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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PD수첩'이 담아낸 KBS의 혹독한 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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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MBC 'PD수첩'이 담아낸 KBS의 혹독한 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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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방송된 MBC 'PD수첩-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사진=방송 캡처)
    지난 9월 4일 0시, 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가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와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내건 목적은 두 가지였다. 경영진(고대영-김장겸) 퇴진과 방송 정상화.

    이번 파업도 만만치 않게 길었다.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의 구도 재편으로 '비교적 빨리' 사장이 바뀐 MBC의 파업도 72일이나 이어졌다. KBS는 20일 현재 108일째 '파업 중'이다.

    조금 빨리 일터로 돌아간 MBC 'PD수첩'은 지난 7월 제작거부 이후 재개하는 방송의 두 번째 아이템으로 'KBS'를 택했다. 19일 방송된 'PD수첩'의 부제는 '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였다.

    맨 끝에 붙은 물음표는 '의문'을 나타낸다. 이는 지난 2009년 11월 취임한 김인규 당시 KBS 사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방송전략실장을 맡아 이른바 '국밥 CF'를 기획해 서민 이미지를 심어 준 그가 '낙하산'이라는 비판에 내놓은 답이다.

    19일 방송된 MBC 'PD수첩-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사진=방송 캡처)
    방송은 현 정권의 방송 특보 출신이자, 5공 당시 군사정권 옹호 보도에 열심이었던 김 전 사장이 보란 듯이 밝힌 "저는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 자본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왔습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파고드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라 시청자들의 문제제기가 나온 9년 전부터 요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한 고대영 현 사장의 행보를 좇았다. KBS 공정성 지표가 줄곧 하락하는 동안 고 사장은 보도국장-보도본부장-자회사 사장-사장으로 계속해서 승진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최근 '비보도'를 대가로 고 사장이 보도국장 당시 200만 원을 수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 사장이 보도국장이었을 때 용산참사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벌어졌다. '국가폭력'과 '외부세력이 개입한 불순한 시위'라는 선택지 중 KBS는 후자에만 몰두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흠집내기식 보도를 해 서거 당시 봉하마을에서 중계차를 빼야 할 정도로 성난 민심을 마주해야 했다. 화가 난 추모객이 KBS 취재기자의 뺨을 때리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고 사장이 보도본부장이었을 때에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김 전 사장이 '수신료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던 당시,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 녹취록이 한선교 의원(현 자유한국당)에 의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19일 방송된 MBC 'PD수첩-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사진=방송 캡처)
    당시 도청 실행자로 지목되는 장 기자가 조사 과정에서 핸드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렸다고 진술하자, 고 사장은 개인적으로 핸드폰을 마련해 줬다. 사건 발생 1달 후인 2011년 7월 KBS 임원회의록에는 "언젠가 진실 드러나면 핵탄두다. 회사 불이익과 관련돼 얘기 안 할 뿐"이라고 한 고 사장의 의미심장한 발언도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9년 동안 이어진 KBS의 '수난'은 여러 주체들이 공조해 탄생한 결과였다. 임기가 남아있던 정연주 전 사장을 '불법해임'(대법원서 해임무효 선고)하는 데에 청와대, 국세청, 감사원, 교육부, KBS이사회, 검찰 등이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정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KBS에서는 권력비판적인 보도와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점점 힘들어졌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추적60분'(2010)은 별다른 이유 없이 두 번이나 방송 연기됐고, 이에 문제제기한 제작진은 징계를 받았다.

    반면, 정부가 널리 홍보하고 싶은 것들은 'KBS'라는 창구를 통해 자주 나갔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여기는 'G20' 보도와 프로그램은 60여 편이었고 편성시간은 약 3300분에 이르렀다.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도, 4개 보 완공 기념 특별 생방송 '4대강 새 물결맞이'도 모두 KBS의 몫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라고 다르지 않았다. KBS가 행정소송을 통해 얻어낸 자료를 토대로 준비한 대기획 '훈장' 2부작(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은 간부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1부만 방송됐다. 그마저도 '훈장'이라는 모호한 제목 아래, '간첩조작'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못한 채였다. 이승만-박정희 정부 때 '부당한 훈포상'이 몰려 있다는 것을 불편해 하는 정부를 다분히 의식한 회사의 판단이었다.

    19일 방송된 MBC 'PD수첩-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사진=방송 캡처)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때도 KBS는 어쩌면 한가로워 보이는 태도를 취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를 타사가 단독보도해도, 보도국장은 "측근 맞아?", "증거 있어?"라며 취재하려는 기자를 윽박지를 뿐이었다.

    MBC는 2012년 170일 파업 도중 6명이나 해직되고, 백 명 넘는 직원이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이 난 '내부의 역사'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몰락을 가속화한 몇몇 사장들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더 높은 관심 속에 보다 선명히 '붕괴'가 드러났던 MBC에 비해 KBS 상황은 상대적으로 덜 도드라졌던 게 사실이다. 'PD수첩'은 MBC 못지않게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이 침해돼 왔고, 점차 저항할 힘까지 잃어간 KBS의 '내상'을 긴 호흡으로 보여줬다.

    KBS의 몰락 뒤에는 사장을 낙점해 보내는 청와대, 심의로 보도와 프로그램의 의미를 훼손시켜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블랙리스트 등으로 프로그램과 내부 인사에까지 관여한 국정원의 합작이 있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여기에 KBS 최고의결기구인 KBS이사회가 관리감독기구로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지도 다뤄졌다. 이사장은본인의 역사관과 맞지 않다고 이미 나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 제작진을 압박했고, 이사들은 국민의 수신료로 지원되는 업무추진비를 부당사용했다.

    KBS 구성원들은 저널리즘과 조직을 추락시킨 사장과, 자격 없는 이사회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파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끄럽지만" 그들은 "권력에 매우 취약한 DNA를 바꾸는 싸움"을 하고 있고, 결국 승리해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진짜 국민의 방송"을 만들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래의 시청자들에게는 "한 번 기대해 주십시오. 저희 정말 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선전포고도 했다.

    "MBC는 알겠는데, KBS는 왜 파업하는 거야?"라고 궁금증을 가졌을 시청자들은 이날 'PD수첩' 방송을 통해 알맞은 답을 구하지 않았을까. 권력으로부터 벗어날 '자유'를 외치며, KBS 구성원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19일 방송된 MBC 'PD수첩-방송장악 10년, KBS를 지키러 왔습니다?' (사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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