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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뻔히 알고당한 구제역… 지난해 '자연항체' 무더기 검출



경제정책

    [단독] 뻔히 알고당한 구제역… 지난해 '자연항체' 무더기 검출

    전국 농장에서 바이러스 자연항체 검출… 돼지중심 방역이 화 불렀다

    충북 보은 구제역 매몰 현장 (사진 = 충북도 제공)

     

    이번 구제역은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에서 시작됐다. 이어 14일까지 불과 10일 사이에 충북과 전북, 경기 등 3개도 9개 한우와 젖소 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4년 7월 이후 지난해 3월까지 발생한 3차례 구제역은 돼지를 중심으로 전파 속도가 빨랐지만 소에서 이처럼 빠르게 퍼진 경우는 처음이다.

    그렇다면 소 구제역이 왜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소 농장 주인이 베트남을 방문했다거나, 북한지역에서 유입됐을 가능성 있다는 등 외부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전국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농민들은 항체검사를 통해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혈청예찰사업… SP항체, NSP항체 검사

    정부는 2011년부터 구제역 백신접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소와 돼지농장에 대한 혈청예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SP 항체와 NSP 항체가 형성됐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SP항체는 백신 접종을 통해 형성되거나 자연 상태에서 형성 되는 항체로, 농가들이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NSP 항체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체적으로 형성된 항체를 말한다.

    따라서 NSP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농장이나 도축장 등 관련 시설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렇기 때문에 NSP 항체가 검출된 농장에 대해선 이동제한 조치와 함께 확대 검사를 실시하고, 3주 후 재검사에서 추가 항체가 검출되지 않으면 이동제한을 해제한다.

    (사진=자료사진)

     

    ◇ 구제역 바이러스 창궐… 180개 농장에서 NSP 항체 검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전국 시도 가축방역기관(동물위생소, 가축위생소 등)을 통해 8만여 농가 87만 마리의 소와 돼지에 대해 혈청예찰사업을 벌였다. 이 중 44만 마리는 NSP 항체검사를, 43만 마리는 SP 항체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NSP 항체검사에서 충남 160개 농장과 경기 13개 농장, 강원 1개 농장 등 전국 180개 농장에서 NSP 양성 항체가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지역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돼지 구제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바이러스가 특히 많이 잔존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충청남도 가축위생연구소는 지난해 12월 8일 열린 가축전염병 중앙예찰협의회에서 "(2016년) 상반기 일제 검사 기간 중에 NSP 양성 농가가 대폭 증가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11~12월 실시한 하반기 일제검사를 기점으로 재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기온이 떨어지면서 잔존해 있던 구제역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NSP 항체가 2016년 1월에 발생했던 구제역 때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미 바이러스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충남대 서상희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에 살포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정부가 자꾸 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런 생각 가지고서는 구제역을 막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지금은 소에서만 나오고 있지만 돼지농장 주변도 많이 오염됐기 때문에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제역 백신 접종 (사진=충북도 제공)

     

    ◇ 돼지농가 조심조심…소농가 설렁설렁

    방역당국은 지난 5일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지난해 NSP 항체가 전국 180개 농장에서 검출됐지만 늑장 대응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소에서도 NSP 항체가 검출됐지만 돼지 중심의 방역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각 시도 가축방역기관들은 지난해 12월 8일 열린 가축전염병 중앙예찰협의회에서 "과거 구제역이 발생했던 시.군에 대해 12월까지 일제검사를 실시하고 방역이 취약한 '돼지농가' 중심으로 방역 요령 등 집중지도 활동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의 구제역 방역대책이 이처럼 돼지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돼지 사육농장들은 그나마 백신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소 사육농장들은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는 구제역 백신 항체검사를 할 수 있는 ‘민간 병성감정기관’이 수의과대학 6개와 민간업체 4개 등 10개가 있다.

    이들 감정기관은 축산 농가들이 정부의 혈청예찰사업과 별개로 자체 백신접종에 따른 항체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하면 마리 당 1만2천 원씩 받고 검사를 해 주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병성감정기관이 실시한 항체검사는 모두 424개 농장, 1만2049마리에 달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돼지가 422개 농장 1만2034마리로 99.9%에 달했다. 이에 반해 소는 단 2개 농장 15마리에 불과했다.

    소 사육농장들이 돼지 사육농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제역 예방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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