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소환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정 전 대표의 입점로비에 깊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으나 신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신 이사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신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입점 등의 대가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10~20억 원을 뒷돈으로 받은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이미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을 상대로 정 전 대표가 입점과 점포 위치 조정 등을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들로부터는 "신 이사장의 지시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켰고 매장 위치도 유리한 곳에 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입점 컨설팅과 매장 관리 위탁 계약을 맺은 업체 B사의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부사장을 지낸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 명의로 운영하는 B사가 당시 롯데면세점 입점 컨설팅 및 매장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정 전 대표로부터 자금을 받는 '중간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한 B사 경영에 아들 장씨는 실제 참여하지 않고 신 이사장이 관여했는데도, 장씨의 급여 명목으로 수 년 동안 100억여원이 지급된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 자금이 신 이사장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B사의 수익 일부가 장씨 뿐 아니라 신 이사장의 딸들에게 흘러간 정황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정 전 대표에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인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또 네이처리퍼블릭 외에도 일부 화장품 업체와 요식업체 G사로부터 컨설팅 수수로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의혹 등 제기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검찰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수개월간 진행해온 내사 자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들의 진술 내역 등을 제시하며 신 이사장의 입을 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신 이사장은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착수하고 소환한 오너가(家) 인물로는 처음이다. 신 이사장이 수사에 협조하기만 해도, 향후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검찰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기이사와 계열사 이사 등 경영 일선에서 활약해왔고 현재도 관여하고 있는 신 이사장이 그룹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이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로 롯데그룹에 입사해 30년 넘게 신 회장의 총애를 받으면서 경영 활동을 해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무엇보다도 신 이사장이 생애 처음으로 사법기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만큼 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보고 그 부분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신 이사장을 조사한 뒤 재소환 여부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신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 35분쯤 검찰청사 별관에 도착해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100억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는가" 등 질문에 "검찰에 가서 모든 사실을 다 말하겠다.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