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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정말 '피해자'였나 아니면 '비굴했나'



법조

    삼성은 정말 '피해자'였나 아니면 '비굴했나'

    "영재센터 직원, 반팔 쫄티옷 입고 삼성전자 방문"

    특검은 삼성그룹이 장시호 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뇌물로 보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자료사진)

     

    특검은 삼성그룹이 장시호 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을 뇌물로 보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이 청구한 영장에 적시된 뇌물액수 400억 원에서 16억 원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이 영재센터에 '급전'을 보내는 과정을 보면 특검의 뇌물죄 영장 청구가 왜 설득력을 갖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삼성은 '대통령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한 '피해자'임을 내세우지만, 영재센터 지원과정은 글로벌기업 삼성이 왜 그렇게 굴종적으로 비굴하게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고 두번에 걸쳐 16억 원을 바쳤는지를 의심케 한다.

    아무리 삼성이 순수한 피해자라고 강조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임에는 틀림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장시호 씨와 최순실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첫 공판에서 검찰측은 "후원금을 주는 삼성이 갑(甲)의 위치인데도 을(乙) 신분인 영재센터에 전전긍긍 하면서 돈을 급히 전달했다"고 의아스러운 '갑을관계'를 파헤쳤다.

    최순실(61.구속 기소)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삼성은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여억 원 가운데 1차분 5억 원을 2015년 8월 21일에 지원한다.

    이에앞서 하루 전인 8월 20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단 사장과 조찬을 가졌다. 이자리에서 김 전 차관은 "영재센터는 청와대 관심사항"이라고 전달했고 다음날에는 김 사장이 이규혁 영재센터 전무를 만났다.

    삼성은 곧이어 추석 무렵 1차 후원금 5억원을 전달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실무자들은 당시 영재센터에 5억원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고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1차 후원금을 보내려 했지만, 영재센터가 업체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영재센터의 후속조치를 기다려야 함에도 오히려 영재센터에 전화를 걸어 업체등록 서류를 만들어주고 그 서류를 영재센터에 '퀵서비스'로 보내주는 성의를 보였다.

    삼성 실무자는 검찰 조사에서 "저쪽에서 급하다고 하니까 최대한 빨리 지원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고 영재센터에서는 후원금을 독촉해 급히 지원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영문도 모르고 '윗선'에서 지시한대로 허겁지겁 따랐다는 것이다.

    검찰이 "왜 그렇게 조급하게 일을 처리했냐"는 물음에 삼성 실무자는 "윗선 지시에서 어떤 '압력'이 느껴졌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삼성이 이렇게 후원금을 주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 영재센터 남녀 "반팔 쫄티와 노출 심한 옷 입고 삼성전자 방문"

    10억여 원을 지원한 2차 후원금 전달과정은 더 가관이다.

    영재센터는 2차 후원금 10억 8000만 원 지원과 관련 처음에는 2016년 4월 21일 계약서 체결식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에앞서 2016년 1월 5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이태원의 식당에서 만나 역시 "영재센터 지원은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며 2차 후원금 문제를 정리했다.

    하지만 돌연 영재센터는 4월 하순 예정이던 후원금을 3월 2일까지 달라며 재촉하고 나섰다. 갑을 관계가 바뀌어도 한참 어긋난 것이었다. 이번에도 삼성그룹은 군말 없이 영재센터의 후원금 요청 시한을 하루 넘긴 3월 3일 10억8000만 원을 곧바로 입금시켰다.

    최순실(61.구속 기소)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삼성 실무진은 "왜 갑을 관계가 바뀌어 행동했나"라는 검찰측 물음에 "윗선에서 후원금 정리가 다 된 것으로 이해했고, '그냥 지원하라'고 해서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실무자는 "후원금을 받기위해 영재센터에서 두명이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그런데 남자 한명은 '반팔 쫄티옷'를 입었고, 나머지 여자 한명은 노출이 과다한 옷을 입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상무님이 배웅까지 해줘서 '사장'의 지시를 받았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한 정황은 매우 광범위하다. 그러나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굴종적인' 모습을 보면 과연 순수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저렇게 비굴하게 처신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업체등록도 하지 않은 영재센터에 업체등록 서류까지 만들어주고 돈을 달라면 아무 때나 지원해줬다. 물론 '뒤에 대통령이 있다'는 압력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삼성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무런 대가없이 이런 일들이 관행처럼 이뤄지기는 어렵다. 삼성이 순수한 피해자였는지는 18일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심사에서 더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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