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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공짜 영화도 보고 죽음도 대비하고?

    • 2006-08-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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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조회사 ''''홍보'''' 위해 초대권 뭉텅이로 배포

    최근 마산시내에 영화 초대권이 뭉텅이로 뿌려졌다. 초대권에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영화 <괴물>을 공짜로 보여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괴물>은 개봉 보름 만에 관객 780만명을 넘어서는 등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영화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초대권을 받아 갔다.

    초대권 앞면에는 ''''관혼상제 홍보를 위한 개봉영화 무료상영''''이라 적혀 있다. 뒷면 주의 사항에는 ''''30세 이상만 입장 가능''''과 ''''부부입장 환영'''' 같은 내용이 적혀 있어 특이하다.

    역시 뒷면에 적힌 ''''초대의 말씀''''에는 ''''스크린쿼터 축소로 갈수록 위상이 좁아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번 무료상영회가 우리 영화를 홍보하는 데 조그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돼 있다.

    그리고 다음에 ''''본권은 상조에 관한 홍보와 회원 모집을 위해 발행됐다''''고 덧붙이고 있다.

    얼핏 상조회사 행사인 줄은 알겠는데, 상조회사가 최신 개봉영화를 시내 중심가 영화관에서 공짜로 보여주며 하고자 하는 게 뭔지는 궁금했다.

    △영화관에 어르신들이 잔뜩

    영화는 마산시 합성동에 있는 ㅅ영화관에서 10·11일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오후 4시 30분, 오후 8시 네 번 상영됐다.

    기자는 11일 오후 1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낮 12시 30분 영화관에 들어서는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영화관 직원은 초대장을 가져 온 사람들을 따로 상영관 부근에서 기다리게 했다.

    대부분 중년 여성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제법 많았다. 평소 젊은이들이 우글거리는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낮 12시 37분 사람들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초대권에 ''''선착순''''이라 적혀 있어 그런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영화관 직원은 걱정이 됐는지 갑자기 사람들을 조금씩 나누어 들여보냈다. 입구에서 5~6명이 전단을 나눠줬다. ㅎ상조보험에 회원으로 가입하라는 광고였다. 가입신청서와 볼펜도 같이 줬다.

    △''''우리는 약 팔러 온 게 아니다''''

    오후 1시 관람석이 대충 들어찼다. 이 상영관은 모두 270석이다. 영화관에 오랜만에 왔는지 ''''커플석''''을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크린에는 ''''가수 나훈아 특별공연''''이 빔 프로젝트로 비춰지고 있었다. 한 방송사가 만든 특별프로그램이다. 나훈아가 <무시로>를 한창 부르고 있을 때 불이 갑자기 꺼졌다. 무대 위로 한 남자가 올라와 인사했다. 서울 말씨였다.

    이 남자는 ''''초대권을 잘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 보기 전에 상조보험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무이사라는 사람이 올라왔다. 그는 ''''영화를 공짜로 보여준다 해서 무슨 약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우리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조 보험을 설명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전무이사는 ''''우리 회사가 방송광고도 많이 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전국을 돌면서 이렇게 직접 홍보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 240만원만 내면 모든 장례절차 해결

    그는 이어 ''''장례식장이 바가지를 씌워 폭리를 얻고 있다''''는 방송 뉴스를 보여주며 ''''우리 상조보험에 가입하면 총 회비 298만원으로 모든 절차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론과 실기에 밝은 장례지도사라며 직원 사진도 보여주고 수의와 관 등 모든 장례용품이 무료로 제공된다고 했다.

    그리고 발인하는 날에는 리무진 운구차를 보내준다고 했다. 역시 무료다.

    이렇게 단돈 ''''10원''''도 안 받고 서울에서 땅끝마을까지 모든 지역에서, 임종에서 장지까지 모든 절차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무이사는 강조했다.

    그는 ''''오늘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며 계속 강조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바로'''' 회원가입 신청을 하면 회비 58만원을 깎아준다고 밝혔다.

    결국 240만원만 내면 수의부터 리무진까지 모든 장례절차가 해결되는 셈이다. 더구나 190만원은 장례를 치른 뒤 내면 된다. 기자도 귀가 솔깃했다. 가입만 해 놓으면 걱정이 없어질 것 같았다.

    설명이 끝나갈 즈음 직원 5~6명이 가입신청서를 받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30~40명이 우르르 신청서를 제출했다. 직원들이 가입신청서를 받는 동안에도 전무이사는 ''''부모를 위해서''''나 ''''이런 기회 다시 없다''''고 되풀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분위기는 뜨거웠다. 전무이사는 ''''여러분 결정하세요!''''를 큰 소리로 외쳤다.

    △상조회사의 새로운 홍보 방식?

    오후 2시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기자는 ''''그렇게 갑자기 죽었을 경우를 대비해 상조회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자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민은 ''''최신 흥행 영화를 무료로 보여주며 홍보를 벌인다는 자체가 특이하다''''며 ''''이것이 상조회사의 새로운 홍보 방식으로 자리 잡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영화관 관계자는 ''''단체관람'''' 개념으로 상조회사에 상영관을 빌려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이미지를 위해 상품 판매 행사는 대관을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ㅎ상조회사는 상품을 팔지는 않았다. 다만 ''''설득된 사람들''''이 상품을 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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