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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순 "세상엔 완벽하게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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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순 "세상엔 완벽하게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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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감독 연속강좌 ⑤] '애국자 게임', '레드 마리아' 경순 감독

    한국영화가 '남초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지난해와 올해 개봉한 상업영화 포스터만 봐도, 여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 해에 200편 안팎으로 제작되는 한국영화 개봉작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은 10%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여성 감독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며 관객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는 현재 한국영화 안에서 여성 감독의 위치를 묻고, 각 감독의 작가성을 탐구하는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를 3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다. 이 중 기사화에 동의한 감독들의 강의를 옮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변영주 "계속 욕망하는 사람이 결국 영화를 만든다"

    ② 이경미 "제가 보고 싶고, 되고 싶고, 꿈꾸는 여성을 그린다"
    ③ 임순례 "여성이기에 영화 만들기 어려운 환경 벗어나길"
    ④ 신수원 "영화로 거짓말을 할 순 없지 않나"
    ⑤ 경순 "세상엔 완벽하게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대표적인 한국 여성 다큐멘터리스트로 꼽히는 경순 감독
    경순 감독은 대표적인 한국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죽은 자식의 명예회복과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는 전국 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 회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민들레'를 시작으로, 그는 다른 이의 시선이 가닿지 않은 곳을 바라봐 왔다.

    국가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는 '애국'을 정면으로 다룬 '애국자 게임', 사회가 규정한 정상가족의 틀을 벗어나 가족주의의 문제점을 고민하는 '쇼킹 패밀리', 해군기지 설치 이슈로 숱한 논쟁을 낳았던 제주 강정마을을 카메라에 담은 '잼 다큐 강정' 등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의 뚜렷한 개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일본, 필리핀 등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이름으로 사는 여성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파고들기 위해 '배'에 주목한 '레드마리아', 성 노동자들과 매춘부 출신의 위안부를 다룬 '레드마리아2' 등은 경순 감독이 얼마나 거침없이 도발적인 이슈를 다루는지를 보여준다.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222호에서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경순 감독:연대와 적대의 다큐멘터리'가 열렸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그의 영화 제작기뿐 아니라, 이미 정해진 하나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차마 담기지 못한 '다른 목소리'에 더 관심이 간다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함께 알아봤다.

    우선 첫 작품 '민들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법을 만들어 의문사 당한 자식들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 부모들의 이야기다. 경순 감독은 "민주화를 위해 싸운 자식들을 위해, 부모들이 대신 싸우고 있다는 데에 굉장히 문제의식이 컸다.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사회 구성원들, 국가가 해야 할 몫을 여전히 가족에게 떠넘긴다는 게 강하게 남아있었다"고 설명했다.

    '애국자 게임' 역시 당대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모두가 '나라 살리기'에 애쓰는 모습을 보며 경순 감독은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애국이 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한다. 또한 대통령을 사상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당시를 그는 '코미디'라고 묘사했다.

    성역 없이 민감한 소재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자기검열이 없는지 묻자 경순 감독은 "(작품은) 당사자가 가진 철학, 자기가 가장 즐거운 게 무엇인가와 연관돼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로 좀 더 유명해지길 원한다고 한다면 좀 더 타협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주 재미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밝혔다. 물론 타협한 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쇼킹 패밀리'를 만들 때가 굉장히 재미있는 사례인데 그걸 만들 때는 약간 타협했던 것 같아요. 가족주의를 유쾌하게 비판한 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수준마저)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다수로부터 여성 문제에 대한 공감을 얻는 덴 성공했지만, 그다음 이야기를 던지는 문제까지는 가지 않았던 거예요.

    제가 만든 영화 중 관객과의 대화를 제일 열심히 한 게 '쇼킹 패밀리'였어요. 거의 간증의 시간이었죠. 관객분들이 자기 가족 상황과 처했던 얘기를 하셔서. 이건 관객과의 대화를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되게 많이 했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죠."

    경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쇼킹 패밀리', '레드마리아'
    지금 당장 시급하게 이야기되어야 할 문제로 올라서지 못한, '뒷전'에 있는 것들에 귀 기울이다 보니 스타일도 남달랐다. 그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놓치는 이야기'가 제 관심 주제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일관되게 그래와서, 한 인물을 따라가는 등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풀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순 감독은 "기록문화의 기준이 달려져야 하다고 본다"면서 "세상에 완벽하게 옳은 것도, 완벽하게 틀린 것도 없다는 게 저의 접근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제 주장이 더 강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의 목소리도 다 똑같을 수 없다. 100명이 모이면 100명의 목소리는 다 다르다. 저는 100명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더라도 다른 목소리에 관심이 있으니 (보는 사람이) 불편할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100%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다'는 게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또한 "각자 사고하는 동물이므로 고민할 시간 역시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무엇이든 입장을 다 가져야 하는 것처럼 돼 있다"면서 "우리는 싸우는 건 익숙하지만 대화하거나 타협하는 것에서는 너무 연습이 안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입장을 갖고 어떤 편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아니라는 거다. 1년 동안, 혹은 10년 동안 고민할 수도 있는데 그걸 기다려주지 않는 조급함이 있다. 논쟁은 많을수록 좋은데, 그러지 않고 금기나 침묵이 되는 순간 갇힌 사회가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순 감독은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작업에만 몰두해 왔다. 극영화로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계획이 있는지 묻자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형식 자체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다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다큐로 하는 게 훨씬 더 익숙하고, 제 몸이 빨리 간다. 극영화로 찍을까 하다가도 다큐로 가게 된다. 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게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순 감독의 '쇼킹 패밀리'는 오는 31일 개막하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주년 기념 앵콜전 '옥랑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상영된다.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222호에서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경순 감독:연대와 적대의 다큐멘터리'가 열렸다. 경순 감독(가운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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