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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칸에서 만난 외국배우들, 부국제 가도 되냐며…"



문화 일반

    박찬욱 "칸에서 만난 외국배우들, 부국제 가도 되냐며…"

    "김태리의 배짱, 강혜정·김옥빈과 닮았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찬욱(영화감독)

    영화 <올드보이> 그리고 <박쥐>의 박찬욱 감독이 7년 만에 국내 신작 <아가씨>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는데요. 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은 실패했습니다만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전 세계 176개국에 판매되는 낭보도 전해 왔죠. 그리고는 개봉 첫날인 지난 수요일 2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는 첫날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답니다. 역시 박찬욱이다. 저력이 있네요. 긴 말이 필요 없는 감독 오늘 화제의 인터뷰 영화감독 박찬욱 감독 만나보겠습니다. 박찬욱 감독님, 안녕하세요.

    ◆ 박찬욱> 안녕하세요.

    ◇ 김현정> 잘 다녀오셨습니까, 프랑스 칸은?

    ◆ 박찬욱> 네, 한참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 김현정> 사실은 별명이 '깐느박'이시잖아요.

    ◆ 박찬욱> (웃음) 류승완 감독이 장난치느라고 붙인 말이 그렇게 돼버렸어요.

    ◇ 김현정> 아니, 왠지 이번에도 칸에서 큰일을 낼 것 같다 영화 팬들은 기대를 했는데 그래도 조금은 솔직히 아쉬움 없으세요?

    ◆ 박찬욱> 이게 정말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 김현정> 네.

    ◆ 박찬욱> 상을 받으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니까. (웃음) 흥행에 참 크게 잘 써먹을 수 있는 얘깃거리인데.

    ◇ 김현정> 솔직히 그렇죠.

    ◆ 박찬욱> 솔직히 그래서 좀 아쉽긴 아쉬워요.

    박찬욱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지금 마케팅 측면에서 수상을 하면 더 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솔직하게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 <아가씨>라는 영화 주인공이 여성이에요. 아가씨 그리고 하녀. 물론 남성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주체적으로 극을 끌고 나가는 건 아가씨와 하녀인데요.

    그냥 주연이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그 두 여주인공이 남성들 사이에 상당히 주체적인 인물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돌이켜보면 <친절한 금자씨=""> 때도 주인공이 아주 주체적인 여성이었단 말이죠. 이게 박찬욱 감독이 의도하는 뭔가 이유가 있을까? 이런 생각 들더라고요. 그건 뭘까요?

    ◆ 박찬욱> 저는 좀 더 넓게 보고 싶어요. 이게 두 여성이라고는 하지만 좀 더 넓게 약자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래서 어떤 억압과 폭력 속에서 성장하거나 그런 상황에 놓인 두 약자가 힘을 합쳐 공포를 극복하고 또 억압을 깨고 탈주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요새 뭐 여혐 얘기 많이 나오죠. 여혐 범죄도 나오고. 여성들이 약자로서 이 세상에서 살아나가는 게 너무나 힘들다, 이런 호소들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시대적인 배경하고도 맞물리는 점이 있네요?

    ◆ 박찬욱> 그게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어디 가나 여성들이 느끼는 그런 또 억울한 점이랄까요. 또는 어떤 상황에서 공포도 있죠. 그런 상황을 좀 의식하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사실입니다.

    ◇ 김현정> 박찬욱 감독님, 따님이 한 분 있잖아요. 딸 하나 키우시죠?

    ◆ 박찬욱> 네, 맞아요.

    ◇ 김현정> 그것도 좀 영향을 받은 건 아닙니까? (웃음)

    ◆ 박찬욱> 당연히 그렇죠. 와이프하고 딸하고 두 여자 사이에 살다 보니 그런 주체적인 여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을 알게 됐죠.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저는 좀 궁금했던 게 이게 원작소설 있잖아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 거기서는 배경이 영국 빅토리아시대예요. 그런데 이 <아가씨> 영화에서는 배경이 일제 강점기입니다. 혹시 일본인이 주인공이고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니까 국민정서에 안 맞을 거라는 고민을 혹시 감독이 처음에 하지 않으셨을까, 걱정하지 않으셨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 박찬욱> 제 걱정이 있었던 건 하나인데요. 영화를 보기도 전에 그냥 그런 세팅만, 그냥 그런 얘기만 듣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이 사실 걱정이었지만 영화를 본다면 아무도 그런 말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배우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김태리, 하녀 역할로 나오는 주인공은 1500:1의 오디션을 뚫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딱 보고 이 배우다 싶으셨던 건가요?

    ◆ 박찬욱> 원래 그래야 돼요. 오디션이라는 게 사실 하다 보면 지치니까 이쯤에서 그냥 '어떻게 이 중에서 골라볼까?' 이런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거든요.

    ◇ 김현정> 너무 지치니까요.

    ◆ 박찬욱> 맞아요. 그런데 그러면 절대 안 되고요. 정말 1만 명, 10만 명을 보는 한이 있어도 직감으로 만나자마자 탁 확신이 들 때까지 가야 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올드보이의 강혜정, 박쥐의 김옥빈 씨를 처음 봤을 때 그 느낌하고 비슷한 건가요?

    ◆ 박찬욱> 네, 비슷해요. 사람 생김새나 성격 다 다르지만 굉장히 자기 생각이 작품 속의 캐릭터처럼 주체적이라는 것. 눈치 보거나 남에게 예쁘게 보여야 되겠다 이런 마음이 없고 그냥 생김새대로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그런 주체적인 태도가 맞았죠.

    ◇ 김현정> 그런데 영화가 19세 이상 관람가인데 노출 수위가 꽤 강해요. 여배우들이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박찬욱> 물론 힘들었겠죠. 그런데 각본에 다 정확하게, 아주 자세하게 묘사를 해놨기 때문에 한번 내린 결정은 책임을 지는 것이 프로의 자세니까 정말 힘든 내색하지 않고 잘해냈습니다.

    ◇ 김현정> 한국영화는 나날이 풍성해지는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금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상황 안타깝지 않으세요?

    ◆ 박찬욱> 말도 못하죠. 제가 오랫동안 그 영화제 참가하면서 여러 가지 즐거운 추억도 많이 갖고 있고. 나는 충분히 뭐 즐길 만큼 즐겼다고 치더라도 후배들이 그럴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안타깝죠.

    ◇ 김현정> 어쩌다가 부산국제영화제가, 다른 것도 아닌. 그 자랑스럽던 영화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 박찬욱>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를 상영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참 정치적인 거 아니냐고들 말하지만 사실 부산영화제는 그런 영화만 트는 건 아니거든요. 그 반대되는 이념의 영화들도 보수적인 이념의 영화들도 얼마든지 있었고. 유독 그것만 잡아서 문제 삼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적인 거죠. 골라서 그렇게 얘기를 하면 의도가 불순하다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 김현정> 일단은 김동호 전 위원장이 다시 키를 잡고 올해 영화제를 지휘하기로 봉합은 했습니다만 영화인들은 참석 보이콧을 아직 풀지 않은 상황이죠? 어떻게 감독님도 그 영화인 전체하고 행동 같이 하시는 겁니까?

    ◆ 박찬욱>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하고요. 지금 제가 칸에서 만난 외국 영화인들이 저한테 보이콧해야 되느냐라고 물을 때마다 우리가 한국영화인들이 어떻게든지 협상도 하고 투쟁도 하고 해야 할 일을 해서 어떻게든지 이 보이콧을 철회하도록 노력할 테니까 그 소식을 기다려달라고만 얘기했습니다.

    ◇ 김현정> 칸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으셨군요. 박찬욱 감독, 내가 초대장이 오면 가야 돼요 말아야 돼요 이런 질문을?

    ◆ 박찬욱> 그렇죠.

    ◇ 김현정> 그 대답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싶네요. 박찬욱 감독, 이제 앞으로의 박찬욱 감독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차기작은 할리우드 작품?

    ◆ 박찬욱> 그것을 희망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국영화, 외국영화를 번갈아가면서 하나씩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좋긴 하겠는데 투자 결정이 됐다든가 확정된 작품이 없어서 말씀드리기는 이르네요.

    ◇ 김현정> 박찬욱 감독, 다음 행보도 기대하면서 그리고 이번 <아가씨> 흥행도 기대하면서 인사 나눠야겠습니다. 박찬욱 감독님 고맙습니다.

    ◆ 박찬욱>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영화 <아가씨>로 돌아왔습니다. 박찬욱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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