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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평창경찰서가 빨갛게 물듭니다"



사회 일반

    "가을이면 평창경찰서가 빨갛게 물듭니다"

     

    -12년 전부터 700평 주차장 개방
    -농민 고추 건조장 활용…도난방지 효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동현 (평창경찰서 서장)

    대체 언제 오려나, 손꼽아 기다린 분들 많으시죠. 가을이 왔습니다. 이맘때면 왠지 모르게 설레는 그런 기분 느끼실 텐데요. 강원도 평창의 농민 분들은 이맘때면 경찰서 드나드는 재미에 설렌다고 하십니다.

    경찰서를 드나드는데 설렌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동네 고추며 참깨며 벼며 가을 볕에 말려야 하는 것들을 죄다 경찰서 주차장에서 말린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경찰서 주차장이 마을 분들의 공동건조장으로 변하는 거죠. 이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럽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평창경찰서 박동현 서장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서장님, 안녕하세요?

    ◆ 박동현> 안녕하세요. 평창경찰서장 박동현입니다.

    ◇ 김현정> 지금 경찰서 사무실에 계세요?

    ◆ 박동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창문을 열면 주차장이 보이는 겁니까?

    ◆ 박동현>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지금 주차장 풍경이 어떤가요?

    ◆ 박동현> 거의 빨간 고추가 펼쳐져 있는데, 마치 거대한 빨간 바둑판 같습니다. (웃음)

    (사진=평창경찰서 페이스북 캡처)

     

    ◇ 김현정> 레드카펫 정도가 아니라 바둑판이요? (웃음) 말씀만 들어도 알싸한 고추향이 막 퍼지는 느낌인데요.

    ◆ 박동현> 네, 그렇습니다. 지금 바람이 이렇게 불고 있는데 사무실 안으로도 매운 향기가 확 들어오거든요.

    ◇ 김현정> 실제로 들어와요, 알싸한 향이?

    ◆ 박동현> 네, 그럼요.

    ◇ 김현정> 경찰서 주차장이 크잖아요?

    ◆ 박동현> 앞면 주차장이 저희가 1700여 평쯤 되는데요. 그래서 고추 건조장으로 제공되는 면적이 한 700~800평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 거기에 고추를 가득 말리면 알싸한 향이 들어올 수밖에 없겠네요. 그러니까 올해만 이벤트성으로 홍보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매년 이러시는 거에요?

    ◆ 박동현> 네. 지난 2004년부터 가을철이면 주차장을 건조장으로 제공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2004년부터요? 그러면 평창 주민이면 누구든지 와서 고추뿐만 아니라 말리고 싶은 모든 걸 말릴 수 있는 겁니까?

    ◆ 박동현> 네, 그렇습니다. 항상 누구나 와서 말릴 수가 있고, 주차장도 항상 개방이 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선착순으로 와서 자기 구역을 확정해서 말리면 됩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평창이면은 그 마을에 말리는 데도 많을 텐데 도대체 10년 전에 어떻게 경찰서 주차장에다가 고추를 너십시오…. 이렇게 왜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 박동현> 그때 당시에 농산물 절도가 자주 발생을 했고요. 그래서 경찰관들이 절도방지를 위해서 대책을 찾다 보니까, 앞에 주차장이 워낙 넓은데 그땐 차도 별로 없는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주차장을 건조장으로 한번 제공을 하자고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맘때 되면 농촌에서 고추 절도범들 소식을 매년 들었던 것 같아요

    ◆ 박동현> 그렇죠. 그래서 조사를 쫙 해보니까 저희 평창서는 그때 이후로 거의 뭐 농산물 절도범 자취를 감췄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박동현> 그래서 제가 기록도 확인해 보니까 그때 이후로는 농산물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건이 한 건도 없어요, 그 이후로.

    ◇ 김현정> 그러니까 한 건도 없을 정도로. 효과가 있는 거네요?

    ◆ 박동현>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하여튼 저희들은 아이디어 하나만 내놓았을 뿐인데 그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어쨌든 700평, 800평을 고추 너는 데에다가 대여를 해 주시면 경찰서 왔다갔다 하는 분들이 차 대는 것도 그렇고 또 가로질러서 가지도 못하고 불편함은 있잖아요?

    ◆ 박동현> 그래서 이제 저희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이 시기가 되면 거의 도보나 자전거나 카풀로 출퇴근을 하고 있고요. 차량 출근은 거의 자제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 시간에는 일부러 자제를 하는 거군요. 고추에게 양보하기 위해서? (웃음)

    ◆ 박동현> 그렇습니다.

    (사진=평창경찰서 페이스북 캡처)

     

    ◇ 김현정> 정이 넘치는 곳이네요, 평창경찰서. 그런데 이렇게 10년 넘어가다 보면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좀 있겠는데요?

    ◆ 박동현> 사실 어제 1시쯤에도 소나기가 좀 내렸는데 그때도 우리 직원들하고 대원들이 비상 걸린 듯이 뛰어나가서 말린 고추를 빨리 포개서 비닐로 덮고 하는 그런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 김현정> 하기는 그러네요. 주인 분들이 비 온다고 해서 멀리서 달려오실 수는 없으니까요.

    ◆ 박동현> 낮에는 농민들이 다 논이나 밭에 일하러 가야 하지 않습니까? 주차장에 널어놓고 저희 경찰한테 맡겨놓고 가 있는 시간이죠. 들판에. (웃음)

    ◇ 김현정> 일종에 그게 어린이집하고 비슷하네요. 이 시기 되면?

    ◆ 박동현> 그렇습니다. 우리는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비상 걸리듯이 뛰어내려갑니다, 주차장으로.

    ◇ 김현정> (웃음) 아니, 농민들이 얼마나 고마워하실까요?

    ◆ 박동현> 아유, 그럼요. 농민들이 우리 경찰관들이 ‘아유, 우리 경찰관들이 고맙다. 이 고추를 어떻게 말리나 하는데 늘 고마워요.’ 그러면서 이제 항상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죠.

    ◇ 김현정> 참 이게 어떻게 보면 경찰서 하면 왠지 가기 싫은 곳이고 권위의 상징 같은 느낌도 들고 꺼려지는 곳인데 이 평창경찰서만큼은 이웃의 정이 숨 쉬는 곳이고, 더 가고 싶은 곳이네요. 고추 말리기, 이게 굉장히 괜찮은 전통이네요?

    ◆ 박동현> 네, 그렇습니다. 저희도 2004년 이후에 이 제도를 시행하고 나서부터는 지역치안에도 많이 도움이 되고요. 소통이 되다 보니까요. 여러 가지 정보도 조금 저희들하고 공유도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치안활동에도 사실은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평창경찰서에서 말린 고추다 하면 아예 ‘평창경찰서표 고추’ 이렇게 브랜드 같은 거 만들어서 홍보하는 건 어떨까 저는 언뜻 그 아이디어도 드는데요?

    ◆ 박동현> 그렇죠. 이렇게 방송에 나가고 이렇게 매스컴에 나가다 보니까, 경남이나 이런 데서도 방송을 보시고 '그 고추 좀 사고 싶다. 농민 전화번호 좀 가르쳐달라.' 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저희들한테 연락이 오고요. (웃음)

    ◇ 김현정> 아직은 그럴 생각은 없으시고요?

    ◆ 박동현> 네. 뭐 저희들은 농민한테 파시는 분 전화번호는 안내는 해 드리죠.

    ◇ 김현정> 좋은 일 하십니다. 특히 참 한 해 반짝하고 사라지는 홍보성 이벤트들이 판치는 세상이기 때문에 저는 이 10년을 은근하게 해 왔다는 데 더 박수를 쳐드리고 싶네요. 주민분들하고 계속 소통하는 좋은 경찰서 되어주시고요. 고추 잘 말려주시고요.

    ◆ 박동현>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박동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평창경찰서 앞마당에 지금 가면 빨간 고추들이 700평 널려 있다고 합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곳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평창경찰서장 박동현 서장 만났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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