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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공연/전시

    '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 2016-07-25 16:30

    [노컷 리뷰] 극단 달나라동백꽃, '15분'

    검열에 저항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페스티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 중입니다. 6월부터 시작해 5개월간 매주 1편씩, 총 20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릅니다. CBS노컷뉴스는 연극을 관람한 시민들의 리뷰를 통해, 좁게는 정부의 연극 '검열'부터, 넓게는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뿌리박힌 모든 '검열'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리뷰 순서="">
    1. 우리 시대의 연극 저널리즘 / '검열언어의 정치학 : 두 개의 국민'
    2. 포르노 시대 한가운데에 선 나를 보다 / '그러므로 포르노 2016'
    3. 그들이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안티고네 2016'
    4. 주장이 구호가 안 되게 서사의 깊이 보장해야 / '해야 된다'
    5. 2016년 우리는 <김일성 만세="">를 볼 수 있는가 / '자유가우리를의심케하리라'
    6. 불신, 이래도 안 하실 겁니까? / '불신의 힘'
    7. 그는 검열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 '15분'
    (계속)

    연극'15분'. (제공 사진)

     

    연극 '15분'이 시작되기 15분 전. 소극장 벽은 작은 프로젝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으로 채워졌다. 줄넘기를 하는 남자, 승강장으로 들어서고 출발하는 지하철,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연신 매만지는 남자, 요가 동작을 하는 남자 등의 네 가지 영상이 하나의 화면으로 채워졌다.

    무대에 주인공과 내레이터가 오르고 연극이 시작됐다. 내레이터가 자연의 숭고미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마치 어떤 조직에 의해 검열당한 예술은 자연이 자연 그대로여서 숭고한 의미와 대비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 팝업씨어터 공연을 앞둔 한 연출가인 주인공은 자신과 관객의 사라진 '15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극 '15분'. (제공 사진)

     

    연극을 보면서 마침 같이 간 친구의 옛 직장이 떠올랐다. 꽤 크고 유명한 사설 학원의 영어 강사였던 친구의 직장은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스피커도 장착되어 있어 친구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와 대화를 그곳의 대표와 간부가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었다.

    친구는 처음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옆 동료와 별생각 없이 나눈 대화 내용을 회식자리에서 대표가 그대로 읊는 모습에 경악했다. 선생들의 수업방식에 지나친 관여와 검열은 매일, 매순간 진행되었고 핸드폰의 단톡방에서까지 수직 수평적인 감시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연극 '15분'. (제공 사진)

     

    수업방식을 레포트 형식으로 만들어 보고하고 발표하면 그것을 대표의 짜임대로 수정해야 하는 무기력한 일을 친구는 1년 동안이나 했다. 행동과 생각의 철저한 통제가 반복되자 친구는 어느새 조직에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이따금씩 그런 통제에 힘들어하는 자신이 마치 낙오자인 것처럼 여겼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연극이 끝난 직후, 나는 피곤과 짜증 섞인 친구의 2년 전 모습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친구의 1년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친구는 '철저한 감시와 검열 그리고 통제를 모든 조직원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내게 말했다.

    연극 '15분'. (제공 사진)

     

    잠자는 5, 6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감시한 친구의 대표는 빅브라더와 같았다. 어쩌면 그도 처음에는 아주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을지 모른다.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 교육을 통해서 선생들의 스킬을 향상시키고 수업 준비 이외의 것을 교육함으로써 각 선생들의 '하루 계획표'를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잘 유지되는 조직의 모습이어서, 자신의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성공했다고 자부했고, 옳다고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검열은 그 의도가 순수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검열하는 순간 그 주체를 훼손시키는 것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말미에서 십여 분 정도 흘러나오는 부장이라는 사람과의 통화는 무미건조했고 나를 무기력하게까지 만들었다. 소극장 안은 한숨들로 낮게 깔렸다. 검열자인 그녀는 핵심을 모른척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개인의 그저 그런 실수로 치부했다.

    그런 조직은 의외로 견고하고 단단해서 개인인 우리가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연극을 통해 또 친구가 다녔던 그곳에서처럼 나는 알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에 의해 나의 시간이 사라지거나 검열당하여 훼손된다면 나는 나인 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 연극을 본 후 드는 우울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김미경 / 일본어 통번역 프리랜서{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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