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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대법, 납치돼 정신병원 입원된 남성에 "퇴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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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응급업체 직원들에게 납치되다시피 끌려가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하게 된 30대 남성이 두 달여 만에 가까스로 병원을 빠져나오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정재우 판사는 A(39)씨가 B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병원 측은 수용을 즉시 해제하라"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합법적 납치극'의 전말은 지난 1월 A씨의 어머니로부터 비롯됐다. 정신질환 증상을 보이는 아들이 걱정돼 B 병원을 방문했다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입원을 권유 받은 것이었다.

    엿새 뒤 A씨의 부모는 아들을 입원시키기 위해 사설응급업체 직원들을 불렀다. 이들은 A씨 부모의 동의를 받고 강렬히 저항하는 A씨를 결박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A씨의 부모가 아들의 입원에 동의하는 서명을 작성하고 A씨를 직접 진찰한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 필요성 진단에 따라 A씨의 정신병동 생활이 시작됐다.

    현행 정신보건법 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명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동의할 경우 정신질환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

    이 절차만 거치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강제 입원할 수밖에 없어 인권침해 논란을 부르고 있는 조항이기도 하다.

    A씨의 경우에는 법원에서 사후 절차의 위법성이 인정됐다. 정 판사는 "의사의 대면 진찰·진단과 정신의료기관장의 입원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신보건법 24조를 근거로 물리력을 행사해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이어 "입원 당시 A씨의 자해·타해 위험성이 매우 커서 다른 입원 절차를 거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의사와 경찰관 동의 역시 없었던 것으로 보여 응급입원 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A씨가 현재 정신질환 증상을 보이긴 하지만 퇴원 후 통원치료 등을 통해 치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자해·타해 위험성도 많이 감소했다"면서 "현재 비교적 성실히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 계속 수용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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