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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판사' 청탁방지담당관의 '한숨'…"나도 헷갈려"



국회/정당

    '김영란법 판사' 청탁방지담당관의 '한숨'…"나도 헷갈려"

    김영란법 개념 까다로워…기업 홍보 직원들도 혼란 겪어

    (사진=자료사진)

     

    "현재 상태에서는 방어적이고 보수적으로 상담을 해 주는 것 밖에는 딱히 답이 없어요. 저희도 답답해요"

    한 정부 기관의 청탁방지담당관 A씨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울상'이 됐다.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부터 그야말로 '눈에 띄는 사람마다' 관련 사항들을 질문해 오는데, 직무관련성 개념 등 법이 어려워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A씨의 책상 위에는 권익위에서 교육을 받을 때 썼던 자료와 직접 출력한 사례집, 각 실무 국에서 취합한 예상 자료 등이 쌓여있지만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A씨는 "실무 과에서 문의가 오면 해석해 주기가 애매하다. 가급적이면 만나지 말고 전화로 하라는 식의 원론적이고 방어적인 차원의 대응책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청탁방지담당관은 법 시행이 시작된 지난 28일부터 각 기관에서 실질적인 '김영란법 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란법 제20조는 '공공기관의 장은 소속 공직자 등 중에서 다음 각 호의 부정청탁 금지 등을 담당하는 담당관(청탁방지담당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탁방지담당관은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의 교육ㆍ상담
    ▲신고ㆍ신청의 접수, 처리 및 내용의 조사 ▲소속기관장의 위반행위를 발견한 경우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그 사실의 통보 업무를 담당한다.

    각 기관의 내부 규칙 등도 법 위반 판단에 영향을 미치므로 결국 개별 사례 위반 여부는 일단 청탁방지담당관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권익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A씨 같은 일선의 청탁방지담당관들은 "권익위도 의견이 분분한데, 우리가 어떻게 정확히 가려낼 수 있겠나"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다른 청탁방지담당관인 B씨는 "직무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 경계가 아주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해석을 해 주었다가 문제가 되면 나중에 책임은 다 우리에게 오게 되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아주 방어적인 차원에서 상담을 해 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탁방지담당관들의 권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영란법은 어떤 직급의 직원을 청탁방지담당관으로 정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중간 직급의 청탁방지담당관이 기관장에게 자기 상관의 비리를 알리고 해당 기관에 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혼란을 겪는 것은 각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협찬과 제품홍보와 광고 업무 등 모든 업무의 범위가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김영란법을 어기면 자칫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상대방에게까지 처벌이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

    한 홍보담당자는 "권익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료를 읽어봐도 일단 너무 어렵다. 직원들끼리의 관계마저 위축시키는 법"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공연업계 홍보담당자는 "공짜 초대권을 보내는 문화가 근절되는 좋은 면이 있지만, 프레스(press)데이나 프로모션 활동 등이 규제를 받게 되면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 막막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이 너무 어렵고 처벌이 두려우니 과도한 '셀프규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관광업계 홍보담당자도 "새로운 관광상품이나 관광지를 소개할 때 미디어를 초청해 '팸투어'라는 선행투어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김영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어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또다른 식품업계 홍보담당자는 "매일 사무실에 모여서 이건 되냐, 이건 안되냐,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면서 "일부에서는 앞으로 술을 마시기가 힘드니 '홍등회(홍보직원 등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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