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주군민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말 한마디 없이 결정했겠습니까. 정부가 우리 의견도 묻지 않고 갑자기 (사드 부지를) 발표하는 건 군민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사드 날벼락을 맞은 경북 성주 지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13일 경북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군민 3천여 명은 "정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군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국책 사업을 주민과 상의도 없이 멋대로 결정하는 정부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경북 성주에서 사드배치 반대 궐기대회가 열렸다. (사진=대구CBS)
성주군 초전면에 거주하는 송준호(67) 씨는 "우리가 힘도 없고 외진 시골 지역이니 만만하게 본 것이다"며 "칠곡에 들어선다고 했다 느닷없이 성주로 결정됐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바람잡이 노릇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송만수(67) 씨는 "사드 배치 소식에 군민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며 "사람이 적은 농촌 등은 다 죽으라는 말인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민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무기력한 지역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우후죽순 쏟아졌다.
한 군민은 "이완영 국회의원(고령성주칠곡 지역구)이 언제 한 번 지역에 내려와서 군민에게 사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 국방부 장관이 군청에서 공청회를 한 적이 있느냐"며 쓴소리를 냈다.
이어 "믿었던 새누리당이 경북을 죽여놨다"며 "경북민을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도 원망스럽다"며 울분을 토했다.
성주군수 등 단체장 10여명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혈서를 쓰며 항의 입장을 밝혔다. (사진=대구CBS)
이날 열린 범군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김항곤 성주군수는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5만 군민의 마지막 희망이 무너져 군수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생명처럼 지켜온 이 땅을 지켜낼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이재복 위원장은 "사드 반경 전자파 범위 3.6㎞ 안에는 성주군민 절반 이상이 포함된다"며 "5만 군민의 생명권은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결정 짓는 정부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대구CBS)
이어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등 각 기관단체장 10여 명은 항의 표시로 혈서를 쓰며 비장한 결의를 보였다.
또 모형 미사일을 불로 태우는 화형식 퍼포먼스를 통해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성주군수와 군의원, 범군민 비대위원장 등은 궐기대회를 마친 뒤 항의 차 국방부로 이동해 혈서와 반대 서명서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오늘 국방부가 사드 부지를 성주로 최종 결정하면 군민 의견에 따라 사드 배치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