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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태극기 떼고 북한은 인공기 달고



통일/북한

    남한은 태극기 떼고 북한은 인공기 달고

     


    '南은 태극기 떼고 北은 인공기 달고'

    2일자 한 조간신문에 실린 사설 제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은 남한에 와서 인공기를 달고 다니는데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공동훈련하러 간 우리 선수들은 태극기를 달지 않았다는 것을 비교하면서 '정부가 북한 눈치나 살피며 비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내용이다.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그런데 이는 비교 대상부터가 잘못됐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보자.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 본진 32명이 전날 전세기편으로 양양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들이 모두 가슴에 북한 인공기를 달린 옷을 입었고, 충북 진천에서 훈련하고 있는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 12명도 인공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있다.

    맞는 얘기다.

    이들 모두 북한을 대표해서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국기나 상징물을 유니폼에 부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올림픽 선수촌에 북한 인공기도 게양되지 않았나.

    북한 피겨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가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런데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일단 팩트부터 점검해보자.

    공동훈련이 실시될 당시 남북한 선수들은 스키복 위에 일제히 앞뒤로 검정색으로 큼지막한 번호가 새겨진 초록색 조끼를 겹쳐 입었다.

    우리 선수들이 입은 조끼에 태극기가 달려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 그런데 이것은 북한 선수들도 마찬가지. 역시 인공기나 다른 휘장은 부착돼있지 않았다.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남북한 스키대표 상비군 및 선수들이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에서 훈련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남북은 협의과정에서 번호표 위에 북측은 김일성·김정일 휘장을, 남측은 태극기를 달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훈련은 국가 대항전이 아니고 남북한 친선 교류의 일환으로 마련된 행사였다. 그동안 국가 간 공식경기가 아닌 친선차원의 교류 행사일 경우 서로 합의하에 양측의 국가 상징물을 별도로 부착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자칫 순수한 교류 행사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가 간 공식경기가 아닌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남북 간 친선 차원의 교류인 만큼 양측의 국가 상징물을 별도로 부착할 필요가 없다는 선에서 과거 남북교류 관례 등을 감안해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유니폼에 코리아 문구나 태극기가 들어가 있는 옷을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는 지적은 사실과 좀 달랐다.

    이번 방북단과 동행한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남북은 번호표 외 부분은 별도로 협의한 게 없고, 우리측 선수들 중에는 유니폼에 태극기 문양이 그려진 옷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당국이 우리 선수들에게 '북측 인사와 접촉할 때의 일반적인 유의 사항'을 안내했겠지만 유니폼과 관련해 저자세로 보일 만큼 엄격하게 제한된 조치가 있었던 아니라는 얘기다.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김유정(북, 왼쪽부터), 노진솔(남), 김련향(북), 임승현(남), 추선경(북), 이재준(남), 공신정(북), 조은화(남), 북측 선수, 박재윤(남), 김현수(남) 선수 등 남북 알파인스키 선수들이 1일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마친 후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공동취재단 역시 이번에 북한 들어가거나 나올때 노트북을 검열 한다거나, 사진·동영상 보여달라면서 이것저것 잘라야 된다고 간섭한 적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행사임에도 밑도 끝도 없이 '남쪽에 온 북한 선수들은 인공기를 달아도 되고 북으로 간 남한 선수들은 태극기를 달지 못하게 했다'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한 당국자는 "어제 방남한 북측 선수단은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국 자격으로 우리측 지역을 방문한 것이고, 우리측 인원의 마식령 스키장 방문과는 그 성격과 취지가 다르다"며 오해가 없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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