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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김정은 양복차림, 패션정치 해석은 오버"

정치 일반

    정세현 "김정은 양복차림, 패션정치 해석은 오버"

    -핵보유국 표현 北당규약에 포함할듯
    -주한미군 철수요구, 1990년대로 회귀
    -통남봉미? 삐라살포 중지요구 수준
    -김정은, 당 중앙위원장 호칭 유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前 통일부장관)

    36년 만에 개막한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 김정은 제1비서 참 많은 말들을 쏟아냈는데 분석이 필요합니다. 특히 '비핵화'라는 단어가 북한 지도자 입에서 처음 나왔는데요. 그 뒤에다가는 또 자신들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말을 덧붙였죠. 핵보유국인데 비핵화를 하겠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세계 언론이 술렁술렁 했습니다. 이 메시지 과연 어떻게 읽어야 할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정 전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솔직히 저는 좀 헷갈렸습니다. 아까 비핵화라는 단어를 얘기를 했는데요. '이게 뭐지? 그러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건가?'라고 생각했더니 뒤에다가는 '자신들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다,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가겠다'는 말을 덧붙였어요. 종합하자면 어떤 의미입니까?

    ◆ 정세현> 김정은 제1비서가 얘기한 건 세계의 비핵화입니다. 그런데 그 세계의 비핵화는 오바마 대통령도 못 이룬 꿈입니다. 오바마 취임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해서 노벨평화상 받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랬죠.

    ◆ 정세현>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하는 표현과 그다음에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이행하겠다'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핵 전파 방지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핵 비확산이에요. 그러니까 핵 보유국임을 인정하면 NPT에 복귀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 김현정> 세계에서 지금 다섯 나라가 핵보유국인데 거기에다가 우리를 여섯 번 째로 끼워달라?

    ◆ 정세현> 그렇죠. 핵보유국이라는 걸 인정하면 핵 비확산에 협조하겠다라는 얘기이기 때문에 이거는 자기들이 비핵화하겠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고요. 아까 진행자께서 말씀하셨듯이 '핵 경제 병진노선은 항구적인 전략 노선'이라고 못을 박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핵은 계속 개발하겠다는 얘기를 한 거고요. 만약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자주권을 침해하는 군사훈련을 세게 하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로 해석을 해야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북한에는 헌법 보다 위에 있는 게 당 규약 아닙니까? 여기에다가 핵보유국이라는 말을 이번에 넣을 수도 있다고 보세요?

    ◆ 정세현> 아마 넣을 거예요. 헌법에 이미 4년 전에 넣었기 때문에요. 헌법에 넣은 것이 대게 당규약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최종 목표나 한반도의 공산화 같은 건 당규약에 들어가 있는데 헌법에도 그런 표현은 들어가 있죠. 그러니까 핵보유국도 이번에도 넣을 거고요. 중요한 것은 지금 핵과 관련돼서 입장이 조금도 변화가 없고 4차 핵실험 끝나고 난 뒤에 자세가 뻣뻣해졌다는 겁니다.

    ◇ 김현정> 뻣뻣해졌다? 그러면 결국은 '북한 체제와 핵보유 인정해라, 그럼 우리도 핵비확산 노력하겠다.' 즉 북한 체제 인정이라는 건 이른바 북한이 주장해온 평화협정 아닙니까?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 평화협정을 맺자라는 요구도 깔려 있는 건가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평화협정의 주체 또는 당사자가 누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7년 10.4선언에는 우리 남한이 들어가게 돼 있어요. 원래 정전협정이 미국, 중국, 북한 세 나라가 체결한 것 아닙니까?

    ◇ 김현정> 거기서 우리가 빠져 있죠.

    ◆ 정세현> 그때 이승만 대통령이 잘못해서 그런 거죠, 전시작전통제권을, 전시작전지휘권을 미국한테 줘버렸으니까 우리가 못 올라간 거죠. 그걸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간단히 말해서 2007년 10.4 정상회담에서는 우리가 들어가는 걸로 얘기가 됐어요.

    그 다음에 바로 전날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끝나고 공동 보도문을, 합의문을 채택하는데 거기에도 우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원칙이 지켜지는 조건에서 평화협정 논의가 돼야지, 우리는 빼고 또는 중국도 빠지고 미국과 북한만 하는 평화협정 논의는 중국부터가 그걸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중국이 지금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를 맞바꾸는 그런 회담을 해야 된다는 식으로 지금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평화협정 얘기는 중국이 꺼냈기 때문에 중국도 들어가야 하고요. 당연히 중국이 들어가면 우리가 들어가야죠.

    ◇ 김현정> 그런데 정 장관님. 저는 조금 희한했던 부분이 또 뭐냐면요. 평화협정을 북한이 원하는 대로 맺으려면 사실상 미국이 동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쉽게 말해서 미국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김정은 비서가 이번에 무슨 말을 했냐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을 했어요. 김정일 시대에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미군철수 주장, 이건 어떤 의미로 봐야 되죠?

    ◆ 정세현> 김정일 시대에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미군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수교를 하자. 또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라고 얘기를 했죠. 그거는 2000년 10월 25일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갔을 때 올브라이트도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기는 올브라이트 회고록 영문판 456페이지에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한미군이 있는 조건에서 수교하자는 얘기는 1992년 김일성 때도 한 얘기예요. 1월에 김용천 당시 국제비서를 미국에 보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수교를 해 달라'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엊그제 나온 김정은 제1비서의 미군철수 요구는 90년 이전으로 돌아간 요구가 돼 버립니다. 그러니까 상당히 좀 복잡하네요.

     

    ◇ 김현정> 1990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정세현> 그게 1992년 1월부터 미군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 수교해 달라는 얘기를 2000년 10월까지는 끌고 갔었거든요.

    ◇ 김현정> 유화적이던 것이 그러니까 더 냉전시대로 돌아갔다 이렇게 보시나요?

    ◆ 정세현> 냉전이라기보다는 하여튼 미군은 좀 나가줘야 된다는 얘기를 1990년대 초까지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1992년부터는 그 얘기를 뺐는데, 오히려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수교를 해 달라고 했었는데 거꾸로 올라간 거죠.

    ◇ 김현정> 거꾸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그동안 북한의 정책은 통미봉남이었잖아요. '미국하고만 상대하겠다 남한이랑은 상대 안 한다' 이런 거 였는데. 이번에는 미군한테는 철수하라고 하고 오히려 남한한테는 '남북 군사회담 열자,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민족 공동번영의 출로를 함께 열자' 이런 말을 해서 김정은의 기조가 달라졌다고 봐야 하나요?

    ◆ 정세현> 그건 아니에요. 어떤 언론에서는 통남봉미라는 그런 표현까지 썼는데요. 그 정도는 아니고. 거기서 말하는 것은 지금 핵 보유국을 전제로 해서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얘기는 이미 설명드렸죠? 그러니까 봉미가 아닙니다. 미국이 그런 조건으로 대화를 하겠다면 북한은 대화에 나가겠다는 거고요. 남한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소위 삐라 살포, 확성기 방송 이런 것을 중단을 시키기 위한 군사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삐라와 확성기요?

    ◆ 정세현>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남북한의 무력을 감축하거나 또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원칙적인 문제를 협의하자는 게 아니라요. 앞에 깔긴 깔았지만.

    ◇ 김현정> 거시적인 게 아니라고 보시는 거군요.

    ◆ 정세현> 그렇죠, 삐라랑 확성기 방송 얘기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걸 보면 그거는 그것을 중지하기 위한 회담만 하고 끝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안 받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지금 북한 노동당대회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제 남은 일정은 김정은 제1비서가 새로 어떤 당의 감투를 쓰게 될까, 그리고 지도부 명단은 어떻게 바뀔까? 이 부분인데요. 김정은 비서 어떤 직책을 가져갈 거라고 보세요?

    ◆ 정세현> 글쎄요. 그건 뭐라고 부르던 간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권력을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주석'은 못 쓰죠. '주석'은 국가적입니다. 그다음에 '총비서'도 지금 못 쓰게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아버지가 썼으니까요.

    ◆ 정세현> 아버지가 썼죠. '영원한 총비서'라고 썼으니까. 그래서 김정은이 직책을 쓴다면 당중앙위원회 중앙위원장. 그걸 쓸 수는 있겠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중앙위원회를 다시 부활 시켜서 그런 식으로요?

    ◆ 정세현> 지금 북한에 중앙위원회는 있습니다. 중앙위원은 원래 있고요.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한 100여 명 이상 될 겁니다. 당원이 전체 한 360만명 정도 되고 이번에 당대회 참가한 사람들이 3660명이거든요. 그중에 한 100명 내지 150명 정도가 중앙위원으로 뽑힐 겁니다. 거기에 중앙위원회가 사실은 핵심이죠. 중앙위원회 안에 비서국도 있고 정치국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직책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사실은 아버지보다 어린나이에 자리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인민들의 충성도랄까 이런 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 김일성, 김정은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그 목표, 위상을 격상시키려는 목표,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 정세현> 그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흉내를 많이 내요.

    ◇ 김현정> 그렇죠. 양복 입은 것도 그런 의도 아니었나요? 뿔테안경에요?

    ◆ 정세현> 김일성도 사실은 양복을 잘 안 입었었는데 1983년인가 유럽을 다녀온 뒤부터 양복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은 양복에 뿔테안경, 그리고 밖에 나갈 때는 중절모. 이게 할아버지 모습입니다. 그리고 가끔 김정은을 비추는 화면을 보니까 연설 때 오른손은 탁자를 짚고 몸을 약간 흔드는 모습, 그것도 할아버지 흉내를 내는 건지 격세유전으로 닮았는지 그건 모르겠지만요. 아마 그런 것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고 그리고 북한은 주민들이 인정해서 체제가 안정이 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이 그렇게 끌고 가면 주민도 따라가는 거니까.

    ◇ 김현정> 그래요, 양복하고 넥타이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입니다만 이걸 두고서는 군사적인 긴장을 어떻게 좀 이완시키려는 것 아니냐? 경제로 초점을 전환하려는 신호탄 아니냐?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 정세현> 저는 그 얘기 나올 때 너무 앞서 간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패션이 정책에. 왕년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그날 브로치를 무슨 브로치를 달고 나오느냐에 따라서 그날 회담에서 또는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 것인지 예측했다고 그러는데요. 무슨 넥타이 매고, 무슨 은빛 넥타이를 맸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김현정> 패션 정치가 적어도 북한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에요.

    ◆ 정세현> 별로 의미 없는 거고.

    ◇ 김현정> 그러면 김정은 비서가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개혁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치는 것도 좀 과잉이라고 보세요? 앞서 간 거라고 보세요?

    ◆ 정세현> 중국하고 북한이 처한 국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식 사회주의 개혁이라든지 개방 요소를 과감하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은 눈에 보여요. 예를 들면 장마당 같은 건 중국이 했던 겁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정세현> 북한에서는 장마당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농민시장이라고 했었죠. 그건 1980년대에 중국에서 열어줘서 그걸 통해서 식량 문제도 해결되고 또 그다음에 유통문제가 해결이 됐었습니다. 그런 것을 중국이 했는데. 과감하게 하지를 못하는 그것이 지금 북한과 중국의 차이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중앙위와 관련해서는 중앙위원장직을 1996년에 폐지했던 걸 이번에 부활한다. 이런 의미라는 거 다시 한 번 제가 말씀을 드리고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 오늘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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