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길 건너 대기업에 다녀요" 美 명문대 출신 '사기' 들통



사회 일반

    "길 건너 대기업에 다녀요" 美 명문대 출신 '사기' 들통

     

    지난 1월10일 점심시간, 손님들로 북적이던 경기도 성남의 한 식당. 말끔한 양복 차림의 50대 남성이 들어와 자신을 길 건너 대기업 보험회사에 다닌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날 저녁 회식이 있으니 13명을 예약한 뒤,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써주고 식당을 나갔다.

    잠시 뒤 돌아 온 이 남성은 "예약을 하는 사이 차가 견인됐다"며 "지갑과 휴대폰을 차안에 뒀는데, 견인비를 빌려주면 저녁에 와서 갚겠다"고 말했다.

    부탁을 받은 식당 주인은 미안한 마음에 4만5000원을 내줬다. 하지만 돈을 받은 이 남성은 저녁이 돼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업주는 뒤늦게 자신이 속칭 '네다바이' 사기를 당한 것을 알았고, 경찰에 신고했다.

    5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상습 사기 혐의로 이모(55)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경기 성남의 식당 70여 곳을 돌며 350여만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10년 전만 해도 이씨는 전도유망한 사업가였다.

    이씨는 지난 1980년 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씨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IT회사에 입사해 1986년 당시 연봉이 15만달러가 넘을 정도였다. 이후 사업을 벌여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93년 뉴욕으로 건너간 이씨는 한국에서 액세서리를 수입해 남미 지역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시작했다. 월 매출은 20만∼30만 달러에 달했다.

    자신감이 붙은 이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 서울에 본사를 차리고, 중국 칭다오에 공장까지 설립하며 공격적 경영을 이어갔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공장장의 잘못으로 '짝퉁' 제품이 납품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끝내 2008년 회사는 부도를 맞았다.

    이씨는 빈털터리가 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에 있는 아내와도 이혼, 가족들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다.

    이후 잠시 학원 영어강사도 했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범죄에 손을 댔고 경찰에 붙잡혀 철창 신세를 졌다.

    2014년 출소뒤 건강이 악화된 이씨는 일용직 일조차 힘들자 식당을 돌며 가짜 예약을 하고 견인비를 빌려 달아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 주인들이 단체 손님을 받기 위해 피의자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마음을 이용하는 등 지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