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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타난 성차별… 성폭력 희화화 등 일주일에 5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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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 나타난 성차별… 성폭력 희화화 등 일주일에 56건

    성 역할 고정관념 조장 50%로 가장 많아

    JTBC '뭉치면 뜬다' 3월 6일 방송분 (사진='뭉치면 뜬다' 캡처)

     

    "가족의 아침을 여는 것은 엄마들의 몫"(TV조선 '사랑은 아무나 하나'),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해요"(MBN '속풀이쇼 동치미'), "진짜 예쁜 관객들이 많이 왔으면 많이 웃겨 줘야지"(tvN '코미디빅리그'), "든든하신 남자분 인사하세요. 얌전하신 여자분 인사하세요"(KBS1 '전국노래자랑'), "아빠가 그랬잖아. 엄마 성격은 못 고친다, 내 돈으로 얼굴을 고치더라. 실리콘 3봉지는 들어갔을 거야"(KBS2 '개그콘서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19일 발표한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예능·오락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KBS1·KBS2·MBC·SBS·JTBC·TV조선·채널A·MBN·tvN·MBC 에브리원의 33개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성차별적 내용은 56건에 달했다. 모니터링 기간이 7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간을 늘렸을 경우 훨씬 더 많은 사례가 수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차별적 내용 중 가장 자주 나타나는 형태는 성 역할 고정관념 조장(50%, 28건)이었다. 외모지상주의 조장 16.1%(9건), 여성의 주체성 무시 및 남성 의존 성향 강조 12.5%(7건), 선정성 7.1%(4건), 여성의 성적 대상화 5.4%(3건), 성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단어와 행동의 무분별한 사용 5.4%(3건), 성희롱과 성폭력 정당화 3.6%(2건) 순이었다.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KBS2가 12건(21.4%)으로 1위를 차지했고, SBS와 tvN이 각각 7건(12.5%), JTBC와 MBN이 각각 6건(10.7%), MBC 5건(8.9%), TV조선과 MBC 에브리원 각각 4건(7.1%), 채널A 3건(5.4%), KBS1 2건(3.6%)으로 집계됐다.

    KBS2 '1박 2일'(3월 4일)에서는 2018 인제 동계 야생 캠프에서 차태현이 텐트를 치는 모습을 두고 '네 식구를 먹여 살린 끈질긴 생활력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집짓기에 매진', '먹고 사는 게 힘들다' 등의 자막이 등장했다. 양평원은 "남성의 역할은 가장이라는 점을 강조해 전통적인 가부장제를 견고히 하고 남성은 늘 가족을 부양한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KBS2 '개그콘서트'(3월 4일) 봉숭아 학당 코너에서 우엉재는 "아빠가 그랬잖아. 엄마 성격은 못 고친다. 내 돈으로 얼굴을 고치더라. 실리콘 3봉지는 들어갔을 거야"라고 말했다. 양평원은 "여성은 남편의 돈을 쓰고 그 돈을 성형에 사용한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3월 3일)에서는 이혁재가 "적어도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 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다.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 행동을 한다.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여성들이 옳지 않은 모의나 단합을 일삼는 존재라는 왜곡된 고정관념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성희롱과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듯한 모습도 노출됐다. KBS2 '개그콘서트'(3월 4일) 올라옵show 코너에서는 여주인공이 되고 싶은 여성 방청객이 올라왔을 때 남성 출연자들이 호감을 표현하면서 "내 여자야", "널 가질 수 없으니까" 등의 멘트를 하며 마구 잡아 흔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양평원은 "여성을 소유물로 취급하고 인격이나 의견이 없는 대상으로 간주해 성폭력을 정당화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쪽부터 3월 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빅리그', 3월 7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사진=각 방송 캡처)

     

    같은 방송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코너에서는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여성 출연자 3명이 남성 출연자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팔짱을 끼고 목에 팔을 두르거나 무릎에 앉는 등의 장면이 반복됐다. 남성 출연자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된 것을 두고 양평원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를 만지는 것은 성폭력에 해당함에도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JTBC '뭉쳐야 뜬다'(3월 6일)에서 김용만은 설산 온천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정형돈의 수영복 차림을 보고 "아주머니 한 분 들어오십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성차별적이며 여성비하적인 발언이라는 게 양평원의 설명이다.

    tvN '코미디빅리그'(3월 4일) 오지라퍼 코너에서 소개팅에서 만나기 싫은 여자 유형으로 '나를 묵언 수행하게 하는 여자'를 꼽았다. 이상준은 "진짜 예쁜 관객들이 많이 왔으면 많이 웃겨 줘야지", "근데 나 오늘 말하기 싫어", "예쁜 건 같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앉아 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좀 바꾸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여성 방청객의 외모를 폄하·조롱해 놀림거리로 소비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방송 '컴funny' 코너에서는 이성민이 홍윤화를 보고 "복자는 방이 그렇게 많다며~ 지방이 이렇게 많은데"라거나 "닭고기방, 여기는 소고기방, 여기는 돼지고기방, 얼굴은 오서방이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얼굴과 몸매를 폄하하는 발언이다.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3월 7일)에 출연한 마마무에게 진행자(정형돈, 데프콘)가 갑자기 동요 '아기상어송'을 섹시 버전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왔다. 양평원은 "남성적 시각에 입각해 여성의 성적 매력을 요구하고 평가하고 있어 여성을 성적 상품화했다"고 밝혔다.

    성차별적 내용의 1/8(7건)에 불과하긴 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 평등적 내용이 나온 사례도 있었다. 육체적 피로도가 높았지만 "이번 도전을 꼭 같이하고 싶었다"며 빙산에 오른 다이아 정채연의 모습(SBS '정글의 법칙', 3월 2일)이나 이효리-이상순 부부, 윤아가 각자 역할을 맡아 음식 대접을 하는 장면(JTBC '효리네 민박', 3월 4일), 뱀 모형을 무서워하는 최수종에게 '내가 지켜줄게'라고 하는 하희라의 모습을 통해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성별에 상관없이 상대방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등이다.

    양평원은 "성 평등한 예능·오락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규제 또한 필요하지만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여성 제작자, 연출자, 출연자 등이 많아지고 비중이 높아져야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판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다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조건들이 갖춰질 수 있도록 시청자들이 꾸준한 요구와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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