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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 군 일하던 은성PSD 건재…"그 놈의 돈"



사건/사고

    [단독] 김 군 일하던 은성PSD 건재…"그 놈의 돈"

    • 2017-03-23 06:00

    [구의역 사고 이후 ④] 배경은 안전보다 가격 우선 구조

    지난 2016년 5월 31일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 모(당시 19세)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던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겼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2016년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인 19살 청년이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김 군의 죽음에 시민들은 슬퍼했고, 책임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그 후 약 10개월. 과연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잊지 않고,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CBS노컷뉴스가 구의역 사고 이후를 추적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단독] "안전모 못받아서…" 맨몸으로 스크린도어 고치는 정비공"
    ② [단독] '메피아' 전면 퇴출한다더니…슬그머니 복귀
    ③ "서울시만 믿었는데"…머나먼 정규직과 연봉 3300의 꿈
    ④ [단독]김군 일하던 은성PSD 건재…"그 놈의 돈"
    (계속)


    은성PSD는 지난해 사고 당시 김군이 속해있던 회사였다. 사고 직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재발 방지 대책 차원에서 은성PSD에게 맡겼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직영화했다. 이후 은성PSD 임원들이 경찰, 검찰 조사 등을 받으면서 은성PSD는 더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맡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현재 은성PSD는 어떤 상황에 있을까? 취재 결과, 여전히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 시민들의 스크린도어를 고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이번엔 한국철도공사가 발주

    지난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 모 씨의 분향소가 마련됐을 당시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은성PSD는 철도공사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용역을 따내 지난 2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12월쯤 해당 업무에 대한 용역 입찰 공개문을 게재했다. 지하철 분당선 수서역 등 43개 역과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독산역, 금정역, 수원역 등 24개 역의 스크린도어를 유지·보수하는 업무였다.

    입찰에는 은성PSD를 포함해 모두 6개 업체가 참여했고 심사 결과 은성PSD가 선정됐다.

    계약 기간은 지난 2월부터 2018년 12월 21일까지, 계약 금액은 분당선의 경우 14억9237만8670원, 경부선의 경우 17억2116만2350원이었다.

    ◇ 은성PSD가 적격?…'최저가' 제시해 1순위

    지난 2016년 5월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 모(19) 씨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끔찍한 사고를 냈던 은성PSD는 어떻게 다시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맡게 됐을까?

    취재 결과, 은성PSD는 무리 없이 입찰 참가 자격을 넘었고 조달청에서 발표하는 용역 적격 심사 평가도 통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정적인 것은 은성PSD가 내걸었던 최저가 조건이다.

    은성PSD의 분당선 입찰을 맡았던 담당 사업소에 따르면, 은성PSD는 경쟁 업체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불렀고 서울메트로 등과 일해 본 경험으로 '서류상의 조건'을 쉽게 만족할 수 있었다.

    이행실적, 경영 상태, 근로조건 이행계획, 기술능력, 신인도(벌점), 결격 사유 등의 평가 항목들이 있지만 '최저가'가 선정의 압도적 조건으로 작용한 분위기다.

    해당 사업소인 철도공사 수도권동부본부 청량리사업소 관계자는 "은성PSD의 경우 애초에 심사 자체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며 "경쟁 업체 중에서 가격을 가장 낮게 맞춰서 왔기 때문에 1순위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적합 업체라는 항목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겨우 2점이 깎이는 정도"라며 "그 정도는 금액을 낮춰오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작년의 사고가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 가격 우선 고려하는 용역심사 기준

    (사진=박종민 기자)

     

    그러나 은성PSD의 안전 문제는 지난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구의역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은성PSD에서 직접 채용됐던 직원 81명 중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은 단 20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정비 기술과 안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이 빈번히 퇴사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은성PSD의 이직률은 58%에 달했고, 이중 조기 퇴사 비율은 52%로 조사됐다.

    은성PSD에 구의역 사고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지난 2013년에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해당 사건은 구의역 사고 이후 유족들이 대표이사 등을 고소해 현재 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은성PSD가 여전히 시민들의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을 고치고 있지만 책임이 있는 주체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조달청의 평가 기준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낙찰가격이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은성PSD의 사고 전력은 안전문 용역 입찰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스크린도어 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되는 업무에서도 비용을 명목으로 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수도권, 지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는데 이는 구의역 사고로 인한 교훈이 아직까지 충분히 전해지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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