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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뒤를 쫓던 고다이라, 이번엔 그가 기다렸다



스포츠일반

    이상화 뒤를 쫓던 고다이라, 이번엔 그가 기다렸다

    • 2018-02-19 05:50

    세리머니 멈추고 이상화와 포옹…"몰라요", "감사합니다" 등을 한국어로 말하는 배려도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을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위로해주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일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스타 고다이라 나오는 언제나 이상화의 뒤에 있었다. 이상화가 올림픽 2연패 등 국제무대에서 호성적을 거둘 때 고다이라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고다이라 뒤에 이상화가 있었다. 하지만 고다이라는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를 안아주기 위해 기다렸고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했다.

    고다이라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6초94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연패를 노리던 이상화는 37초33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메달 색은 달랐지만 두 선수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이상화는 모든 선수의 경기가 끝나고 순위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렸다. 올림픽 3연패라는 부담감에 휩싸여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이 경기 종료와 함께 터진 것이다.

    이상화는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자신에 아끼지 않는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향해 감사함을 표했다. 하지만 눈물을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상화을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위로를 해주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세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낸 고다이라는 이상화에 앞서 링크를 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다이라는 멈춰서 뒤로 돌아섰다. 눈물을 흘리고 있을 라이벌이자 친구인 이상화를 안아주기 위함이었다.

    고다이라는 두 팔을 벌려 이상화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는 서툰 한국어로 "잘했어"라는 말을 전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품에 안겨 눈물을 훔친 뒤 이내 웃음을 지으며 함께 링크를 돌았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사실 고다이라가 이상화를 앞선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이상화가 2010 밴쿠버 대회와 2014 소치 대회에서 500m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고다이라는 각각 12위와 5위에 그쳐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비단 올림픽뿐만이 아니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도 고다이라는 대부분 이상화의 뒤에 있었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대회와 2015년 헤이렌베인(네덜란드)에서만 이상화에 앞섰을 뿐 출전한 총 6번의 종목별 세계선수권 가운데 4번은 메달권 밖이었다.

    고다이라에 이상화는 반드시 이기고 싶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고다이라는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이를 이뤘다. 기쁨을 만끽하기에도 부족했을 시간. 하지만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챙기는 배려를 보였다.

    은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이상화(오른쪽)가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시상대 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동메달을 획득한 체코의 에르바노바. 가운데는 금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사진=노컷뉴스)

     

    이상화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은 고다이라다. 그는 "이상화에게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에 부응하는 노력에 축하의 말을 전했다"며 "그리고 계속 우러러보겠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이상화를 생각하는 마음은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국어로 "몰라요",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등을 말했다. 고다이라의 한국어에 이상화는 미소로 화답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와의 추억을 꺼내며 "3년 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시리즈에서 1등을 차지했다. 경기 직후 네덜란드에 가야 했는데 공항까지 가는 택시비를 이상화가 대신 내줬다"며 "제가 이겼기 때문에 (이상화의)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었는데 고맙게 대해줬다. 택시비를 내줘서 감사했다. 선수로서도 굉장히 훌륭한 내 친구다"라고 이상화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상화 역시 "밴쿠버 대회부터 고다이라와 함께했다. 제가 메달을 따면 늘 축하해줬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함께했는데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우정을 과시했다.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고다이라. 한국과 일본의 '빙속 여제'는 훈훈함 속에 평창올림픽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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