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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 대신 '절반' 시대 그친 정부 대책



경제 일반

    비정규직 '제로' 대신 '절반' 시대 그친 정부 대책

    약속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사실상 파기… 고용안정도 난망

     

    정부가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020년까지 20만 5천명을 전환하겠다는 구체적 입장을 내놨지만, 노동계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확정·발표했다.

    853개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20만 5천여명(64.9%)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애초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지난 6월 말 기준 공공부문 총인원 217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전체의 19.2%인 41만 6천명이다.

    하지만 육아휴직 대체, 계절적 업무 등 일시·간헐적 업무는 비정규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정규직 전환대상으로 꼽아왔고, 그 규모는 31만 6천명이다.

    여기에서 다시 지난 7월 추진계획에서 전환예외 대상으로 규정된 교·강사, 60세 이상 고령자, 의사 등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선수 등 14만 1천명이 제외된 결과 20만 5천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얘기다.

    노동부 이성기 차관이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수차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결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구호와 달리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전체 41만 6천명 중 절반만이 전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부문별로 전환 규모를 살펴보면 전체 전환 대상자 55%를 차지하는 공공기관은 전체 비정규직 중 71.2%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중앙행정기관도 69.7%에 달한다.

    반면 지자체·지방공기업 50% 안팎 수준이고, 교육기관은 29.6%로 뚝 떨어진다. 지난 7월 추진계획 발표 당시 가장 큰 논란을 불렀던 기간제 교사 및 각종 강사들이 전환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상시지속업무 31만 6천명 중 전환제외자가 14만 1천 명 정도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환제외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전환제외로 분류된 노동자들로 상시지속업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대책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태조사에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21만 1천명에 대한 자세한 근거가 공개되지 않아 신뢰가 떨어진다며 근거와 기준 및 이들에 관련 대책을 요구했다.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비정규직의 해고를 사전에 막고 모든 기관에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 공개해야 한다"며 "노조대표자 및 이해당사자의 동등한 참여 보장과 위원회 구성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이행방안을 보고받는 등 강력한 감시·감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환하는 20만 5천명에 대해서도 처우 및 고용 안정을 놓고 다양한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노동부는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만, 호봉제 편입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임금체계' 도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서도 기존 정규직과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한다는 얘기로, 사실상 법에 보장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계획이다.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한 직접 고용 기준 역시 이번에도 제시되지 않은 채 개별 공공기관 사정에 따라 결정하라고 손을 놓고 있다.

    그동안 이들을 자회사를 통해 고용할 경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겉으로 보이는 수치상의 결과만 높일 뿐, 기존 파견·용역업체 역할을 자회사가 고스란히 이어가 실제 고용안정에 있어서는 기존 파견·용역 고용에서 빚어지는 문제를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정부도 이미 지난 7월 추진계획을 발표할 당시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지만, 결국 이들의 고용안정과 이를 둘러싸고 제기될 문제는 개별 기관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얘기에 그쳤다.

    오히려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 시 계약사무규정을 연말까지 개정하고, 관련 설명자료도 제공하겠다면서 오히려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을 부추기고 있다.

    또 기간제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이 아닌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제와 비교해 고용 기간의 한계만 없을 뿐,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수당과 노동조건 등에서 차별이 심해 노동계에서는 '중규직'이라고 불리며 '진정한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위에서 지적한대로 이미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 인상 등 무기계약직의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 방안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이번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과 우수사례를 공유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일부 아쉬움이 있겠지만 노사 모두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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