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자료사진)
롯데그룹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치매약'이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28일 언론은 '신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치매 증상 완화제 '아리셉트(Aricept)' 등을 복용해왔다'고 보도했다.
신 총괄회장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한건데 이는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흘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줄곧 "아버지(신격호)는 정상이며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던 신동주 회장이 갑자기 아버지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공개하는 자기모순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은 경영권 분쟁 판세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동주 회장 측의 의도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신동주 회장 측은 노리는 것은 우선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복귀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14년 말 롯데홀딩스 대표, 지난해 초 (주)롯데 등 일본 3개 계열사 대표직에서 모두 해임됐다.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당시 "아버지가 하신 일이라 잘 모른다"며 신 총괄회장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신동주 회장이 지난해 8월, 올해 3월, 지난 25일 세 차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모두 동생에게 패배하자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근거로 이사직 복귀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신동빈 책임론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 공개를 통해 검찰 수사에서 비자금 협의가 입증될 경우 모든 책임을 신동빈 회장에게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치매약 카드는 신동주 회장의 절묘한 한 수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를 궁지로 모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당장 경영권 요구의 최대 명분이었던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는 도식이 깨진다. 이는 한·일 양국에서 진행 중인 8건의 소송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당장 신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이 지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한 건데 만약 성년 후견인이 지정되면 신동주 회장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28.1%)인 광윤사 과반 주주(50%+1주)인 신동주 회장은 지난해 광윤사 주총에서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내세워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시키고 신 총괄회장의 광윤사 대표직도 넘겨받았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올 1월 일본에서 광윤사 주총 결의 사항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신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이 지정되면 "성년 후견인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 상태에서 작성된 위임장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무효"라는 신동빈 회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소송 결과 광윤사 대표 자리를 잃게 된다면 롯데홀딩스 주총 개최를 요구할 자격도 사라지게 된다. 검찰 수사로 신동빈 회장을 옭아매더라도 주총을 열 수 없다면 경영권을 가져올 방도가 없어지게 된다.
신동주 회장 측은 29일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을 복용하는 것은 맞지만 치매 상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약물치료 내역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개한 것은 금도를 넘은 불법 개인 정보 유포 행위"라고 신동주 회장 측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