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전주 중앙시장을 찾아 나물을 파는 할머니 머리 위에 붙은 종이를 떼어주고 있다. (사진=박지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첫 순회경선 투표를 닷새 앞둔 22일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간 감정싸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부터 전라북도 도의회와 전북대, 중앙시장 등을 찾아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문 전 대표 측의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었음을 지적했다.
안 지사는 전주 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로부터 민생 얘기를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민주당은 당연히 한 팀이다. 당은 물론 국가와 국민의 이름으로 단결하고 그런 점에서 정책으로 우리가 더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는 끊임없이 내 발언을 왜곡하거나 왜곡된 비난에 편승해서 결국 교묘히 공격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들이 비난 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안 지사는 '어떤 심정으로 글을 올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두 달여 동안 제 마음에 서운함도 있다"며 "저는 제 고의와 상관없이 너무나 오랫동안 두드려맞았고 제 인생마저 부정 당했다"고 개탄했다.
또 "대연정이나 좋은 대화를 위해 선의로 받아들이자는 얘기가 그렇게 혼날 일은 아니다"라며 "제 발언 취지와 다르게 너무 오랫동안 시달렸던 만큼 서운함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싸우자는 얘기가 아니더라도 제가 이 정도로 서운하니까 정책 대결을 위해 힘을 모으자. 같은 당 동지로서 동지애를 높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새벽에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재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해왔다"고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대신 '동지애'와 '서운함'으로 역공을 이어간 셈이다.
이날 오전 전북도의회에서도 "(민주당 경선이) 두 달 내내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미움과 분노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대화와 토론이 상대 진영의 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생산적인 정책 토론을 하자는 제안이 간밤의 저의 요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그동안 당내 화합을 강조하면서 문 전 대표와 설전이 벌어지더라도 확전은 자제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전날 합동토론회에서 "우리끼리는 네거티브하지 말자"며 사실상 안 지사를 겨냥하자 큰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부산 대통령 발언을 했을 때도 캠프 내 참모들은 지역주의 조장으로 대응하자고 했지만 안 지사는 오히려 '그만두시라'고 만류했다"며 "그런데 문 전 대표 측에서 오히려 우리를 네거티브 주체로 몰아세우는 데 안 지사가 크게 낙심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문 전 대표 캠프의 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이 "내가 아는 안희정이 아니다. 혹 분열을 조장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멀리하라"고 말하면서 안 지사를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옭아매자 격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