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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박원순, 이명박·박근혜와 다른 '소통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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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박원순, 이명박·박근혜와 다른 '소통의 리더십'

    박원순 "소송당해도 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 중단"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36주년 서울기념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상황 기록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대관 담당(청와대와 국회 담당) 임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화 도중 A 대기업은 내년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호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정치권이 4.13 총선 이후 혼돈에 빠져 있어 아직 이렇다 할 선호 후보는 없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권을 잡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나왔다. 박 시장이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 등의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반기업적 활동을 해온 전력이 있어 대기업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후보가 아니라는 답변이었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첨언도 뒤따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제36주년 5·18에 앞서 2박 3일간 광주에서 광폭행보를 한 것에 대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천만 시민이 사는 수도 서울의 시장인 박 시장은 누가 뭐라 해도 유력한 대권주자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총선에서 떨어졌지만 여전히 대권 후보로 남아있다. 그런만큼 박 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에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박 시장이 17일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 중단을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은 일제 강점기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하면서 생활한 역사적인 장소로 알려져있다.

    박 시장은 서대문형무소 옥바라지 여관 골목 현장을 예고 없이 찾아 "내가 오늘(17일) 오후 (옥바라지 골목 대책위를) 만나기로 돼 있는데, 아침에 들어와서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 이건 예의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번에도 한 번 철거했다. 설득하고 함께 고민하고 다른 길이 없는지 찾아보라고 했는데, 내가 오늘 만나는 것을 알면서 이러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이 공사는 없다. 제가 손해배상소송을 당해도 좋다"며 공사 중단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박 시장의 갑작스런 강제 철거 중단 선언에 강제 철거 위기에 놓였던 주민들과 철거 반대 운동을 함께 했던 시민운동가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반면 이날 아침 일찍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강제 철거에 나섰던 재개발조합 측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재개발조합 측은 주민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최근 승소했기 때문에 강제철거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박 시장의 강제 철거 중단 선언으로 상황이 일거에 반전된 것이다.

    박 시장이 내년 대선 레이스를 의식했다면 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 중단 선언같은, 보기에 따라서는 '돌발행위'로 비춰지는 행위는 마이너스 요인이 돼 피했어야 할 일이다. 가뜩이나 대기업들이 박 시장이 반기업 정서를 가지고 있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대기업 눈치를 보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인 옥바라지 골목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손을 들었다. 옥바라지 골목 재개발 사업의 시행사는 국내 10대 그룹 중 하나인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건설이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36주년 서울기념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분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박 시장이 취임 후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개방하면서 소통의 장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누구나 신고만 하면 서울광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서울광장은 매일 각종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는 공간이 됐다. 박 시장은 1인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파라솔을 세워주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대통령이 집권 기간 내내 불통의 리더십으로 국민들과 괴리됐던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박 시장의 공감의 리더십 또한 시민들의 환영을 받는 리더십이다. 박 시장은 법적 행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를 전격적으로 중단시켰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제 철거를 중단시키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소송도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표명했다. 박 시장의 철거 중단 선언에는 철거 대상이 된 옥바라지 골목 주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감의 리더십이 깔려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잡고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박 대통령의 외면의 리더십과 역시 좋은 대조가 된다.

    박 시장이 이번에 옥바라지 골목 철거 중단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결단의 리더십도 주목의 대상이다. 명도소송에서 승리한 재개발조합이 진행하는 강제 철거를 막아선 박 시장에게는 반기업적이라는 빨간 딱지와 함께 손해배상소송 등이 잇따를 수 있다. 변호사인 박 시장이 이런 점을 모를 리 없지만 박 시장은 철거 중단이라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모름지기 지도자에게는 필요한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결단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서울시 내부는 물론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박 시장은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과 주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공사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소통과 공감, 결단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은 시대정신을 담은 리더십이라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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