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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구제역 파동', NSC 축소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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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질병관리 차원이 아닌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봐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00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신고가 접수된 직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사실과 함께 인근 초소 24곳에서 파주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군은 즉각 동원됐다.

    그러는 사이 당국은 구제역 발생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 모든 가축은 물론, 축사와 건초 등 전염 가능한 매개물을 전부 살처분하거나 소각했다.

    사상최악의 구제역 파동을 겪고 있는 작금의 사태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같은 상황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있었던 실제상황이다.

    국방, 농림, 보건, 행정 관련 부처 등 중앙정부간 긴밀한 협조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일사불란한 대응으로 당시 구제역은 크게 확산되지 않은 채 소탕됐다.

    발 빠른 초동대처와 모범적인 협조관계가 돋보이는 당시 구제역 대응체제는 무엇보다 정부의 굳은 의지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방역은 기존의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해야 한다"면서 "모든 부처는 합심하여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렇게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악성 가축전염병에 대해서는 국정 최고 운영자의 명확한 상황 판단능력과 신속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질병관리 차원이 아닌 국가 위기관리 차원에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06년 4월 농림부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응체계를 점검하겠다며 통합훈련을 실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훈련에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가정보원장,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등으로 구성되는 안보 분야 최고위급 협의체인 NSC가 훈련을 주도함으로써 중앙과 지방, 유관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협조를 시스템화 한 것이다.

    이 역시 가축질병을 국가 재난으로 보고 유사시 국가 위기대응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최고 안보기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인식은 현 정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현 정부가 이번 구제역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 6일.

    지난해 11월 28일 구제역 처음 발생한 이후 40일 만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구제역 발생 현장을 찾아 정부의 대응을 살핀 것 역시 구제역 발생 50여일만인 지난 18일 이었다.

    그런가 하면 국방부는 사태 초기 협조를 외면하기도 했다.

    농림부 장관은 청정국 지위가 박탈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12일 청와대 구제역 긴급대책회의로 180도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현 정부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안이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구제역 방역 허점을 통해 현 정부의 학습부재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4대강 사업에는 청강부대까지 만들어 군을 동원하면서 정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구제역은 지난 28일까지 8개 시·도, 63개 시·군·구에서 발생해 26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매몰됐으며, 피해액은 최소 3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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