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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짝퉁 덕종어보' 이미 2년전 문제제기…문화재청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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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 '짝퉁 덕종어보' 이미 2년전 문제제기…문화재청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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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증자 언짢을까봐","문정왕후어보 돌아오면"… 눈치 보며 검증 안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반환된 덕종어보가 1924년 일본인 소유의 '주식회사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든 '모조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어보를 반환받은 그해, 관련 전문가가 문화재청에 직접 해당 어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무려 2년 동안 문제를 쉬쉬해왔다.

    ◇ 덕종어보에 치명적 오자… "엄격한 왕실, 이런 실수할 리가"

    덕종어보의 인문. (사진=한국전각협회 이정호 이사 제공)
    지난 2015년, 이정호 한국전각협회 이사 겸 관인위원장은 한 수업에서 학생이 따라 새기는 전각 모양을 살펴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잘못된 글자였다.

    해당 전각은 다름 아닌 그해 4월 대대적인 반환식을 치른 덕종어보였다.

    덕종어보에 쓰인 글자는 정확히 '온문의경왕지보(溫文懿敬王之寶)'의 7자. 이 이사는 여기서 특히 공경할 경(敬)자를 지적했다. 글자의 왼편 아래쪽에 있는 입 구(口)자(①)를 전서로 새길 땐 보통 口자 그대로, 혹은 양 옆의 세로획을 길게 세워 'ㅂ' 모양으로, 혹은 그 세로획을 약간 기울되 완전히 닫지 않은 절구 구(臼)자 모양으로 쓴다는 것이 이 이사의 설명이다.

    관련 자료를 집요하게 파헤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특히 지난 2009년 문화재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행한 <조선왕조의 관인>에 나오는 총 104자의 모든 '공경할 경'자를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사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을 문화재청이 모를 리가 없었다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이 이사는 지인인 중국 작가에게서도 “이런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이 이사는 "어보엔 직인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여러 번 획을 구부려 쓰는 기법, 즉 '구첩전'이 쓰이는데, 이것이 완전히 잘못 사용된 것"이라며 "붙이지 말아야 할 선을 붙여 엉뚱한 날 일(日)자를 만든 건데, 이는 전각의 법칙에 맞지 않는 오자"라고 설명했다.

    따뜻할 온(溫)자 역시 의심쩍기는 마찬가지였다. 맨 위의 날 일(日)자의 가운데 획이 붙여지지 않은 것(②)이나 물 수(氵)자를 표현하는 세로자 3획 중 가운데 획이 끊겨있는 것(③) 역시 매우 생소한 사례였다.

    이 이사에 따르면, 조선왕조에선 예조의 '계제사'에서 모든 어보와 관청 직인을 도맡아 만들어냈으며 이곳에선 글자를 써내는 부서, 주물을 만드는 부서 등이 따로 존재해 철저한 분업이 이뤄졌다. 또 최종적으론 '왕의 윤허'라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사는 "아주 철저한 시스템"이라며 "직인을 위조한 자에겐 엄벌이 내려지는 등 위조나 잘못 만들어지는 것에 엄격한 조치를 취했는데, 왕의 어보에 이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며 의구심을 품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왕실의 예법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글자가 새겨진 일차적인 이유는 문화재청도 인정했듯이 덕종어보가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모조품 덕정어보가 일본인이 운영하고 김갑순 등 친일파가 지분을 보유한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관련기사 : 짝퉁 덕종어보, 일본인 운영 '조선미술품제작소' 제품)

    문화재청 측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924년 왕실 업무를 관장한 '이왕직'이 조선미술품제작소에 모조품 제작을 맡겼다고 밝혔다. 당시 이왕직 예식과장은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였다.

    ◇ 침묵의 시작은 "기증자가 언짢아할까봐…"

    지난 2009년 문화재청 산하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행한 <조선왕조의 관인>에 등장하는 총 104자의 공경할 경(敬) 중 일부. (사진=한국전각협회 이정호 이사 제공)
    이 이사는 2015년 7월 직접 문화재청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공식적인 답변 없이 약 2년을 '묵묵부답'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달 이 이사께 전화를 드려 '덕종어보 관련 성분을 분석해보니 당시 의문을 제기하셨던 그 내용이 맞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무려 2년이 지난 후였다.

    그사이 문화재청은 덕종어보가 실제 1471년 만들어진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해당 관계자는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얘기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며 "덕종어보가 반환된 지 얼마 안 됐던 당시, 선의로 어보를 준 기증자가 언짢을 것 같은 것을 고려한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증자의 '언짢음'이 긴 침묵의 원인 중 하나였단 것이다.

    그럼에도 '2년'씩이나 입을 다문 데 대해서는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가 곧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던 때라 그때 함께 제작 연대를 정확히 밝히려 했다"며 "곧 돌아온다, 돌아온다 하던 것이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고 해명했다.

    원인은 결국 문화재청의 깜깜이 행정 자체로 귀결된다. 문화재 관련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화재청엔 환수 관련 법적 전문가가 한두 명 정도뿐"이라며 "문화재 검증 등 적절한 절차가 지켜졌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등 환수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한편 문제가 생겼을 때 쉬쉬하지 않도록 할 존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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