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배산성 일원에서 발견된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 집수지 (사진 =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부산의 대표적인 삼국시대 산성으로 알려진 연제구 배산성 일대에서 영남권 최대의 인공연못 저수지인 '원형 집수지'가 발견됐다.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은 지난 4월부터 연제구청의 의뢰를 받아 배산성지 북문 일대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국내 원형집수지 중 최대급에 속하는 2기의 집수지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호 집수지는 직경 9.5m에 깊이 3.2m, 2호 집수지는 직경은 13m 깊이 4.6m 규모다.
2호 집수지의 경우 지금까지 영남지역에서 확인된 신라산성 집수지 중 최대이며, 국내에서는 충북 청원 양성산성 원형집수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에 조사된 2기의 집수지는 모두 원형으로 3단의 계단식 호안석축으로 둘러져 있다.
집수지 구조는 기장산성, 거제 둔덕기성, 남해 대국산성, 남해 임진성 등 남해안 일원에서 7세기대 신라가 축조한 산성에서 확인되는 집수지 구조와 거의 동일하다.
2개 집수지의 호안석축은 신라시대 성곽에서 주로 확인되는 방식으로 잔존 상태도 매우 양호하며, 기와와 토기 조각을 비롯해 먹으로 글을 적은 나뭇조각(묵서 목간 墨書 木簡)과 대나무 돗자리 등 부산지역은 물론 국내에서도 출토된 적이 없는 희귀한 유물들이 수습됐다.
또 1호와 2호 집수지 내부에서는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그릇, 항아리 등 생활용 토기 등이 출토됐고, 2호의 경우 집수지 인근 건물이 일시에 무너진 듯 포개진 토기그릇과 함께 기와 수 백여 점이 출토됐다.
박물관 측은 집수지 배후 퇴적층과 주변에서는 7세기 이전의 유물들도 출토되고 있어 축성시기가 삼국시대로 소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