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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20%' 가로수길에서 이자카야로 살아남았다



생활/건강

    '생존율 20%' 가로수길에서 이자카야로 살아남았다

    [한국형 장사의 신] 패션디자이너 감각으로 인기몰이 중인 '풍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은 서울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꼭 한번 가볼 곳으로 손꼽힌다. 홍대가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상권을 만든 것이라면, 가로수길은 패션과 광고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상권이다.

    초기 가로수길은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옷가게, 액세서리가게, 작은 커피숍 등 개성 있는 상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형 프랜차이즈 상점이 그 자리에 대거 입점해있다. 가로수길이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몰리자 기업이 진출한 것. 덕분에 가로수길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가게들은 건물주가 원하는 대로 임대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올려주거나 떠나야만 했다.

    이런 가로수길에서, 그것도 부침이 아주 심한 '이자카야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가게가 있다. 이자카야 1세대로 불리는 '풍월' 차종민 대표에게 가로수길 이자카야 성공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풍월의 인기 메뉴 '문어초회'. (사진 = 김기현 PD)

     


    ■ 패션디자이너였는데 왜 이자카야를 하게 됐나?

    패션 쪽 일을 오래 했는데 하던 일이 많이 어려워졌었다. 그래서 차기 직업을 구해야만 했다. 당시 내겐 패션 말고는 노하우가 없었다. 다만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참에 식당을 해보고자 마음을 먹고 이자카야를 시작했다.

    ■ 한때 전국에 이자카야가 인기를 끌었다가 시들해졌다. 어떻게 살아 남았나?

    이자카야가 시들해진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는 너무 많이 생겼던 점이고 두 번째는 가게들이 점점 가공품 이자카야 메뉴를 써서 차별점이 없어졌다. 우리가 가게를 시작할 2007년만 하더라도 가공품 메뉴가 없었다. 그런데 이자카야가 점점 체인화되다 보니까 가공품이 90%를 차지했다. 어딜 가나 맛이 똑같은데 그 경쟁에서 어떻게 버틸 것인가?

    우리는 지금도 가공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두 배, 세 배, 손이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든다. 그래도 우리가 이 방식을 고수하는 건 우리만의 차별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때 프랜차이즈 이자카야 때문에 우리 가게도 힘들었다. 가격 경쟁력이 없으니까. 하지만 손님은 결국 진심으로 장사하는 이자카야를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셰프 특선 고등어조림. (사진 = 김기현 PD)

     


    ■ 패션 쪽 일이 도움됐나?

    그렇다. 나는 출장이 많았는데 외국을 다니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 볼 기회가 많았다. 특히 중국 같은 경우 한 번에 수십 가지의 요리를 놓고 식사를 하는 데, 그런 곳에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일본도 여행을 다니면서 음식을 많이 찾아다녔다. 그런 부분이 이자카야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 가로수길 풍월은 '물이 좋다'고 말하는데 따로 손님을 관리하나?

    그건 아니다(웃음). 다만 내가 일했던 분야가 패션이다 보니 광고, 잡지, 미용 이런 분들이 단골손님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계에서 종사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그런 분들이 친구를 데려 왔고,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해물나베. (사진 = 김기현 PD)

     


    ■ 가로수길 상권 임대료가 많이 올랐나?

    많이 올랐다. 처음보다 2배 넘게 올랐다. 내가 가게를 시작할 2007년 때 당시 친한 지인 10명이 가로수길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2명밖에 없다. 임대료가 올라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 경기도 어렵고, 임대료도 오르고, 재료비, 인건비 다 오르는데 어떻게 자리를 지켰나?

    그 답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도 어려우니까 나도 같이 어려우면 된다. 내가 이윤을 덜 남기면 된다.

    이 일을 시작 하면서 패션과 식당을 많이 비교해 봤는데 패션과 음식이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좋은 원단으로 정성스럽게, 예쁘게 만들면 좋은 옷이 나오듯 음식도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예쁘게 만들면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패션은 퍼주면 망하는 반면 식당은 그렇지 않다는 것. 패션의 경우 단위가 천 벌, 만 벌 이렇게 가다 보니 내가 원하는 단추를 손해 보더라도 달기 시작하면 진짜 손해로 나타난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 내가 쓰고 싶으면 쓰고, 더 주고 싶으면 더 줘도 된다. 그러면 그 좋은 이미지가 어떻게든 나와 가게로 돌아오더라. 그래서 우리는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쓴다.

    든든한 소고기덮밥. (사진 = 김기현 PD)

     


    ■ 일본인과 결혼했는데 이자카야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나?

    많이 된다. 메뉴를 개발하기 전에 직접 집에서 일본 음식을 해서 테스트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자료도 많이 찾아 준다. 일본 잡지, 신문 등에서 우리 풍월에 맞는 음식을 찾아서 골라주고 이를 한국 재료와 함께 조합하는 일을 같이해준다.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도 이 분야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다. 그냥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들과 공유하는 게 내 낙이고 목표다(웃음).

    아들과 함께 있는 풍월의 차종민 대표(오른쪽)와 최 히로미(왼쪽) 부부. (사진 = 김기현 PD)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평가

    사실 대기업이 오너 1세들이 국내에서 하는 업적은 높이 산다. 그렇지만 대기업 2세, 3세들이 쉽게 돈을 벌 생각에 문어발로 사업을 확장하며 동네 라면집, 동네 빵집, 식당까지 손을 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지금 가로수길 상권도 홍대처럼 대기업 상점이 들어와서 예전 모습을 잃었지 않나? 그런 면에서 풍월은 이곳의 모습을 간직하면 이자카야 문화를 이끌어 가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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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인 도루묵 가라이게. (사진 = 김기현 PD)

     


    ▶가로수길 풍월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43

    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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