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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원강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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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자원강국으로 가는 길

    • 2024-05-07 05:10
    핵심요약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본인 제공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본인 제공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를 국빈 방문해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서 "호주에게 한국은 세 번째로 큰 광물 수출시장이며 한국은 호주로부터 전체 광물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 받는다"며 "한국은 이차전지와 전기차, 반도체의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주는 니켈, 코발트, 리튬 매장량 세계 2위이자 희토류 매장량 세계 6위의 자원 부국이다. 문재인 정부 내내 지난 정부에서 진행해 온 해외 자원개발은 적폐라고 낙인 찍었던 정책 방향이 자원외교라는 모습으로 둔갑했다. 좀 더 일찍 나서 자원외교를 펼쳤더라면 요소수 대란도, 원자재 공급망 대란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늦게나마 정상이 나서 자원외교를 해줘서 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의 잘못된 자원외교를 반면교사 삼아 출범 초기부터 자원외교를 통한 자원개발에 다시 나서고 있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는 리스크가 큰 해외 자원개발은 민간기업 중심으로 추진하면 된다고 하면서 해외 자원개발 직접 투자를 해 왔던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를  해체시키고 그 업무마저 폐지시켰다. 해외 자원개발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하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지표에 민감한 민간 기업들의 투자는 한계가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자원개발 특성상 규모와 역량이 취약한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이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스크가 큰 해외 자원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민간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공기업이 자원개발의 첨병이 되고, 민간기업과 협력함으로써 해외 자원개발 동반 진출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일례로, 2008년 5월 경남기업이 광물자원공사가 진출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서 제련소 플랜트 건설공사를 1억 2000만달러에 수주 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120MW 규모의 발전소 건설에 참여했고, 대우로지스는 현장에서 소요되는 기자재 공급 수주도 따냈다. 자원개발에 따른 동반성장의 좋은 결과물이다.

    지난 정부 때는 이런 사항들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무조건 잘못된 사업이라고 지적만 했다. 적어도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투자사업들은 단독 진출은 없었다. 광물자원공사 업무지침에는 없지만 투자사업의 원칙이 있었다.

    첫째,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찾아서 민간에 정보를 제공해 투자하게끔 한다. 둘째, 민간이 함께 진출을 원할 경우 동반 진출을 검토한다. 셋째, 국가 지정 전략광물인 유연탄, 우라늄, 철, 구리,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 및 리튬, 희토류 등 희소금속개발을 민간이 하지 않을 땐 단독 진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는 한 번도 단독 진출하지 않았다. 민간 기업과 동반 진출은 서로 간의 리스크를 최소화 한다는 목적도 있다.

    자원확보 경쟁이 점점 심화되고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원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기업들이 혼자 힘만으로 해외 진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원외교 등을 통해 체결하는 양해각서(MOU)는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에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상대국이 보유한 평가 자료를 확보하거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부존 자원은 많지만 아직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국가들과는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인력과 기술, 정보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 기업들에게 사업 참여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자체가 매우 의미 있는 홛동이다. 해외 자원개발이 자원외교의 목적과 자원개발사업의 특성 등으로 인해 성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한 첫 걸음마저 내딛지 않는다면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자원 확보는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자원개발을 하는 이유는 자원공급이 제한되거나 가격 급등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평상시 우리 기업의 자원개발 생산량이 크지 않을 경우, 국내 자원 도입에 따른 수송 비용이 높기 때문에 이를 생산 지역에서 바로 처분하는 사례가 많다.

    당장 도입하지 않고 있더라도 비상 상황에서 긴급히 필요로 할 경우 도입을 추진할 수 있고, 인근 지역으로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자원개발 생산량을 늘려 미래 도입 가능성도 높여나갈 수 있다. 당장 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원개발 투자를 축소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자원안보 측면에서도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 동안 자원개발 생태계 대부분을 잃었다. 다시 민관이 힘을 모아 뛴다면 대한민국은 자원빈국에서 자원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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