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조원진 최고위원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가 20대 첫번째 정기국회 첫날부터 격하게 충돌하면서 정부 추경안 처리가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벌어진 전초전 성격이어서 정국 경색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배치에 대한 정부 태도를 비판하고 이에 강력 반발한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을 겨냥해 "고위 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피하려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촉구했고, 사드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소통을 외면해 국론분열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강력히 반발하며 즉각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은 결의안에서 "국회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장이 좌파 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는 국회법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또 정 의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단호하게 버텼다.
정 의장은 의장실을 찾은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없이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 의장은 "시급한 현안은 민생이니 추경 등을 오늘 안에 먼저 처리하고 개회사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자"며 여당 지도부를 설득했다.
정 의장은 이를 위해 이날 자정까지 의장실에 대기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정 의장은 '개회사와 관련해 사과는 없다'는 입장을 국회 대변인 등을 통해 거듭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새누리당을 강력히 비판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광주를 방문중인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우병우를 지키기 위해 국회를 보이콧하는 집권당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 의장의 발언은 국민의 민심을 전달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국회복귀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나아가 "국회의장이 국정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대신했기 때문에 아주 잘했다고 평가한다"며 정 의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밤 11시쯤부터는 정 의장을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70여명이 의장실로 몰려가 정 의장에게 "사회권을 부의장에 넘기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런 상태로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일 새벽 0시 50분까지 의장실을 점거한 채 사회권을 넘기라며 정 의장을 압박하다 "숙고할 시간을 달라"는 답변을 듣고 물러났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일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김재수 농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