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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없는 南에 불만 표출…남북관계 경색도 우려



통일/북한

    '자율성' 없는 南에 불만 표출…남북관계 경색도 우려

    北, 공동연락사무소 일방 철수…남측 인원 잔류는 허용, 파장 제한
    대미,대남 압박수위 단계적으로 높여…“협상전략, 대외정책 전환 모색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22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 철수한 것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대미 설득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만 해도 3.1절 기념사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를 밝히며 비핵화 일괄타결(그랜드 바겐) 해법으로 돌아선 미국을 적극 설득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이 예상 밖으로 강경하고 한미공조 균열 가능성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심추가 미국 쪽에 많이 기울어졌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정부가 최근 기존의 '중재자' 대신 '촉진자' 역할에 방점을 찍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북미 간 대화 중재를 위해서는 한국도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미 자율성'이 요구되기도 했지만 하노이 회담을 기점으로 많이 사그라진 상태다.

    실제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현장 시설 점검을 이유로 한 북한 방문 신청을 8차례나 제기했지만 매번 유보 결정으로 일관했다.

    북측으로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서도 강조한 '조건 없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남측이 너무 소극적으로 임한다고 여길 법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금강산 남북 민간교류 행사 취재차 방북하는 기자들이 노트북과 ENG카메라 등 기본적 취재장비를 갖고 가는 것조차 한미 워킹그룹의 결정이라며 불허한 바 있다.

    한미 워킹그룹은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북한에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화물차량 등 운송수단이 대북제재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북한이 협력적 대남 기조에서 공세적 태도로 돌아서려는 징후는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 회의는 이날 철수 통보에 앞서서도 3주째 열리지 않았다. 물론 1일과 8일은 북측의 공휴일이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하노이 회담 직후부터 소장 회의가 공전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됐다.

    북측은 이날 오전에는 '메아리'와 '우리민족끼리' 등 대외·대남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한동안 자제했던 대남 공세를 일제히 재개하기도 했다.

    메아리는 "현실적으로 지금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선언들의 이행을 떠들면서도 실지로는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중국, 러시아는 물론 베트남 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를 복원·강화하는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등 가칭 '사회주의 연대' 식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남북 간에는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남북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될 것 같다는 북측 관계자들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은 이번 철수 결정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필요 이상 냉각시키지는 않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남측 인원의 철수까지 요구하거나 연락사무소 폐쇄까지 단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북측 인원 철수와 관련해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구체적인 협의가 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예단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가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이뤄진 만큼 북측의 이날 결정은 '합의 파기' 아니냐는 질문에 "합의 파기라고까지 생각하진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 간 채널은 정상 가동되는 등 양측의 공식·비공식 연락창구는 유지되고 있다.

    북측이 이번 결정이 남측에 대한 불만 표시와 함께 적극적인 대미 설득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연락사무소 조기 정상화의 해법도 그 안에 담겨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개인 논평에서 "북한이 주요 국가 공관장을 평양에 불러들인데 이어 남북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까지 철수한 것은 비핵화 협상 전략과 대외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조만간 북한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나 정부 명의로 비핵화 협상과 관련 대외적으로 강경한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입을 통해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며 대미 강경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남측에 대해서도 경고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모양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소진될 위기에 놓인 북미 대화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판문점에서의 남북간 약식 정상회담 등의 발 빠른 대처가 더욱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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