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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잔다르크'는 영웅? 괴뢰? "아동학대 피해자"



국제일반

    '팔레스타인 잔다르크'는 영웅? 괴뢰? "아동학대 피해자"

    • 2018-01-04 11:47

    가디언 성장기 조명…"두세대가 겪은 점령지 트라우마의 상징"

    12세에 인권변호사 꿈꾸다 16세에 군인 때려 장기수 위기

    아헤드 타미미의 동네인 나비살레에서 2015년 불거진 시위대와 이스라엘 병사의 몸싸움. 왼쪽에 타미미가 울며 군인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팔레스타인 해방시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16세 소녀 아헤드 타미미를 두고 많은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행정부의 '예루살렘 선언' 때문에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스라엘 병사를 때렸다가 무려 12개 혐의로 체포된 뒤 진영을 불문하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타미미를 저항의 상징, 어린이 영웅, 자유투사로 보고 있다. 그를 노벨평화상을 받은 소녀 교육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파키스탄)나 백년전쟁 때 프랑스를 이끈 여걸 잔 다르크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에서는 타미미가 폭력 속에 훈육된, 정치적인 부모의 꼭두각시일 뿐이며 엄한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4년간 취재했으며 타미미와도 알고 지낸 해리엇 셔우드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의 의견은 둘 다 아니었다.

    셔우드는 4일 칼럼을 통해 "타미미는 잔다르크, 팔레스타인의 괴뢰가 아닌 트라우마를 지닌 (피점령) 2세대의 상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타미미의 성장기, 가족관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나이로 따지면 타미미는 이스라엘 점령기를 겪는 두 번째 세대다.

    그의 부친은 이스라엘이 6일 전쟁에서 이겨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 가자, 골란 고원을 점령한 1967년에 태어났다.

    부모에 이어 타미미의 삶도 날 때부터 검문소, 신분증, 구속, 주택 파괴, 협박, 수모, 폭력의 연속이었다. 그게 그대로 일상이었다.

    타미미의 집은 서안지구의 62%를 차지하는 C지구에 있어 이스라엘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는 동네는 '나비 살레'로 10년 전부터 반이스라엘 시위가 자주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규를 어기고 건립한 정착촌에서 무단으로 우물을 끌어다 쓴 이후로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자유투사로 칭송되고 있는 아헤드 타미미 (사진=연합뉴스 제공)

     

    타미미의 아버지 바셈, 어머니 나리만을 포함한 가족들은 종종 시위의 선봉에 서곤 했다.

    시위대는 돌을 던졌고 이스라엘 병력은 최루가스, 고무탄, 물대포, 심지어 어떤 때는 실탄을 쏘았다.

    타미미의 삼촌 루시디에를 포함해 동네 사람 최소 2명이 시위를 하다가 죽었다.

    다친 사람들은 수백명이었고 최소 140명이 체포되거나 투옥됐다. 타미미의 부모도 감방을 들락거렸다.

    셔우드는 "타미미가 이런 환경에서 컸다"고 강조했다.

    험악한 환경에서 타미미의 부모는 딸의 도발을 오히려 부추겼다. 이들은 타미미를 '팔레스타인 새 세대의 상징', '자유투사'로 추켜세웠다.

    셔우드는 "부모가 체포되고, 삼촌이 총을 맞은 뒤 땅바닥에서 온몸을 떠는 동영상을 타미미와 형제들이 수차례 반복적으로 시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미미가 고도로 정치화한 집안의 일원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 이스라엘 군인에게 대든 게 동영상을 찍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점, 딸의 그런 행위가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전파되는 데 타미미의 부모가 조금도 거리낌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타미미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원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칼부림이나 자폭, 돌 던지기 등 무엇이 되든 간에 누구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선동한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셔우드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지지구에 사는 다른 팔레스타인 어린이들도 타미미와 유사한 경험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잔인한 경험으로 삶에 대한 평생의 태도가 결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2세에 인권변호사를 꿈꾸다 16세에 장기수가 될 처지에 몰린 타미미 (사진=연합뉴스 제공)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한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전문가인 프랭크 로니는 점령지에서 성장한 이들에게서 '세대 간 트라우마'를 봤다고 밝혔다.

    로니는 "계속되는 분쟁, 경제·사회적 환경의 악화, 폭력 증가가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집단고립지 어린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그 때문에 좌절의 악순환으로 더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셔우드는 타미미가 12세 때는 변호사가 돼 팔레스타인 권리신장을 위해 싸우겠다는 장래희망을 밝혔다가 16세가 된 지금 장기수가 될 위기에 몰렸다고 탄식했다. 이는 단순히 한 아이의 얘기가 아니라 희망과 안정을 빼앗긴 한 세대, 두 세대의 얘기이며 세 세대의 얘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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