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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명품가전'' 밀레, 따뜻한 ''가족주의'' 기업으로 정평



경제 일반

    독일 ''명품가전'' 밀레, 따뜻한 ''가족주의'' 기업으로 정평

    [CBS노컷뉴스 기획특집-新노사문화를 열자] ④ 100년 무분규 어떻게 가능했나 ''밀레''

    현대자동차 노조 등 일부 대기업 노조들이 해마다 파업을 되풀이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해당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성장정체가 계속되고 있고, 앞서가는 일본과 추격해오는 중국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소모적인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CBS노컷뉴스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향한 길목에서, 이제는 생존과 경쟁력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노사관계의 현실을 진단하고 노사가 상생하는 한국적 모델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8차례에 걸쳐 마련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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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1. 견제받지 않는 권력 ''대기업노조''
    2. 안정된 노사관계로 고속 성장 ''페덱스''
    3. 노사 문화의 교과서 ''도요타''
    4. 100년 무분규 어떻게 가능했나 ''밀레''
    5. 우리는 이렇게 극복했다
    6. 산별노조 무엇이 문제인가
    7. 변화하고 있는 세계 노동시장
    8. 노사상생 한국적 모델 만들 수 있나


    일본의 도요타가 50년 넘게 노사간 무분규를 이어오면서 경쟁력을 높여 자동차 판매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업으로 거듭난 사실은 유명하다.

    하지만 한세기가 넘는 108년의 역사 속에 단 한번도 노동쟁의나 노사갈등을 겪지 않고 성장해 온 회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한국에는 기업이름 보다는 명품 세탁기 이름으로 더 알려진 독일회사 밀레(Miel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으로부터 108년전인 1899년 친구사이였던 칼 밀레(Karl Miele)와 라인하르트 진칸(Reinhard Zinkann)이 공동 창업한 밀레는 세계 최초로 참나무통 세탁기를 만들었고 끊임없는 품질 개발 등을 통해 지금은 ''세탁기의 벤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창업 당시 11명의 종업원으로 시작했던 밀레는 현재 1만 5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독일 가전업체들의 위기 속에서도 밀레는 오히려 ''Made in Germany''를 강조하며 고속 성장을 하고 있고 2006년에는 매출액 3조 5천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독일 브랜드 상품산업 조사결과 2007년 베스트 브랜드 1위로 선정됐고 독일 소비자 조사 결과 14년 연속 고객만족 1위를 수상하는 등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밀레 진공청소기는 매년 평균 40만대 정도 팔렸지만 지난 2005년에는 70만대, 2006년에는 90만대가 팔렸고 올해는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진공청소기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해마다 3주동안 집단 휴가를 다녀오던 전통을 깨고 빌레펠트에 있는 진공청소기 공장 근로자들이 2주만 집단 휴가를 다녀오기로 노동조합 차원에서 결정했다.

    또 2교대 근무를 3교대 근무로 전환하는 작업을 회사측은 노동조합과 상의하고 있으며 이 또한 아무 잡음없이 이뤄질 것으로 노사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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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 이같이 보장된 휴가를 중단하고 일을 더 하자는 분위기는 말 그대로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밀레의 꾸준한 성장과 안정된 노사관계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독일 귀테슬로우(Gütersloh)에 있는 밀레 본사를 방문했다.

    지난달 2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승용차로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귀테슬로우는 인구 9만여명이 사는 독일의 한적한 시골 마을 그대로였다.

    이 작은 시골마을 귀테슬로우에 ''세탁기의 벤츠''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세계적인 세탁기 명품 업체 밀레(Miele)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밀레 정문을 통해 들어서자마자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다름아닌 밀레 공동창업자 칼 밀레와 라인하르트 진칸의 두상이었다. 이들 공동창업자가 바라보고 있는 밀레 박물관을 둘러 본 뒤 밀레의 게르하트 포펜보그(Gerhard poppenborg) 부사장을 만났다.

    게르하트 포펜보그 부사장은 한글이 새겨진 넥타이를 메고 인터뷰에 응하면서 멀리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펜보그 부사장은 먼저 밀레의 성장 비결은 현실에 주저하지 않는 끊임없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첫번째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포펜보그 부사장은 "1899년부터 밀레의 경영 모토는 독일어로 ''임머 베제르(Immer Besser)'', 즉 ''포에버 베터(Forever better)''"라면서 "이는 항상 개선하자라는 말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기술 개발에 주력한 결과 밀레는 1901년 세계 최초로 세탁기를 만들어 낸 뒤 1929년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가정용 식기세척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1978년에는 컴퓨터로 조절이 가능한 세탁기와 의류건조기를 만들어 내는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밀레는 현재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을 연구개발(R&D) 투자에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구 투자 비용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특히 밀레의 경쟁력은 독일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사갈등 또는 노동쟁의를 단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안정적 노사 관계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원만한 노사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은 우선 회사측에서 마련한 체계적이고 꼼꼼한 인력관리와 훌륭한 복지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밀레는 우선 직원들의 사정에 맞는 다양한 근무형태를 보장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풀 타임 워크와 탄력근무시간이 가능하다. 즉, 육아를 위해 필요할 경우 오전 근무만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장기근무자에 대한 특별 배려 차원에서 25년, 40년, 50년 단위의 축하행사를 회사측에서 준비해 주고 있다.

    장기근속 행사는 불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3세대 경영을 맡았던 루돌프 밀레 (Rudolf Miele)회장이 "아무리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도 기념하고 축하를 해야 하는 일은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즉,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밀레도 위기가 있었다. 성장을 지속하던 밀레는 독일 경제가 최악이었던 2004년에는 매출액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밀레는 직원 해고 대신 전자센터를 설립해 연구 개발 비용을 오히려 늘리면서 제품 혁신에 더욱 매진했고 독일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금은 최고 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아시아 홍보 총괄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안 캐제(Christian Kaese)는 "25년과 40년 근속한 사람들에 대한 기념식이 있는데 그 말은 25년, 40년 동안 회사 다닌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회사 경영진과 직원들간의 충성도가 높은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또 밀레는 직원들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종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내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16개 부문의 기술교육과정과 6개 부문의 비즈니스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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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체계적인 인력관리와 훌륭한 복지제도, 또 사람 중시의 경영외에 백년 무분규 신화를 이뤄온 핵심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각각 하는 일은 다르지만 계층은 나누지 않는 차별없는 가족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아시아 홍보 총괄인 크리스티안 캐제는 "1년에 한번씩 직원들과 임금협상 등을 벌이고 있지만 단 한번도 이 문제 때문에 파업을 하지 않았으며 이같은 무파업 비결은 경영진과 직원간의 계층의식 없는 가족주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게르파트 포펜보그 부사장도 "현재 경영진이 시장에서 부인과 함께 장을 보는 모습을 직원들이 흔히 볼 수 있고 직원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또 건의사항이 있으면 직접 사장과 면담이 가능하다"라면서 "밀레에는 상사와 부하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자신도 48년째 밀레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다시 말해 권위 의식없는 경영진과 직원 간에 쌓인 서로간의 신뢰가 백년 무분규 신화를 만들었고 이것이 곧 밀레의 꾸준한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회사관계자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우연히 밀레 박물관을 찾은 할아버지와 손녀를 만났다.

    귀테슬로우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함(Hamm)이라는 지역에서 손녀와 함께 밀레를 찾은 마이클 횔체(Michael Hölze. 61)씨는 "밀레 생활가전 제품을 40년동안 쓰고 있지만 잔 고장 없이 지금도 잘 쓰고 있다"며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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