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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2천명 증원 '몰빵' 결정에 배정은 닷새 만에…논란 자초한 정부

[딥뉴스]2천명 증원 '몰빵' 결정에 배정은 닷새 만에…논란 자초한 정부

"(의대) 정원이 늘면 처분 직접 대상자인 대학총장이 (관련)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면 다툴 사람이 없다는 것이고, 사법적으로 심사·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4월 30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   지난 2일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증원규모를 '최대 1509명'으로 발표하며 9부 능선을 넘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렸다. 애당초 정부가 '2천 명 증원'을 추진한 배경이 무엇인지 등을 판단하겠다며 사법부가 이달 중순까지 정원 확정을 유보시킨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대학별로 증원분(分)의 절반까지 감축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국립대를 중심으로 14곳이 총 491명을 자진 반납했다. 이를 '최대한의 양보'라는 정부와, 증원 자체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료계 모두 결국 법원의 결정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확정인 듯 확정 아닌' 정원… 大入리스크 자초한 정부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달 말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테니 그 전에 (모집인원)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송을 낸 의대생·전공의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란 이유로 심리조차 하지 않은 1심 판단(각하)을 뒤집은 결과다.   특히 재판부는 정부 측에 "증원규모 2천 명의 근거와 배정 방침 등의 자료를 10일까지 내라"고 요구했다. 그간 의대 증원은 서울대·국책연구기관 등의 선행연구로 도출된 공통 결론이라며,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해온 정부를 향해 그 근거의 실체를 내놓으라고 요청한 것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들어 사전에 엄격한 현장 실사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별 증원 수요조사 후 점검에 나선 정부가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또 (해당 의대들을) 어떻게 지원할 계획이고 관련 예산은 있는지 등 현장 실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모두 제출하라고도 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증원 타당성을 따져보자는 원고 측의 입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최대한 빨리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던 정부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성실히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교육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말씀드리는 것을 감안해 달라. (집행정지 인용 시) 2천 명 증원이 전체적으로 정지돼 기존 정원(3058명)으로 대입 전형을 진행해야 한다"(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고 말했다. 이 경우, 엄청난 입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법원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두진 않을 거라는 취지다.   하지만 자칫 입시판을 통째로 뒤흔들 '리스크'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의료계에서 상대적 온건파였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제안한 '증원 1년 유예'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강행 의지를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다. 2천명 결정절차, 발표일 '올인원'…배정심사는 닷새 만에 완료 벌써 70일을 훌쩍 넘긴 의료공백과 '강대강' 대치에 묻혔지만, 의·정을 반목하게 한 쟁점은 단순히 증원의 필요 여부만이 아니었다. 얼마나 충분한 논의와 합당한 절차를 거쳐 확정했는지 '과정'의 정당성도 끊임없이 입방아에 올랐다.   복지부는 지난해 1년간 이어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28차례 마주앉았고, 이 중 7번은 의대 증원만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고 강조해 왔다. 의료계와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의대 정원을 정해 통보했다는 의협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반면 의협은 의대 정원 관련 구체적인 숫자(규모)를 테이블에 올린 적은 없다고 밝혀 왔다. 특히 '2천 명'이란 수치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이 부분은 양측이 상호 동의 아래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 100% 정확한 '팩트체크'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의대 증원규모를 전격 발표한 올 2월 6일에 의사결정 과정을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당일 오전 10시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28차)를 열었지만, 의협 관계자들이 증원 항의 입장문만 읽고 퇴장하면서 4분 만에 종료됐다.   정부는 이미 수차례 의료계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의대 증원규모를 말해 달라 요청했던 만큼 의협의 협조를 마냥 기다릴 순 없지 않겠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단 의협은 증원이란 '전제' 자체에 동의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예고된 파행이었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1시간 만인 3시 조규홍 장관의 브리핑으로 '의대 2천 명 증원'을 발표했다. 정부가 공언한 절차(의·정 협의체→보정심)를 차례로 밟은 것은 맞다. 그럼에도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토록 서두른 '올인원'(all-in-one) 일정으로 굳이 '졸속'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있었는지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당시 보정심 회의에 참석한 20여 명의 위원들 중 일부는 '사전에 안건이 공지되지도 않았다'거나 '증원규모는 사실상 통보됐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학별 희망 증원규모를 재조사한 정부는 지난 3월 15일 2천 명을 의대별로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는 배정심사위원회의 1차 회의를 열었다. 비수도권에 82%(1639명)를 배분한 심사 결과가 전격 발표된 것은 불과 닷새 후인 20일이다.   지방 국립대의 의대생을 늘려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 정원을 무려 4배로 늘린 충북대(49명→200명) 등 '현실적 교육 여건을 무시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최중국 충북대 의대 교수는 "강의실이 3개뿐인데, 200명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10년 넘게 70~80명 수준으로 정원을 늘려 달라 할 땐 응답이 없더니 (갑자기) 불가능에 가까운 200명 증원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학교별 재량에 맡겨진 증원분 조정에 따라, 충북대는 최종 증원인원으로 125명을 제출한 상태다. 가처분 항고심에서 원고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같은 자율감축 허용이 정부의 '비과학적' 배정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부(교육점검반)가 현장 실사를 나간 대학은 40곳 중 14곳뿐이다. 나머지는 서류 심사 등으로 대체됐다. 배정심사위 역시 복지부·교육부 관계자, 전문가가 참여했다는 것 외엔 베일에 싸여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3일 브리핑에서 서울고법에 내는 추가자료에 배정심사위 구성 등도 포함되느냔 질의에 "(법원이) 명단 등을 구체화해 요구하는 것은 아닌 걸로 안다. 그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요구한 수준의 자료는 최대한 정리해 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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