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에도 흔들림 없는 탄핵 방침을 확인했지만, 새누리당 비박계가 동요 조짐을 보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탄핵 가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4월 조기 퇴진을 내걸고 협상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야권 입장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료사진
비박계와의 관계 설정을 놓고 야권 내 온도차도 여전하다. 탄핵 추진 시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박계 움직임과 상관없이 2일 투표를 강행하자는 입장이다.
30일 야3당 대표 회담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일에 탄핵 투표를 진행시키자"고 두 야당 대표들에게 제안했다.
막상 탄핵 표결에 들어가면 비박계도 압도적인 민심을 거슬러 불참하거나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설령 부결된다고 해도 새누리당이 심판 대상이 되고 야권이 받을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면밀한 표 계산 없이 탄핵 표결을 강행한다면 부결될 위험성이 있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2일은 좀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다른 안도 아닌 탄핵이다. 부결되면 안되는 것이다. 탄핵 주도권은 여전히 비박계가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탄핵 시점이 2일이냐 9일이냐 하는 것보다 민감한 것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다.
퇴진 여부와 임기 단축을 비롯해 모든 것을 국회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박 대통령의 제안은 분명 "무서운 함정"(박지원 위원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회에서 대화를 해볼 수는 있는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
탄핵은 탄핵대로 진행하되 여야가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한편으로는 대통령이 국회에 진퇴를 넘겨놨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앞장서서 (퇴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은 좋은 방식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조기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평가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국회가 논의하고 함께 책임 총리를 논의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정리된 퇴진 로드맵과 총리 선임 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지도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3당 대표들과는 달리 원내대표끼리는 물밑협상 움직임이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때문에 탄핵 일정이 2일에서 9일로 미뤄지는 사이에 박 대통령 퇴진과, 총리 선임 및 거국내각 구성, 나아가 개헌까지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강경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면서 당 지도부조차 협상의 대표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시점을 대국민 앞에 명백히 선언하지 않는 이상 야권이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며 "논의에 응하는 순간 박 대통령이 놓은 덫에 걸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지금 국회에서는 여권에 협상할 대상이 없다. 이정현 대표는 당연하고 정진석 원내대표,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전 대표 누구하나 대표성이 있느냐"며 협상 불가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