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사진=황진환 기자)
새누리당 8.9 전당대회를 10여일 앞두고 막판 출마를 고심해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당 안팎의 견제와 비판에 부딪혀 결국 뜻을 접었다.
김 전 지사는 27일 오전 "저는 이번 새누리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는 짧은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서다. 지난 23일 무렵부터 출마설이 나돈 것을 감안하면 김 전 지사는 사나흘 가량 불면의 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5일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 지인들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출마에 대한 의견을 타진해왔다. 당내에선 김 전 지사 본인의 생각은 이미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김 전 지사 측은 전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권 주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지만 당이 이대로 가면 어떤 주자가 나와도 망한다는 위기의식 속에 대권 욕심을 접고 당을 수습하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51대 49 정도로 팽팽하던 판단의 저울추는 당내 비판론이 비등하면서 급격히 불출마로 기울었다.
4.13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더 자숙해야 한다는 따가운 시선이 많았고, 대권주자급 인사가 갑자기 당권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뜬금 없게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보니 그의 당권 도전을 놓고 비박계 구심인 김무성 전 대표의 권유에 따른 것이란 '문무 합작설', 청와대와의 물밑교감 하에 따른 것이란 '친박 기획설' 등 전혀 상반된 해석이 교차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지사가 비박 후보인지 친박 후보인지 헷갈린다는 코메디 같은 혼전상도 연출됐다.
실제로 비박 당권주자인 김용태, 정병국, 주호영 의원은 25일 김 전 지사를 겨냥해 "혁신의 흐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김 전 지사가 출마할 경우 후보 단일화로 견제할 방침을 밝힘으로써 당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했다.
범박계인 이주영 의원 역시 26일 성명서를 통해 "김문수 전 지사는 총선 패배에 자숙하고 백의종군하라"고 비판하는 등 협공 양상마저 나타났다.
결국 김 전 지사는 4월 총선에서 여당 텃밭을 뺏기는 참패를 당한 데 이어 당권에 기웃대다 그조차 불발되고마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경기도 부천에서 국회의원 3번과 경기도지사 2번 등 5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던 화려한 전력에 비춰 더욱 초라한 모습이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김 전 지사에게) 자꾸 상처가 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