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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과 시험? 피해자 고통 상상해 봤나"



사회 일반

    "성추행범과 시험? 피해자 고통 상상해 봤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이사 인터뷰 "술에 취했다고 누가 성추행하라고 했나?"

    이미경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이사

    ◇ 김현정> 고려대학교 의대 여학생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이사와 연결을 해보죠. 우선 이 학생이 성추행 다음날, 학교 측에는 신고를 했는데, 경찰에도 바로 신고를 한 건가요?

    ◆ 이미경> 네. 경찰에도 바로 신고를 했고, 여성부의 성폭력 상담소에도 상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 사건이 벌어진 게 21일인데 아직도 경찰수사는 진행 중입니까?

    ◆ 이미경>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남학생들은 그냥 교내에 활보하고 있고요.

    ◆ 이미경> 그렇죠. 그러니까 일주일간 기말시험도 함께 보게 한 거죠.

    ◇ 김현정> 남학생들이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다고요? 동영상을 촬영했다가 삭제한 것도 인정을 했습니까?

    ◆ 이미경> 인정을 했죠.

    ◇ 김현정> 이번 사건, 흔히 있는 일인가요? 접하고 어떠셨어요?

    ◆ 이미경> 물론 충격적인 것입니다만, 사실 대학 내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알려졌다고 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이번에 술을 사온 것이 여학생이다, 즉 원인제공을 한 것 아니냐, 또 다음날 아침에 여학생이 좀 민망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남학생에게 항의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학생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줄 알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 이미경> 아주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들의 말이죠. 왜냐하면 사실 이 사건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건 다 알지 않습니까? 술을 사왔다고 하고, 또는 술에 취했다 하더라도 그 학생을 성추행하라고 누가 그랬냐고요. 누구도 성폭력 당할만한 사람은 없는 거고요. 그리고 가해학생들은 이튿날 피해여학생의 태도에 대해서 자기본의로 해석을 한 거죠. 이 여학생으로서는 아마 천만가지의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될지, 그리고 이 사실 자체도 믿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나름대로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던 것이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은 남학생들이 그렇게 보고 싶은 거겠죠.

    ◇ 김현정> 이 남학생들도 문제이지만 학교 측의 사후조치도 상당히 생각해볼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분명히 학교에 신고를 했는데 별다른 조치 없이 기말시험 기간 동안 계속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쳤다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미경> 정말 전형적으로 인권가능성이 없는 학교 측의 태도인 거죠. 해당 대학에서는 무엇보다도 피해 여학생이 안전하게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되는 거잖아요. 특히 의대에서 시험은 굉장히 중요하겠죠. 어느 대학이나 다 마찬가지이지만, 이 기말시험의 객관성을 담보해야 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겠죠. 그래서 가해학생들과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시험을 보게 했다, 이것은 피해여학생으로 하여금 정말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매일 직면하도록 한 거죠. 학교가 강요를 한 것 아니겠어요? 이건 일반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난받아 마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말합니다.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아직 말하자면 용의자 신분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너 시험치지 말아라, 이런 명령을 어떻게 하느냐고요.

    ◆ 이미경> 그런데 이 사건은 사실 남학생들이 ‘나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이렇게 부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일단 성추행 자체는 인정했다는 것, 저는 이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이 학생들에게 ‘지금 수사 중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라는 말도 있겠지만, 적어도 다른 공간에서 시험 보게 하는 배려는 충분히 학교 측에서 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적어도 시험 감독 한 사람만 늘리면 되는 건데요.

    ◆ 이미경> 그렇죠. 학교 측에서 이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가해 남학생들을 출교시켜야 한다는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고 여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간단한 징계 받고 졸업을 하게 되면 의사 시험을 치르고, 의사가 된다는 겁니다. 그럼 다른 직업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의사한테 우리 몸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미경> 출교나 이런 부분은 좀 더 여러 가지 논의를 해봐야 되겠지만요. 저는 의사라고 하는, 사람의 몸을 다루고, 마음을 다루는 사람들의 인권의식은 정말 엄중하게 따져봐야 되는 문제이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이런 것들이 길러져야 된다고 봐요. 그런데 정말 소위 공부라는 것에만 매달리는 이런 사람이 사실 의사로서 자격이 있는가를 질문해야 된다고 보고요. 의사협회에서도 사실 성폭력 예방교육 같은 것 해야 된다고 봅니다.

    저희 상담소에서 보면 의료진에 의한 성폭력 상담이 많이 들어와요. 피해자분들은 이게 의료행위인지, 성폭력인지를 분간을 잘 못하는데, 의료행위라고 분명히 이야기 하거든요. 과도하게 만진다든지 이런 부분이요. 사실 그럴 경우에는 옆에 간호사가 꼭 있도록 한다든지, 이런 제도적인 장치들이 마련이 되어야 하는 거죠.

    ◇ 김현정> 다른 나라라면 이번 고대의대 사건에 어떻게 대처가 되나요?

    ◆ 이미경> 이번에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건도 보셨지 않습니까? 그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력 하려고 했다는 것만 가지고도 긴급 체포가 되고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공식 사임 했지 않습니까? 이런 식의 강경한 자세, 저는 형량을 높이 주라는 게 아니라 처벌 가능성을 높여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이 가해 남학생들이 진심으로 피해 여학생에게 사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 했던 그동안의 공부, 고생해서 공부한 사람, 이런 식으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태도는 결국은 그 가해자들을 더한 범죄자로 만드는 거라고 보거든요. 이번에 배우 김효진 씨도 잘 지적을 하셨더라고요. 이것은 결국 우리가 가해학생을 괴물로 키우는 것이다, 라는 그 지적에 우리가 명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혹시 이 여학생은 지금 얼마나 괴로운 상태일까요.

    ◆ 이미경> 사건이 난 다음날 바로 신고를 하는 것은 굉장히 이 여학생분이 치유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분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지금 학교에서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되고, 주변으로부터 여러 가지 비판도 받아서 괴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여학생이 이렇게 고소를 했듯이 이후에도 여러 가지를 잘 헤쳐 나가고, 아마 경찰에서도 제대로 수사를 하리라고 봅니다. 사실 이 경험이 없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후에 의사로서 이것을 계기로 새롭게 더 힘 있는 여성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저는 지지하고 기원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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