 좀 덜한 힘으로 행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좀 덜 처벌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법정형이 되어 있는데요. 사실 저희가 실제로 봤을 때는 위력을 행사하면 되게 약한 힘을 행사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사람이 가진 권세, 지위 또 그것에 저항할 수 없이 고용, 생계, 진로, 평판 이런 것들이 다 묶여 있는 상황. 이런 것들이 사실은 행사되는 유형력에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저희는 판단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위력이 있는 사건을 실제로 내는 피해 정도나 이런 것을 생각했을 때 다른 강간이나 강제추행보다 법정형이 이렇게 낮아야 되는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 정관용> 물론 여성단체 시각에서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각종 진술과 증언을 모두 다 이제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겠습니다마는 법정은, 법원은 이 피해자의 진술에 좀 의심가는 대목도 많다는 식의 또 언급을 했습니다. 그건 어떻게 판단하세요?

    ◆ 김혜정> 맞습니다. 피해자에 대해서 피해자가 했던 행동들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의심이 간다라고는 되게 많이 얘기를 했는데요. 그러면 저희는 이제 이번 선고문에서 빠져 있는 내용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 가해자 측이 어떤 범행을 하고 난 다음에 잊어라, 잊어라, 잊어라. 굉장히 여러 번 이야기하고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참모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미안하다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본인이 주장하고 있던 친밀했던 관계다. 사귀었던 합의했던 성관계다라는 것과도 배치가 되고요. 그리고 상대방이 원치 않았음에도 했기 때문에 미안하다, 잊어라. 참모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미안하다. 이런 얘기를 한 정황이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가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업무 때 보여줬던 어떤 행동들을 뭔가 이상하다, 피해자 같지 않다라고 판단을 내렸다는 건 굉장히 부족하고 미흡한 판단이라고 생각됩니다.

    ◇ 정관용> 항소할 계획이죠?

    ◆ 김혜정> 네. 검찰이 할 건데. 검찰이 입장을 낸 거에서는 항소를 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고등법원에 가면 판결이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십니까?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1심 무죄 선고를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김혜정>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법원도 판례가 많이 바뀌고 있고요. 그리고 다른 위력에 의한 성인에 대한 사건들 중에 대법원 유죄 확정된 사건들이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법조계 내부에서도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고요. 이렇게 판결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히 그런 것들이 2심, 3심에서 나타날 거라고 믿습니다.

    ◇ 정관용> 피고인은 무죄선고 받은 후에 부끄럽고 죄송하다.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건 어떻게 들으셨어요?

    ◆ 김혜정> 정치인들이나 권력자들이 도의적 사과를 많이 하거든요. 국민들한테 인사하고 도민들한테 인사하고 이렇게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제 책임은 지고 있지 않거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법적으로는 피해자한테 역고소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은데요. 지금 상태에서는 신뢰가 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이번 판결이 미투 운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혜정> 피해자들은 사실 불이익이 있죠, 신고를 하면. 그리고 이렇게 드러내서 얘기하면 이번 건을 보면서 좌절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계속 내가 그 피해를 계속 당하고 거기에 있을 것이냐. 무엇이 더 나은 삶이냐. 이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고 싸우고 계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피해자들만의 고민은 아니고요. 이번 판결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과연 안전한가, 우리 사회가 믿을 만한 사회인가. 이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김혜정> 네.

    ◇ 정관용>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을 통해서 여성단체의 입장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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