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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100일…靑 국민청원의 명암



대통령실

    운영 100일…靑 국민청원의 명암

    대국민 소통창구, 정책·입법 보완역할 호평…사회갈등 조장 우려도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도입된 '국민청원 게시판'이 26일로 100일을 맞았다.

    하루에 5백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오며 '직접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부 '여론몰이식 청원'이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100일 동안 하루 평균 5백여 건 청원…10만 명 이상 청원도 8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지난 8월 19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개설된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5일까지 5만여 건의 청원이 올라올 만큼 국민들의 참여가 뜨겁다. 하루 평균 500여건, 20분에 1건씩 청원이 올라온 셈이다. 10만 명이 넘게 동의한 청원은 8건, 20만 명이 넘게 동의한 청원은 4건이나 된다.

    처음 국민청원 게시판을 열 때 만해도 답변 기준은 미정이었다. '30일 간 10만 명이 참여할 경우, 60일 이내 해당 정책과 관련된 전문가가 공식 답변'을 하는 미국 백악관의 청원사이트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을 벤치마킹했지만 "우리의 인터넷 환경을 감안하면 10만 명은 너무 적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지난 9월 3일 '소년법 개정'이 청원 마감도 하기 전에 20만 명을 넘어서자 내부논의 끝에 '20만 명 이상이 청원을 할 경우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식 답변을 하자'는 규정을 마련했다.

    낙태죄 폐지 청원 관련 입장 밝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 규정에 따라 소년법 개정과 임신중절 관련법 개정, 이른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발표됐다.

    아울러 2008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징역 12년의 복역을 마치고 2020년 출소할 예정인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57만여 명)과 이국종 교수에 의해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게 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요청청원(23만여 명)에 대한 청와대‧정부의 입장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 외에도 ▲주취감형(술을 먹으면 형벌 감형) 폐지 청원(12만6천여 명) ▲경사진 주차장에 경고문구 의무화와 자동차 보조 제동장치 의무화 청원(9만1천여 명) ▲문화‧예술‧체육쪽 암표 관련 입법 청원(2만3천여 명) 등 생활밀착형 정책‧제도적 건의 청원 역시 다수 게시돼 있다.

    문 대통령이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행 법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청원이라도 장기적으로 법제를 개선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국민들의 의견을 정책‧제도 개선에 반영하라는 의미다.

    ◇ '군내위안부 창설' 등 무분별한 청원도 봇물…靑 "제도 개선 대신 순기능 살려야"

    문제는 청원 열기에 따른 잡음도 함께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제안을 넘어선, 사법부나 입법부의 영역에 해당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 등도 이어지고 있다.

    '군내위안부 재창설 청원'이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올라온 익명의 이 청원은 군내 위안부를 만들자는 내용으로 "군인이 거의 무보수로 2년의 의무를 이행하니 군인을 달래주고자 군내 위안부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관련 청원은 삭제된 상태지만 "청와대한테 성매매 포주가 되어달라는 것과 다름없고 생존해계신 위안부 할머님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해당 청원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8만 명 가까운 이들이 동의한 상태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나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구속적부심을 맡았던 '신광렬 부장판사 해임 촉구 청원'은 사법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청원들이다.

    '여성 징병의무화 청원'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기된 '남성 인공자궁 이식청원' 등도 청원게시판을 본래 기능이 아닌 '싸움터'로 만든 청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국민청원 게시판의 실명제 전환 ▲실명인증 후 청원 작성 ▲청원에 대한 '비동의' 기능 추가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는 자정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며 제도보완보다는 청원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실명제를 위헌으로 판단하며 소수의 악플러를 잡기위해 모든 국민에게 실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수사의 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런 헌재 판단을 존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원게시판의 실명제 전환이나 일부 실명제 전환 모두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청원게시판에 '비동의' 기능추가에 대새허도 "청원은 '서명(동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반대(비동의)는 '토론게시판'에서 가능하다"며 "(청원게시판에) '비동의' 기능을 추가할 경우 청원게시판이 토론게시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도 "참여인원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청원도 있고, 현행 법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힌 만큼 '직접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청와대 실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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