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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임재희 장편소설 <비늘>

    소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테마소설집<호텔 프린스> 등 신간 소설 3권

     

    임재희의 장편소설 <비늘>은 소설을 쓰는 삶과 그 시간에 대한 소설가로서의 고뇌와 그리움을 그려낸 작품으로 글쓰기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시대의 소설과 소설가의 운명에 대한 질문과 통찰을 담아낸 이 소설에서 저자는 책과 소설 쓰기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재경(나)은 4년간 함께 살아온 문우인 영조로부터 둘이 소장하고 있던 책과 집을 모두 팔아치우고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다. 재경은 둘만의 작은 공간에 쌓여 있는 책들을 인터넷 중고시장에 내다 팔면서 새삼스럽게 끝내 폐지가 될 책의 운명에 대해 생각한다. 영조는 재경에게 책을 판 돈으로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도 괜찮은 건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여행이라며, 혼자만의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재경에게도 아끼던 책을 팔았으니 뭔가 힘이 되어줄 만한 것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영조의 말은 재경에게 마치 계시처럼 들린다. 그는 문득 자신에게 소설가의 꿈을 갖게 해주었던 <비늘>의 작가 한동수를 떠올린다. 습작 시절부터 끊임없이 재경을 자극했던 존재. 재경은 오래전에 한국을 떠났던 그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한동수는 뜻밖에도 미국 하와이에서 살고 있었다. 한때 문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유명 소설가의 모습은 간데없고 세상과 삶에 지친 평범한 이민자의 모습으로 형의 실종을 견디고 있는데…….

    임재희 지음 | 나무옆의자 | 256쪽 | 13,000원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사임당의 일생을 소설적으로 충실하게 재현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곱 살에 안견의 그림을 모사했다든지, 열아홉 살에 한양의 이원수와 혼인했다든지, 검은 용의 꿈을 꾸고 강릉에서 현룡(이율곡)을 낳았고 일곱 남매의 교육에 힘을 기울여 큰딸 매창, 셋째 아들 율곡, 넷째 아들 우 등을 훌륭한 예술가와 학자로 키워냈다는 등의 에피소드를 군데군데 삽입하면서 46년이라는 길지 않지만 충실했던 삶의 연대기를 시간의 흐름에 맞춰 서술한다.

    큰 줄기는 전기(傳記)처럼 ‘팩트’를 토대로 하면서 지은이는 사임당이 예술적 재능을 한량인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밥벌이’ 수단으로 삼았고, 그럼으로써 가장 노릇을 하면서 오히려 많은 예술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덧입힌다. 조선시대에 뛰어난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그러나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오늘날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인 수많은 고통들을 사임당도 고스란히 겪었을 것이다. 혼인하고도 오랫동안 친정살이를 하며 효를 다하고, 한양으로 올라와 시어머니와 남편을 수발하며, 공부에 뜻이 없는 남편 뒷바라지와 일곱이나 되는 남매들의 교육에다 식구들의 생계까지, 1인 4역을 군소리 없이 해낸 ‘조선의 슈퍼우먼’ 모습 뒤에는 그만큼 짙은 그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내면의 깊은 수심을 그녀는 나비와 개미 같은 미물들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눈길을 주고 그 존재들을 붓으로 풀어냄으로써 달래지 않았을까.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는 사임당은 무능한 남편의 외도와 방황,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 조선시대에 혼인한 여성이 겪어야 하는 질곡들을 고스란히 겪었으나, 그것을 승화시켜 완전한 인간으로, 역사에 남을 어머니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깊이 있는 예술가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주원규 지음 | 인문서원 | 276쪽 | 13,000원

     

    호텔을 소재로 한 테마소설집 <호텔 프린스="">. 호텔 프린스에서 진행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덟 명의 작가들이 호텔에 마련된 별도의 집필 공간에 투숙하면서 호텔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나 그곳으로부터 받은 단상을 모티프로 탄생시킨 여덟 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안보윤, 서진, 전석순, 김경희, 김혜나, 이은선, 황현진, 정지향 등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여덟 명의 젊은 소설가들이 호텔이라는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에서 끊임없이 변주하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평온하던 왕쯔호텔에 한 무리의 한국인 패키지여행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은선의 <유리주의>, 어느 날 호텔 측으로부터 무료 숙박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게 된 미주의 사연을 그린 안보윤의 <순환의 법칙》="" 등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인간,="" 이야기와="" 이야기들이="" 면면히="" 교감하는="" 문학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호텔’을=""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호텔의="" 어느="" 지점에="" 작가의="" 시선이="" 머물렀는지,="" 어떤="" 사소한="" 발견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지="" 음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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