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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진한테 빵 바치며 살아요" 왕따 '빵셔틀'의 충격 고백



사건/사고

    [단독]"일진한테 빵 바치며 살아요" 왕따 '빵셔틀'의 충격 고백

    '빵셔틀 연합회' 사이트 개설…학교 폭력 실상 그대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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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온 학생들이 스스로를 '천민'이라고 규정하면서 인터넷상에 교내 폭력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영상과 함께 자살하고 싶다는 자조섞인 글들을 잇따라 올리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문을 연 인터넷 커뮤니티 ‘대한민국 빵셔틀 연합회’.

    ‘빵셔틀’이란 폭력서클에 가담한 이른바 ‘일진’ 학생들의 빵 심부름을 도맡고 있는 학생들을 뜻하는 은어다. 셔틀은 전략 시뮬레이션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유닛을 실어나는 비행물체의 이름이다.

    이 커뮤니티의 회원인 학생들은 '일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자진해서 '일진'에게 빵을 바쳐 기생 생활에 안주하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학생들을 커뮤니티에서 만나 자신의 존재감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게재된 '빵셔틀 선언문'에 따르면, 이들은 대한민국 학교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고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자의감을 형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또 '일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보다는 그 안에서 현실을 즐기고 일진의 신임을 얻자며 자조섞인 심정을 밝히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일진들에게 자진해서 빵을 바쳤더니 교내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돈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거스름돈을 가져다 줬더니 자신을 쓰다듬어 줬다(칭찬을 받았다)는 경험담들이 자랑스럽게(?) 적혀있다.

    또 “수치심을 느껴 학교를 벗어나고 싶다”는 자퇴상담이나 자살 충동 고민을 비롯해 교내에서 학생들을 따돌리는 ‘왕따’ 동영상과 폭행 장면을 담은 동영상까지 거침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담배를 사다주는 ‘담배셔틀’, 휴대전화를 빌려주는 ‘핸드폰 셔틀’에서부터 숙제를 대신 해주거나 대리 시험을 봐주는 이른바 ‘셔틀질’을 하고 있다는 고백도 있다.

    셔틀이었다가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 주변인의 속어)로 전향한 학생들의 글들도 있다.

    이들은 점심시간에 홀로 밥을 먹거나 친구가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결국 학교생활에서 자신의 선택은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길 뿐이었다고 말한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시골학교나 교육열이 높은 학군의 학교들을 제외하면 빵셔틀은 학급마다 2~3명쯤 있다”며 “명백한 인권유린이지만 학교 측에서 이를 감추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빵셔틀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담배를 대신 사다주거나 체육복을 빌려다 주기도 한다”면서 “한 학년에 5~6명쯤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교의 여중생은 “학교에는 소위 잘나가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으로 나뉘는데 잘나가는 학생들의 부류에 끼워달라며 쉬는 시간에 빵을 사다주거나 원하는 선물을 사다주기도 한다”고 빵 셔틀의 실체를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소외당해 자괴감에 빠진 학생들이 또래집단 사이에서 고민을 털어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입시와 경쟁 위주의 교육제도가 빚어낸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박관성 선임상담원은 “자아 성립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약육강식의 사회적 굴레에서 일치감치 스스로를 포기하고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하기보다는 건강한 자기 삶을 개척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폭력과 입시 경쟁의 테두리에서 퇴로마저 차단당한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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