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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맥주'부터 소녀상까지…달라진 기부 '크라우드 펀딩'



IT/과학

    '문재인 맥주'부터 소녀상까지…달라진 기부 '크라우드 펀딩'

    아이디어·재능만으로 스타트업·창작자에게 기회를, 투자유치 창구로도 급부상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굴뚝우체통 #마음은굴뚝같지만…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던 지난달,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소식이다. 지난해 11월 12일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는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 올랐다.

    지난 6월 19일, 221째 굴뚝에서 사투를 벌이던 그들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텀블벅'에서 '마음은 굴뚝같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파인텍 굴뚝 농성자들의 후원금 800만 원을 약 한 달간 모으는 것이다. 후원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히려 목표금액보다 400만 원을 더 채웠다. 여전히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파인텍 농성자들은 후원자들의 응원과 정성에 굴뚝 위를 지키고 있다.

    '코르크 블루투스 스피커'는 '빈 병을 활용하면 울림통이 커져 좋은 소리를 낼 것'이란 아이디어만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800만원을 모았다. 이후 내놓은 시제품은 주문이 폭주했고, 다섯 번의 추가 펀딩을 통해 제품 생산비 등 약 1억원을 모았다. 최근 멕시코로 코르크 스피커 5만개 수출 계약을 맺었다.

    사회 운동에 참여하거나 혹은 좋은 제품 생산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십시일반'이 SNS를 타고 활성화되고 있다. 후원자들은 기부 자체로도 뿌듯하다. 원하던 바를 성취한다면 이런 후원과 투자는 더욱 즐겁고 보람된 체험으로 변한다.

    이같은 트렌드는 '텀블벅'과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과 함께 커가고 있다. '마음은굴뚝' 프로젝트처럼 정의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기술이나 재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예술·창작자에게 기회를 주는 플랫폼으로, 나아가 새로운 투자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 "창조적인 사람에게 기회를" 후원형 펀드 '텀블벅' 사회 변화도 이끌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다. 주로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보증기관이나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만으로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제품 약정 고객들을 통해 시장에 대한 검증도 가능하다. 아예 시장 반응을 미리 살피며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는 기업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나아가 장애인 인권, 사회운동, 아동·노인 빈곤에 대한 기부는 물론,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의류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으로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텀블벅 염재승 대표

     

    대표적인 게 '텀블벅(tumblebug)'이다. 염재승 (31) 대표는 다양한 문화 창작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알리고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2011년 '텀블벅'을 설립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실물 제품과 관련 서비스로 보답받는 후원형과 지분 투자 형식의 증권형으로 나뉜다. 텀블벅은 꾸준히 '후원형' 펀딩에 집중하고 있다. 성공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일시적인 기부가 아닌 창작자나 캠페인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텀블벅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은 창작자'다. 이런 가치관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염 대표의 작은 목표에서 출발했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최소 수백만 원이 필요한데 이를 학비 외에도 마련해야 하는 게 늘 걱정이었다"면서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텀블벅은 시작됐다.

    "텀블벅은 더 많은 창조적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창작자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염 대표는 말했다. 텀블벅은 지금까지 약 48만 명의 후원자, 전체 누적 펀딩은 410억 원을 돌파했다.

    텀블벅을 통한 펀딩은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다.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체벌에 맞선 그림책 '엄마가 나를 때렸어'는 텀블벅에서 펀딩 금액의 200%를 초과 달성했다. 수익금의 50%는 아동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에 후원돼 체벌 근절 운동과 학대 아동을 위한 지원에 쓰인다.

    (사진=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작가는 텀블벅에서 '작은 소녀상'으로 2억 67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목표금액인 1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텀블벅에서 진행된 사회적 캠페인 중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작은 소녀상의 제작비를 제외한 후원금 전액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정의기억재단에 전달됐다.

    염재승 대표는 "후원금을 낸 후에도 창작물을 받아보면서 자신이 좋은 일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후원금이 모였는지,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강점도 빼놓을 수 없다.

    ◇ "문재인 맥주부터 아이디어 하나로 수출까지" 와디즈, 대출 힘든 스타트업에 새로운 대안 제시

    후원평 펀드 강자가 텀블벅이라면 와디즈는 후원형뿐만 아니라 증권형 펀딩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2012년 후원형 펀딩으로 발을 내디딘 와디즈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증권형 펀딩'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 증권형 펀딩 자체가 국내에 없던 터라, 와디즈는 이에 대한 법안 제안부터 통과까지 손수 이뤄낸 '대한민국 증권형 펀딩 1호'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계 1위 기업인 와디즈는 최근 일본 최대 크라우드펀딩 기업 마쿠아케, 온누리 H&C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글로벌 진출 등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온누리H&C 박효수 실장(왼쪽), 와디즈 최동철 부사장(오른쪽) 와디즈

     

    투자·금융계에 몸담고 있던 신혜성 대표는 "아이디어가 뛰어나더라도 창업하려면 담보가 필요한데, 대출이 힘든 초기 사업자들에게 신뢰를 기반으로 대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뛰어들었다. 와디즈(wadiz)라는 회사 이름도 '사막의 강'을 뜻하는 '와디(wadi)'에서 출발했다. 사업 초창기 대출받기 힘든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 펀딩을 통해 기업에 좋은 역할을 하는 곳이 되자는 포부를 담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증권형 펀드'는 와디즈 전엔 없던 시장이었다. 와디즈 신승호 이사는 "VC(벤처캐피탈)를 만나기 어려워 투자받기 힘든 초기 기업들에겐 새로운 대안이 됐다"고 말했다. 또 "리워드(후원형) 역시 갈수록 모바일, 온라인상에서 중간 유통 없이 직접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대두되고 있는데 (와디즈에) 좋은 제품들이 많이 제안되면서 팬덤도 생기고 메이커들 사이에서도 좋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청와대 만찬에 올라 '문재인 맥주'라고 불리게 된 토종 수제 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는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운 여행 가방 브랜드 '샤플'은 와디즈에서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상 최대 금액인 15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와디즈펀딩을 진행했던 일본영화 '너의 이름은' 프로젝트는 영화 펀딩 사상 최고 수익률인 연 80%를 기록한 바 있다.

    와디즈는 올해 상반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모집금액 기준 6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 일본 최대 크라우드펀딩 기업 마쿠아케, 온누리 H&C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글로벌 진출 등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12년 공동창업자 3명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 수도 100명이 훌쩍 넘는다.

    와디즈의 수수료는 각각 후원형 10%. 증권형은 5~6% 수준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입점조차 힘든 30%가량의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비해 낮은 판매수수료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크라우드 펀딩의 사회경제적 역할에 사회복지단체들도 적극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고 있다. 굿네이버스의 '몽골에서 온 따뜻한 캐시미어' 프로젝트는 목표금액의 1007%인 503만 7000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몽골 저소득층의 경제 자립을 지원하는 협동조합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현지에서 제작한 캐시미어 100%의 아동복을 보상으로 제공한 프로젝트다.

    신승호 이사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시장성 검증이 가능할뿐더러 초기 펀딩을 넘어 꾸준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후원자들도 아이디어가 좋은 만큼 응원해주고 싶은 팬덤, '영화 노무현입이니다'처럼 수익보다는 의미, 수제 맥주 같은 특정 제품이 좋아서 같은 자신의 기호나 사회적 가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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