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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붕어빵 소녀' 간암 엄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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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붕어빵 소녀' 간암 엄마는 없었다

    지난 24일 SNS를 타고 '전주 붕어빵 소녀' 이야기가 번지자 25일 전주시 안골사거리의 붕어방 리어카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붕어빵을 사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최강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24일 SNS는 '전주 붕어빵 소녀'로 후끈 달아올랐다.

    간암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대신해 혹한 속에서 붕어빵을 파는 중학교 2학년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과 사진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번진 것이다.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들은 눈길을 뚫고 '붕어빵 소녀'를 찾아가 붕어빵을 사는 관심과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SNS를 타고 번진 이야기는 사실일까? '붕어빵 소녀'의 주변을 취재했다.

    ◇ '붕어빵 소녀' 진실일까

    SNS는 '요즘 세상에 이런 아이가 있네요'를 시작으로 '예쁘게 생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매서운 날씨에도 손을 호호 불면서 붕어빵을 굽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엄마가 간암이 걸려서 병원에 입원했고, 엄마 대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붕어빵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쪽에는 정신지체 오빠가 같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SNS를 타고 급속하고 번진 '전주 붕어빵 소녀' 글 캡처.

     

    결론적으로 말하면 '붕어빵 소녀'에게 간암에 걸린 엄마는 없고, 정신지체 오빠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중2 여학생도 아니다.

    SNS 속 사진의 주인공은 전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학년 남학생 A 군이다. A 군의 어머니는 간이 좋지 않아 생활이 불편하지만 병원에 입원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지체장애 오빠, 아니 형은 친형이 아니라 가끔 와서 붕어빵을 얻어먹는 속칭 '동네 바보형'이다.

    ◇ 간암 엄마 얘기는 왜 나왔을까

    앳된 소년이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 애처롭다는 주변의 관심도 많았지만, 아동학대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SNS에 사연이 번지기 일주일 전쯤에도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사연이 과장된 것은 SNS를 최초에 작성한 이의 과도한 친절과 넘겨짚기가 아이 스스로의 보호본능과 겹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될까봐 우려한 A 군이 SNS 작성자의 질문에 '엄마가 아프다'는 얘기를 다소 과장하고 SNS 작성자가 이를 오해해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신지체 오빠' 얘기는 넘겨짚어 작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 '붕어빵 소녀'는 모두 7명

    A 군은 전주의 한 교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교회에는 A 군과 부모 등 모두 20여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교회는 부모들의 자구책을 마련해주기 위해 붕어빵 리어카를 7대 장만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자 4년 여 전부터 아이들이 붕어빵 장사를 도맡기 시작했다. 현재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7명이 전주시내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겨울 한 철 아르바이트인 셈인데 올해도 지난 4일 붕어빵 장사를 시작해 다음달 6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모두 7명에 달하는 '전주 붕어빵 소녀'들은 제각각 금전출납부에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교회 관계자는 "아이들이 제각각 금전출납부를 기록하며 수익금을 관리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가족의 생활비와 부모 치료비, 용돈을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스스로도 '붕사모'를 만드는 등 재미를 붙인 모양새다. '붕사모'는 붕어빵 사장들의 모임을 뜻한다.

    ◇ SNS는 아이들에게 득일까, 독일까

    지난 24일 SNS를 통해 잘못된 사실이 번지기 시작하자 A 군과 어머니는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교회 관계자는 "아이 얼굴까지 알려져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놀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아이 엄마도 아이에게 마치 '앵벌이'를 시킨 것으로 비춰질까봐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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