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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될 경우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구조조정, 김영란법의 영향이 GDP를 0.2~0.3%포인트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률도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의 설명은 다르다. 우선 이 총재의 언급은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일부 업종이나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지 성장률을 떨어트린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영란법이 28일 헌법재판소에서 설령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의 영향은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한은은 김영란법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봤지만 변수들이 워낙 많아 추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례로, 일정 금액 이상을 식비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인해 건당 이용금액이 낮아지더라도 남은 금액을 다른 형태로 사용하거나 사용횟수를 늘릴 경우 전체 이용액에서는 차이가 없다.
김영란법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과거의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국세청은 기업의 향락성 접대문화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했다. 접대비로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할 경우 접대 목적과 상대방의 신상정보을 밝히고 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한 것.
국세청은 그해 2월 발표한 '접대비 실명제 1개월 평가'를 통해 2004년 1월 백화점 상품권의 기업 특판 매출과 유흥업소용 위스키 등 주류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줄었지만 전체 상품권과 주류 매출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로부터 이어진 감소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해 백화점 매출은 10% 정도 감소한 반면 일반 소매업은 10% 증가했다. 고액의 상품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선물을 접대에 사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쇠고기나 굴비, 고급음식점, 골프장, 룸살롱 등은 직격탄을 맞겠지만 단가가 낮은 대체 상품이나 업종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접대의 경우도 일시적으로 5% 정도 줄었지만 이듬해 11.4% 늘어나는 등 이후에는 실명제 이전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전체 민간소비지출에서 접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대로 미미하다는 점에서도 김영란법이 소비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실명제 도입 이후 접대비의 카드 이용 건수는 증가하고, 건당 액수는 눈에 띄게 감소해 50만원 이하로 나눠 결재하는 편법이 성행한 것으로 보이고, 이점이 소비 감소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김영란법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접대는 무조건 불법이란 점에서 건당 지출 감소에 따른 어느 정도의 소비지출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김영란 법 시행으로 접대비와 업무추진비 등의 전체 사용액이 감소할지, 감소하면 규모가 얼마나 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따라서 이 법의 시행이 민간소비에 미칠 파장을 계량화해서 성장률에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RELNEWS:right}
김영란법 시행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실익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12년 내놓은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부패 방지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만큼 높아진다면 명목 성장률을 약 0.65%포인트 정도 상승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