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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폼재지 말고 입닥치고 잘하자"

  • 2007-08-14 08:30

[노컷인터뷰] 성인 멜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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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서글한 눈매가 상대를 그만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박용우. 보통의 미혼 여성이라면 이 감성어린 남자의 푸근한 여유로움에 푹 빠져들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박용우의 신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정윤수 감독 시네마 서비스 제작/이하 지금 사랑)의 호텔리어 민재는 그런 모습이었다. 누구나 이 사람의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함에 녹아들것 만 같은 그런 존재다.

아열대성 집중호우라 했던가? 갑작스럽고 국지적인 비로 인해 그날의 기분을 잡치지 않으려면 우산이 필수인 요즘, 박용우와 마주앉아 삼청동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부터 마칠때까지 한여름 시원한 빗출기는 통유리 창문을 통해 내리고 있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안성 마춤이었다.

사랑에는 미성년과 성년의 경계는 없어요. 하지만 책임이 따를 수 밖에

이 영화 쎄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두 부부. 하지만 이들 부부 각자의 마음속에는 텅빈 방이 온전히 존재한다. 그것은 남편을 통해 아내를 통해 채워질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렇게 두 부부는 동반 모임을 갖게 되고 사소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인연으로 상대의 배우자를 조우한다. 그렇게 엇갈린 사랑은 돋아 난다. 제도와 관습의 관점에서 이들 주인공의 결혼 제도를 무시한듯 본능적인 사랑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펼친다.

박용우의 민재는 깔끔한 호텔리어. 부인 유나(엄정화)는 VIP 의상 코디 네이터.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가정을 유지해 나간다. 아내 엄정화가 탄탄한 건설회사 대표 영준(이동건)과의 티격태격한 만남이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던 찰나, 박용우의 민재는 이동건의 아내 소여(한채영)과 새로운 설레임을 마주한다.

"이거 너무 조심스러워서 함부로 말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아 휴~정말 표현하고 싶은 사랑은 있는데 잘못 말하면 오해들 하실 것 같고..." 배우 박용우도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사랑에 대해 섣불리 표현하지 못한다. 그만큼 조심스러운 사랑이기도 하다. "물론 사랑에는 정답이 없죠. 지구상의 인구만큼이나요. 하지만 제가 이영화를 택했을 때는 이 영화속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선택을 했어요. 재채기 하듯 참을 수 없는 것처럼요. "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마구잡이로 감정 이끌릴 때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죠. 엄연히 우리는 사회속에서 더불어 살고 있으니까요. 그냥 관객 여러분들이 어떤 편견을 갖지 말고 영화를 본 다음에 이렇다 저렇다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시는 기회가 됐으면 어떨까 해요."

박용우는 사랑은 책임의 문제라고 했다. 그것이 미성숙한 사랑이든 성숙한 사랑이든 말이다. "그냥 말이죠, 영화를 보시고 오늘 처럼 비가 극장 밖에 내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혼자든 둘이든 근처 선술집에서 술한잔 하면서 영화속 사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가장 좋겠어요." ''지금 사랑''속 사랑의 모습이 워낙 예민한 데가 있어서 박용우는 뭐라 설명하기 보다 ''사랑에 대해 마음을 풀어놨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오아시스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언제나 기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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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기를 하던 박용우가 한참의 공백기를 갖다가 다시 관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혈의누''였다. 아마도 당시에 사람들은 그의 연기를 보고 재발견이라 했던가? 그는 ''혈의누''의 큰 수혜자였다. 하지만 수혜자라 하기에는 다음 작품 ''달콤 살벌한 연인''의 성공이 범상치 않았다. 그의 편안한 듯 유머러스하고 때론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관객과 제대로 소통했다. 이어 ''호로비츠를 위하여''''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까지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이내 관객은 박용우에게 숨고르기를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사랑''으로 또다시 관객의 마음을 열기위해 노크를 하고 있다.

"참 어려워서 재미있고 재미있어서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힘들이고 공들여서 찍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에는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평가를 내려주시고 좀 편하게 갔다 싶은 작품에서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시고 그러네요. " 기대이상의 박수를 받은 작품과 기대이하의 아쉬움을 느낀 작품에 대해 구체적인 답은 피하는 ''센스''를 발휘했지만 박용우는 개의치 않았다.

"작품은 타이밍인 것 같아요. 물론 제게도 더 성공한 영화의 제의도 있었지만 제가 그 당시에 선택하게 된 작품은 나름대로 제 판단의 가장 최선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후회란 있을 수 없지요." 모든 작품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건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제 결론은 하나에요. ''그저 입닥치고 열심히 잘하자''이거 하나죠.

다만 다른 성공한 작품 속에 있는 배우들처럼 그에게도 그러한 오아시스 같은 작품을 만나기를 늘 고대하고 있다. 이미 만났을 수도 있고 앞으로도 먼 일 일 수도 있고...

"배우로 따지면 저는 지금 한계단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한계단 다시 내려가기도 하는 정도라고 생각해요.무리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구요? 전 정말 오랜 동안 연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배우의 진심은 이렇듯 맨 마지막에 나온다. 박용우의 대답은 인터뷰 내내 뿌리던 한 여름 낮 빗줄기 처럼 시원했다.


이 기사 주소: https://www.nocutnews.co.kr/33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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