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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문구 검열?…'도전! 골든벨' 모자이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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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문구 검열?…'도전! 골든벨' 모자이크 논란

    '동일 범죄, 동일 처벌', '낙태죄 처벌' 등 문구 모자이크 처리
    '연예가중계'에서도 '페미니즘' 단어 지우기 논란
    시청자들 "여성 인권 문구, 문제적인 것처럼 가린 건 부적절"

    상단 부분 화이트보드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문구들. (사진=방송 캡처)

     

    장수 퀴즈프로그램 KBS 1TV '도전! 골든벨'이 페미니즘 문구 모자이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방송된 908회 '도전! 골든벨' 방송에서는 안양 근명여자정보고 학생들이 출연해 '골든벨' 울리기에 도전했다.

    그런데 이 중 한 학생이 화이트보드를 꾸미며 적은 문구가 모자이크 처리돼 방송됐다. 방송에서 지워진 이 화이트보드에는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의미를 담은 '동일 범죄, 동일 처벌'과 중요한 페미니즘 이슈 중 하나인 '낙태죄 폐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구를 적은 학생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도전! 골든벨'에 나가서 동일 범죄, 동일 처벌'과 '낙태죄 폐지'를 써뒀는데 그걸 다 가려버렸다. KBS 편집팀인지, 위에서 지시를 내렸는지 잘 알았고, 나는 그게 정치적 발언인 줄은 몰랐다"고 KBS 측을 비판했다.

    현재 이 사건이 SNS로 퍼지면서 해당 학생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털기 등이 벌어지며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쏟아지는 비하 발언들에 해당 학생의 SNS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KBS의 '페미니즘 지우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연예가중계'에서도 DJ DOC 멤버 이하늘이 농담 식으로 "우리도 여성 팬이 많다. 페미니스트 쪽에서"라고 답변하자 사이렌 소리를 넣고 '잠시 화면 조정 시간을 갖겠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자연경관을 내보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 보장을 논의하는 '페미니즘'이 공영 방송에서 금기어처럼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연예가중계' 조성숙 CP는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DJ DOC가 항상 높은 수위를 오가는 솔직한 말을 하기 때문에 다른 발언을 못하게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을 했기 때문에 웃고 넘어가자는 뜻에서 넣은 화면"이라며 "기분 나쁘게 만든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화면 만으로 페미니스트를 모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논란이 없도록 방송을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결국 농담조도 아닌 개인 신념을 표현한 페미니즘 문구를 '도전! 골든벨' 측에서 어떤 기준으로 모자이크 처리했느냐가 관건이다. 벌써부터 일부 시청자들은 이 같은 '도전! 골든벨'의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스스로 남성 시청자임을 밝힌 이모씨는 6일 시청자게시판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 인권 문구이고, 혜화역 시위의 주장 내용이라 정치적 문구라 판단해 모자이크 했는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자의적 편집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직접적인 혐오 표현도 아니고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인데 문제적 문구인 것처럼 모자이크로 가려버린 것은 부적절한 편집"이라고 편집 방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거의 사상검증에 가까운 조치였다고 보일 정도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 공영방송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정치적 문구이더라도 청소년은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면 안되느냐. 용인될 수 있는 최소한의 생각마저 공영방송에서 차단하다니 이런 시대착오적 방송에서 무슨 지식을 겨룬다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청자 이모씨는 "'동일 범죄, 동일 처벌'이 틀린 말인가? '도전! 골든벨'은 왜 해당 문구를 모자이크 처리해 내보냈나. 공영방송이 학생들의 사상까지 검열하려 드는가. 이렇게 검열한 이유에 대해 해명하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CBS노컷뉴스에 "정답판에 정치적 문구를 쓰지 말아달라고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가족 이야기 등 개인적 사담들은 어느 정도 노출이 가능하지만 취지에 맞지 않는 문구라고 판단해 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모자이크 편집을 했다. 현재 해당 학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공식 입장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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